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카에 실린 겨울

덜컹이던 바퀴 소리

by 애나 강


덜컹, 덜컹.
골목 끝에서 들려오던 소리는 계절의 신호였다.
리어카에 실려 온 것은 단순한 짐이 아니라,
겨울을 함께 살아낼 가족의 마음이었다.

김장철이 되면 엄마는 늘 배추를 150포기나 사셨다.
앞마당에 차곡차곡 쌓이는 배추 더미 속에서
우리는 작은 손으로 이리저리 옮기며
겨울을 준비했다.
풋풋한 배춧잎의 향,
엄마 손끝에서 묻어나는 정성은
마치 겨울의 따뜻한 약속 같았다.

연탄도 마찬가지였다.
검은 먼지로 뒤덮인 연탄 100장.
작은 팔로 한 장씩 옮기며
깨뜨릴까 조심스러웠지만,
그때만큼은 우리도
어른이 된 것처럼 뿌듯했다.
엄마의 걱정스러운 눈빛,
그리고 그 안에 숨어 있던 흐뭇한 미소.
그 모든 것이 어린 마음에
겨울보다 더 깊은 온기를 남겼다.

지금은 마트에서 장을 보고,
보일러 버튼 하나로 집안이 금세 따뜻해진다.
분명 감사한 일이지만,
가끔은 그 덜컹이던 바퀴 소리가 그립다.
배추 더미 위로 쏟아지던 햇살,
연탄재 위로 피어오르던 하얀 김.
그 모든 것이 내 어린 시절의 계절을 지탱해 주었다.

리어카는 이제 내 삶에서 사라졌지만,
기억 속 골목길에서는 여전히 굴러오고 있다.
삶의 무게를 함께 나르던 그 덜컹임이
오늘도 내 마음을
조용히 따뜻하게 데워 준다.


작가의 이전글엄마도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