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음식 이야기

부추오이무침 한 접시에 담긴 마음

by 애나 강



어릴 적, 엄마는 자주 부추오이무침을 해주셨다.
그날따라 입맛이 없던 날도, 밥 한 숟갈 위에 그 새콤한 무침을 얹으면 이상하게도 밥이 술술 넘어갔다.

딱히 특별할 건 없는 음식이다.
부추 한 줌, 오이 한 개. 고춧가루, 식초, 마늘, 참기름 조금.
하지만 이 단순한 재료들이 만들어내는 조화는, 언제 먹어도 다시 놀라운 맛을 낸다.

며칠 전, 퇴근길 시장에서 부추 한 단을 샀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문득, 그 맛이 생각났을 뿐이다.

부추를 깨끗이 씻고, 오이를 어슷썰어 살짝 소금에 절였다.
고춧가루, 다진 마늘, 참기름, 식초, 그리고 약간의 설탕.
한 손으로 조물조물 무치며 퍼지는 향에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나를 위해 만든 한 접시였다.

혼자 먹는 저녁.
밥 위에 무침을 올리고 한입 먹는 순간, 잊고 있던 따뜻한 기억이 떠올랐다.
엄마의 손맛, 여름방학 오후의 부엌, 그리고 그때의 나.

부추오이무침은 내게 그런 음식이다.
소박하고 단순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을 조용히 건드리는 맛.
그리고 그날 나는 생각했다.

“괜찮아, 이렇게라도 나를 챙기면 되는 거야.”

요즘은 자극적이고 화려한 것들이 넘쳐나지만,
내 삶의 중심은 여전히 이렇게 작고 평범한 음식 속에 있다.
그것이 나를 지탱해주고, 내가 나 자신을 아껴주는 방식이기도 하다.

혹시 당신도 오늘 하루가 버거웠다면,
이 부추오이무침 한 접시로 마음을 달래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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