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단어 암기시 주의사항
영어단어 모두 외워야 할까?
유튜브 채널 <국내파 영어회화>에 아래와 같은 질문이 달렸다.
그렇다. 영어회화, 영어원서, 미드영어, 영자신문 등 영어 공부를 하다 보면 모르는 단어가 나오기 마련이다.
이때 정말 모든 영단어를 다 공부하는 건 집착일 뿐일까?
만약 해야 한다면 어떤 기준으로 영단어를 가려내야 할까?
이 세상에 모든 영단어를 아는 날은 결코 오지 않는다. 한국어 단어, 표현도 다 알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모르는 영단어는 언제나 등장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바쁜 일상, 작심삼일을 생각하면 영어 공부하는 시간 자체도 매우 짧다.
설령 영어 공부를 전업으로 하더라도 인생에 한 번 마주할까 말까 하는 영단어는 외울 필요가 없다. 자주 나오는 영단어만 외워도 벅찰 판이다.
예컨대, 시험 삼아 영어원서 <브레인룰스>를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는 하나하나 체크하고 넘어갔었다. 지금 다시 책을 펴보니 pucker, blotting 에 밑줄이 가있다. 밑줄도 치고 사전도 찾아보는 수고를 했다. 그러나 이 영단어를 써먹을 날이 올까? 전문 통번역가가 아닌 이상 절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이거 공부할 시간에 다른 외국어 필수 어휘를 공부하는 게 나았다.
모든 영단어를 다 공부하려는 건 말 그대로 집착이고 욕심일 뿐이다. 동일 시간 대비 최대 학습 효율을 내기 위해서는 뒤에서 말할 필요한 영단어만 선별해서 집중적으로 학습해야 한다.
어떤 영단어가 중요한 영단어인가를 보기 전에 필자의 기본 학습 원칙을 짚고 넘어가자.
그건 바로 양치기, 즉 같은 시간 대비 1) 새로운 영어를 2) 더 많이 읽고 듣는 전략이다. 즉, 1시간 동안 영어원서 10페이지를 2번 읽는 거보다 20페이지를 1번 읽는 게 더 낫다. 다르게 말하면, 100% 정확히 이해하기보다는 차라리 더 많은 분량을 70% 대충 이해하는 게 더 효율적인 학습이다.
최근 재밌게 읽고 있는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how to win friends & influence people> 일부를 보자.
Resentment caused by a brash order may last a long time even if the order was given to correct an obviously bad situation.
brash한 명령에 때문에 생긴 억울함, 화는 아마 오래 남을 것이다. 분명히 나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주어진 명령일지라도 말이다.
솔직히 여기서 brash뜻을 모른다. 그럼에도 전체 내용 이해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이때, 결코 사전을 켜서 brash를 찾아보지 않는다. 차라리 그 시간에 그다음 새로운 문장을 더 읽는 게 바로 양치기, 70% 대충 이해 전략이다.
왜 양치기 전략이 더 나은지는 이전 글을 참고하자.
https://brunch.co.kr/@englishspeaking/254
따라서 영단어만 따지지 않고 그 보다 더 큰 관점인 '더 많은 양치기를 할 수 있는가?'를 고려해서 단어 학습을 한다.
그렇다면 필자는 어떤 영단어는 공부하고 어떤 영단어는 그냥 무시할까? 2가지 기준이 있다. 바로 내용 이해와 난이도이다.
1. 내용 이해를 방해하는 영단어만 공부한다
전체 내용 이해에 무리가 없다면 몰라도 그냥 생략하고 넘어간다. 역시 <인간관계론> 중 일부를 같이 읽어보자.
The great contemporary psychologist has shown that when criticism is minimized and praise emphasized, the good things people do will be reinforced and the poorer thinkgs will atrophy for lack of attention.
여기서 노란색 영단어는 몰라도 내용 이해에 전혀 지장이 없다. contemporary, phsychologist뜻을 몰라도 show의 주어라는 것만 알면 된다. 진째 내용은 shown that~ 뒤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그냥 직업이나 사람이구나 정도만 알아도 충분한다.
emphasize도 몰라도 된다. 앞에 minize가 최소회니까 문맥상 emphasize는 최대화 정도로 추론해서 읽을 수 있다. (원래 뜻은 강조하다) atrophy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필자도 무슨 뜻인지 모른다. 다만, 앞에 reinforce가 강화되는 거니까 반대로 약화되는 거구나 정도로 추론해서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다.
다만, reinforce까지 모른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때는 reinforce나 atrohpy 둘 중 하나는 사전 검색을 하고 넘어간다.
왜 모든 단어를 일일이 찾아보고 공부하고 넘어가지 않냐고? 그렇게 되면 읽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진다. 즉, 양치기 전략에 위배된다. 필자 학습 원칙은 같은 시간 대비 한 문장, 한 단어라도 더 많이 보는 일이다.
여기서 잠깐!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으면 어떡할까? 안 찾자니 내용 이해가 안 되고... 모두 다 찾자니 시간이 오래 걸려서 진도를 못 나가고 재미도 없다. 이건 애초에 자료 선택을 잘못한 것이다. 영어원서, 영자신문, 미드, 영화, 유튜브 등 양치기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전 없이 70% 이상 이해할 수 있는 자료가 좋다.
2. 어려운 영단어는 생략한다.
그렇다면 reinforce와 atrophy 둘 중에 어떤 걸 공부할까? 필자라면 reinforce만 찾고 넘어간다. 왜 그럴까?
atrophy는 딱 봐도 난이도가 높은 영단어다. 솔직히 처음 본 단어다. 그래서 더더욱 공부하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아니다. 필자는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필자 수준에서 어렵게 느껴지는 단어는 그다지 많이 쓰이는 영단어가 아니다. 많이 쓰이지 않는 건 우선순위에서 밀리므로 그냥 넘어간다.
여기서 경험은 특별한 경험이 아니다. 많진 않지만 외국인과 실제로 영어로 대화해봤다. 영어 유튜브도 자주 보고 미드 볼 때도 영어에 관심을 두고 봤다. 이때, 현실 감각을 곤두세웠을 뿐이다. 즉, '어떤 영어가 실제로 많이 쓰이지?', '어떤 영어가 시험에는 자주 나오지만 실제론 별로 안 쓰이지?' 하는 질문을 던졌다.
결론은? 꼭 그런 건 아니지만 필자가 느끼기에 어려운 단어는 다음에 마주 칠일이 없다. 게다가, 만에 하나 추후에 계속 등장하더라도 그만큼 이미 친숙해지기 때문에 그렇게 어렵다고 느끼지 않을 것이다. 자주 나오는데 모르면 내용 이해에 거슬리므로 언제 가는 짚고 넘어갈 것이다. 이런 과정 역시 양치기 없이는 발생할 수 없다. 읽고 듣는 분량 자체가 적으니 뭐가 자주 나오는지 인식조차 못한다.
어떤 영단어가 중요한 영단어이고 아니고를 알려면 진짜 영어를 많이 접해봐야 한다. 학습 중요도를 판별하는 는 감각은 글 하나 띡 읽었다고 갑자기 보는 눈이 생기진 않을 테다.
여기서 진짜 영어란 시험을 위한 영어의 반대말이다. 수능, 토익 등에서 중요한 영단어는 시험에 나오는 단어다. 그런데 문제는 이미 많은 분들이 느끼고 있다시피 시험과 현실의 괴리감이다. 시험에 나온다고 실제 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건 아니며 안 나온다고 해서 원어민이 쓰지 않는 것도 아니다.
한국어와 같이 이해, 재미, 정보 습득을 위한 원서, 영자 신문 읽기 혹은 의사소통 자체가 목적인 외국인과의 대화 같은 게 바로 진짜 영어다. 시험 점수가 아닌 이해, 의사소통이 주된 목적이다 보니 어휘의 '실용성'에 조금씩 눈을 뜨게 된다. 즉, 현실 세계에 발을 담가봐야 뭐가 중요한 영단어이고 아닌지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간혹 '나는 어느 정도 잘해지면, 준비가 되면 실전 영어로 나아갈 거야!' 하시는 분들이 있다. 이런 고집은 학습 과정에 비효율을 초래할 뿐이다. 영어가 좀 안돼도 대화도 해보고, 쉬운 원서라도 읽어봐야 그다음 공부할 때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무작정 모든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보다 스스로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영어를 골라 배우는 사람이 더 빨리 영어 실력이 느는 건 당연하다.
오늘 내용 핵심 정리!
1. 내용 이해에 지장이 없으면 몰라도 그냥 넘어가자
2. 그래야 더 많이 듣고 읽을 수 있다.
3. 딱 봐도 어려운 단어 역시 그냥 생략하자.
4. 이런 선별 능력을 기르려면 진짜 영어를 많이 접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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