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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규열 Oct 29. 2019

왜 배운 영어인데 써먹지를 못할까?

여러분이 외국인 친구와 바에 갔다고 치자. 아래를 영어로 말하려 한다. 

가서 자리 있는지 좀 보고 올게

1초 안에 바로 말하지 못했다면 이 글은 당신을 위한 글이다. 




왜 써먹지를 못 할까?

정답은 "Let me go and see if there are any seats". 


다 아는 영어이다. 그러나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실전에 사용하질 못한다. 뭐가 문제일까?


열심히 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틀린 방식으로 영어 회화를 학습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공부만 열심히 했을 뿐, 학습 결과를 확인해보지 않았다. 


국사 연대기를 예로 들어보자. 

국사 책을 펴놓고 열심히 공부한다. 너무 많이 봐서 이제 완벽히 다 외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책을 덮고 다시 써보려니까 기억이 잘 안 난다. 바로 시험을 첬다면 큰일 날뻔했다. 그래서 책을 피고 다시 복습한다. 다시 책을 덮고 써보지만 또 기억이 안 난다. 


이처럼 공부만 하면 필연적으로 막히는 데가 있다. 눈앞에 책이 있으니 마스터했다는 착각에 빠진다. 영어 회화도 마찬가지다. 공부할 때는 100% 외운 것 같다. 역시 아니다. 그랬으면 위 예시를 실전에서 막힘없이 말할 수 있었야 했다.  



결론은 나왔다. 우리는 공부만 하지 제대로 외웠는지 확인해보지 않는다. 해결책은? 진짜 국사 시험 전에 여러 번 자가 시험 (책 덮고 공부, 문제집 풀기)을 처 보지 않는가? 마찬가지로, 영어 스피킹도 공부한 후에  반드시 '학습 → 시험'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어떻게 자가 시험을 칠까?

그런데 어떻게 자가 시험을 칠 수 있을까? 완벽히 외웠는지 확인하려면 영어로 대화할 상대방이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애초에 영어로 말해볼 기회가 없어서 연습을 못 했다.


그러나 자가 국사 시험을 치기 위해서 반드시 실전 문제지 & 감독관이 필요한 건 아니다. 책을 덮는 방식으로 비슷한 시험 시나리오를 만들면 된다. 스피킹도 굳이 상대방이 없어도 괜찮다. 책을 보지 않고 외워서 말할 정도면 실전에서도 써먹을 수 있다. 아래 지문을 공부한다 치자. 


Are you going to study late at night? I will stay up all night because I have to cram for the midterms. Will you join me? I want to be good friends with you! 
오늘 늦게 까지 공부할 거야? 나 중간고사 벼락치기해야 돼서 밤샐 거야. 너도 같이 할래? 너랑 친해지고 싶어!


절대로 영어만 몇 번 읽어보고 끝내면 안 된다. 어정쩡하게 공부하게 된다. 다 외웠다는 착각에 빠진다. 책 덮고 국사 연대기를 쓰듯이 영어를 눈 감고 술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안 보고 말하기는 영어를 떠나서 내용 자체를 외워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위 내용은 짧기에 망정이지, 100 문장은 한글로도 못 외운다.



그래서 가장 좋은 스피킹 시험 방식은 한글만 보고 영어로 말하기, 즉 한영 스피킹이다. 영어 지문에 해당하는 한글만 보고 영어로 쭉쭉 말할 수 있도록 시험 친다. 그럼 내용 자체는 외울 필요가 없다. 그래서 오로지 영어 문장 외우는데만 전념할 수 있다.



한영 스피킹 5가지 장점

1. 확인 가능

한글만 보고 막힘없이 영어로 말할 수 있다면 실제 영어 대화에서도 써먹을 수 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막힌다면? 첫 예문에서 경험했듯이 실전에서 버벅거리거나 아예 말하지 못한다. 


미리 문제점을 발견했기 때문에 다시 학습으로 돌아가서 될 때까지 복습한다. 그 결과, 배운 것만큼은 완전히 소화할 수 있다. 


2. 한 → 영 연상 연습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이상 초중반에는 '한글 → 영어' 번역 과정을 거친다. 문제는 한글에 해당하는 영어를 빠르게 떠올리지 못해서 스피킹이 막힌다는 사실이다. 어쩔 때는 완벽히 문장을 외웠음에도 막상 '친해지다...? 뭐였지...?' 하고 막혀버린다. 

그러나 한영 스피킹 시 '한글 →영어'를 1:1로 매칭 시키면서 외운다. 그 결과, 말하고자 하는 한글에 해당하는 영어를 바로바로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 결국 번역 과정이 사라지고 바로 영어로 생각하고 영어로 말한다.


3. 능동적 학습

공부 방식에는 수동적 학습과 능동적 학습 두 가지가 있다. 수동적 학습은 책 보고 공부하기다. 이해만 하면 되기 때문에 편하다. 그러나 정답지를 펴놓고 공부하는 꼴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외우거나 자신만의 언어로 정리하지 못한다. 


이와 반대로, 능동적 학습은 책 덮고 외우 기다. 답지 없이 배운 내용을 다시 끄집어내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가 심하다. 그러나 그만큼 머리를 팡팡 돌리기 때문에 외우기, 정보 재생산에 밀도 있게 관여한다. 


한영 스피킹은 능동적 학습을 강제한다. 수동적 이해를 넘어서 스스로 영어 문장을 만들어 내는 연습을 강요한다. 스피킹은 이해가 아니라 재구성이다. 상대방과 이야기할 때 영어 답지 없이 혼자서 문장을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정확히 한영 스피킹 시 거치는 과정이다. 


영어 지문만 공부하는 사람은 기계적으로 반복한다. 하지만 한영 스피킹을 염두하고 학습하는 사람은 같은 지문을 보더라도 훨씬 더 스피킹 지향적으로 공부한다. 즉, 머릿속으로 문장 구조를 배열하면서 읽는다. 나아가, 한글과 영어를 밀접하게 연결시키면서 읽는다. 


4. 성취감

스피킹 공부 자체는 지겹다. 하지만 한영 스피킹이라는 시험을 스스로 만들어서 통과하면 작은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마치 통역사처럼 한글만 보고 유창하게 말할 때 쾌감이 느껴진다. 막히지 않고 영어로 말하는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5. 명확한 목표

영자 신문, 미드, 원서, 영어 인강을 얼마나 반복해야 할까? 10번? 왜 하필 10번일까? 10번으로 충분할까? 


만약 목표 학습량이 애매하면 자연스럽게 학습 의욕도 떨어진다. '오늘은 5번만 할까...?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끝낸다. 


반복 횟수가 목표가 될 순 없다. 개인마다 학습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습 레벨을 막론하고 한 가지 목표는 확실하다. 한글만 보고 영어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절대로 실전에서도 써먹지 못한다. 


'한글→영어' 목표는 명확히 평가할 수 있다. 너무 느리거나 버벅거리면 실패다. 스스로가 하면서 피부로 느낀다. 단 한 번도 버벅거리지 않고 유창하게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 또 반복할 수밖에 없다. 하기 싫지만 5번 더, 10번 더 반복하게끔 자신을 밀어붙일 수 있다. 


또한, 목표가 명확하니 더 의욕적으로 공부한다. 끝이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열심히 하는 만큼 일찍 마칠 수 있다. 




「혼자하는 공부의 정석-한재우」에서 '신중하게 설계된 학습'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무작정 열심히 하는 공부가 아닌 실력 향상으로 직결되는 계획된 학습

영어 자막 보고 미드 따라 하기, 회화책 펴놓고 큰소리로 읽기는 모두 기계적 반복이다. 효과가 없거나 학습 효율이 떨어진다. 


영어 스피킹에서 신중하게 설계된 학습은 한영 스피킹이다. 


말하지 못하는 부분을 적나라게 보여준다. 그래서 부족한 부분만 골라서 다시 복습한다. 단순 이해가 아니라 문장을 스스로 만들면서 능동적으로 읽는다. 


목표치가 정해져 있으니 더 의욕적으로 학습하며 해냈을 때 '이 문장만큼은 스피킹 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을 얻는다. 


학습하고 시험 치자. 그리고 다시 학습하고 또 시험 치자. 시험을 통과하려 하다 보면 어느새 실전에서도 말할 수 있을 만큼 반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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