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복도에 울려 퍼지던 웃음
아침 식탁을 준비하던 순간, 문득 오래된 풍경 하나가 떠올랐다. 초등학교 시절, 긴 복도를 가득 채우던 아이들의 웃음소리였다.
쉬는 시간이면 교실 문이 활짝 열리고,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복도로 쏟아져 나왔다. 한 무리의 남자아이들은 말뚝박이를 하며 온 힘을 다해 몸을 부딪히고, 복도 구석에는 여자아이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 공기놀이에 열중했다. 작은 손끝에서 반짝이던 공깃돌들이 바닥을 튀며 리듬을 만들고, 그 위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덧붙여졌다.
옆 반에 잘생긴 아이가 있다는 소문이 돌면 여자아이들이 복도 끝까지 몰려가 창문 너머로 얼굴을 기웃거렸다. 반대로 남자아이들도 예쁜 여자아이가 있으면 창가에 매달려 몰래 들여다보다가 선생님께 혼이 나기도 했다. 단순한 호기심에도 가슴이 두근거리던, 풋풋한 시절이었다.
복도만으로는 부족했다. 쉬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길면 아이들은 운동장으로 달려 나갔다. 여자아이들은 긴 고무줄을 걸어놓고 노래를 부르며 고무줄놀이를 했고, 남자아이들은 축구공 하나로 운동장을 누볐다. 먼지 날리는 흙바닥 위를 공이 굴러가면 모두가 그 한 공만 바라보며 달렸다. 그러다 쉬는 시간이 끝나는 종소리가 울리면, 놀던 아이들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하나둘씩 교실로 뛰어 들어갔다. 땀에 젖은 얼굴에도 환한 웃음은 여전했고, 아이들의 숨결은 마치 바람처럼 교실 안을 가득 메웠다.
생각해보면, 그때는 가진 게 없어도 늘 풍족했다. 작은 고무줄 하나, 낡은 공기돌 세트, 바람 빠진 축구공 하나에도 세상 무엇보다 즐겁게 놀 수 있었다. 아무 조건 없이 친구들과 함께 뛰고 웃었던 시간, 그 순간들이 내 인생의 가장 값진 보물이 되어 여전히 마음속에 살아 있다.
지금의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가져야만 행복할 수 있다고 믿곤 한다. 하지만 그 시절의 우리를 떠올리면 알 수 있다. 행복은 거창한 무언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웃어줄 사람, 잠시 숨 고르며 즐길 수 있는 시간, 그리고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에 있다는 것을.
아침을 준비하던 짧은 순간, 나는 다시 그 복도에 서 있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그 웃음을 떠올리며 나는 다짐한다. 오늘 하루도 그 시절의 우리처럼, 단순하지만 진심으로 웃을 수 있는 마음으로 살아가야겠다고.
그때 그 시절은 다시 오지 않지만, 그 시절이 내게 남겨준 따뜻한 교훈은 지금 이 순간에도 나를 지켜준다. 결국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늘 우리 곁에서,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