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온 지 한 달쯤 되었을 때였다.
공기조차 낯설던 그 시절, 나는 하루하루를 ‘살아낸다’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었다.
그날은 캐나다에서 첫 운전 연수를 받는 날이었다.
생각보다 많이 떨렸다.
한국에선 운전을 곧잘 했지만, 이곳에선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기분이었다.
오른쪽 차선, 회전 교차로, 끝없이 이어지는 직선 도로들…
모든 게 익숙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내 마음이 준비되지 않았던 것 같다.
중년의 캐나다인 강사는 친절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영어는 내 귀에 너무 빠르게 흘러들었다.
“Pardon?”을 몇 번이고 되풀이했고, 그때마다 그는 웃으며 천천히 다시 말해주었다.
그 웃음이 이상하게 따뜻하게 느껴졌다.
좌회전 하나에도 머릿속이 복잡했다.
깜빡이를 켰다가 끄는 것도, 백미러로 뒤를 확인하는 일도
모두 조심스럽고 낯설었다.
‘이 길이 맞나?’ 하는 마음으로, 나는 그날 종일 핸들 위에 매달려 있었다.
연수가 끝난 뒤, 강사가 조용히 말했다.
“You did well. Don’t worry. Driving here takes time.”
“천천히 해도 괜찮아요.”
그 말이 잔잔하게 가슴속으로 스며들었다.
그건 단순히 운전에 관한 말이 아니었다.
이민자로서의 나, 엄마로서의 나, 낯선 땅에 다시 뿌리를 내리고 싶은 사람으로서의 나에게
건네는 위로 같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처음으로
이곳 도로에서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느꼈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여전히 낯선 도로 위에서
조금씩, 나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