"와 이게 바람소리군요"…'소리 없는 세상' 탈출
이 날이 9월 9일,
'귀의 날'이었다는 것은 내가 취재 해온 리포트가 나가기 전 앵커멘트를 보고야 알았다.
이 날 나는 인공 와우 수술을 받고 청력을 얻은 두 인물을 만났다.
작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아시아 최초 은메달을 획득한 우리나라 봅슬레이 팀의
김동현 선수와 미대생 장수빈씨가 그 주인공.
두 명의 인터뷰이가 인터뷰 중 했던 말들이
참 인상에 남았다.
먼저 김동현 선수를 광화문 kt사옥 지하 헬스장에서 만났다.
운동 하는 모습을 좀 스케치 하겠다고 말한 뒤
평소 루틴대로 운동을 좀 해달라고 부탁했더니
본인 운동도 할겸 잘 됐다며 금세 땀이 쏟아질 양의 운동을 했다.
오른 발목 뒤에 새겨진 오륜기가 시선을 사로잡았고
양쪽 귀 위에 붙어있는 인공 와우가 눈에 띄었다.
15분 가량의 운동 스케치를 마치고 인터뷰에 들어갔다.
김동현 선수의 발성과 발음은 상황을 모르고 들으면
전혀 이상하다는 점을 눈치채지 못할만큼 분명했다.
인공 와우 수술은
수술 이후 평생에 걸친 적응과 재활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는 본인의 발성과 발음에 관대한 편이 아니었다.
매일 뉴스를 보며 아나운서들을 따라 발음하고
친구들과의 대화 중에도 말하는 법에 귀기울이는 노력을 했단다.
인상깊었던 내용은 수술 후 청력을 얻게 되면서 달라진 점에 대한 내용이었다.
수술 후 어느날 수업을 듣던 중 '또각또각' 소리가 들려 그게 무슨 소리인지 갸우뚱했는데
알고보니 교수님의 판서 중 분필이 칠판에 닿으며 난 소리였다고.
차도에서 자동차가 울리는 경적소리, 바람에 나뭇잎들이 부딪는 소리, 창문을 여닫을 때 나는 소리 등
음소거였던 세상이 내는 모든 소리, 소리가 그에게는 새롭고 경이롭게 들렸단다.
아름다운 멜로디로 들렸단다.
그리고 또 달라진 점은
상대방의 눈을 보고 대화할 수 있게 됐다는 것.
청각장애인이 소리를 듣게 되고 난 후 얻을 수 있는 변화로는
생각해보지 못한 점이었다.
그 전까지는 구화로 소통을 하기 위해
상대의 입술만 보고 있어야했는데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후로는 상대방의 눈을, 표정을, 기분을, 감정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것 뿐 아니라
대화하는 상대의 눈을, 표정을, 기분을, 감정을 볼 수 없는 것이기도 했구나.
두번째로 만난 장수빈 학생은 개인전을 열기도 했던 미술학도였다.
최종적인 목표는 자기와 같은 청각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될 일을 할 수 있는
공공행정 분야에서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운동선수인 김동현 선수와 달리 대학생인 장수빈 학생에게서는
장애인으로서 새로운 세상을 맞이 해야 하는 두려움을 더욱 생생히 들어볼 수 있었다.
알바를 할 때에는 청각장애인이라고 하면 쉬이 짤리니
외국인이라고, 그래서 발음이 어눌하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단다.
외국인이라고 하면 청각장애인임을 밝혔을 때의 모질던 반응이 어머 한국어 잘하네,로 바뀌었다고.
그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새삼스레 느낀 점은
그 또한 새로운 것을 경험했을때 천진한 아이처럼 기뻐하는 한 사람이었고
그녀 또한 새로운 세상으로 첫 발을 내딛을 준비를 하며 설렘과 두려움을 느끼는 평범한 대학생이라는 것.
또한 그들에게서 배운 점은
자신이 가진 약점과 단점을 극복해가며
그러한 약점을 가지지 못한 사람보다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는 것.
정말이지 모처럼 즐겁고 기쁜 촬영이었고
이런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일을 함에
고마워지는 하루였다.
해당 리포트 ;
http://imnews.imbc.com//replay/2019/nwdesk/article/5488139_2463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