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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규열 Mar 03. 2023

영어회화, 똑똑한 사람들이 더 못하는 이유

영어회화는 분석이 아니라 누적경험이다

만약, 본인이 아래 사항 중 하나에 해당된다면, 영어회화를 엉망진창으로 공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완벽주의다.

분석적이다.

시험 영어를 잘했다 (특히 문법)

모르는 건 반드시 알고 넘어가야 한다. 


어째서 똑똑한 사람이 영어회화에서는 더 고생하며, 그렇다면 올바른 영어회화 학습법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수능 100 점자의 질문




위는 수능 100 점자가 주신 영어회화 질문이다. 이전에도 비슷한 질문이 많았다. 대부분은 "왜?"에 대한 질문이다. 전형적으로 영어를 100% 이해하고 넘어가려 하고 분석하려는 수강생분이다. 사실, 수능 & 토익 고득점자분들이 특히, 이런 "왜?"에 대한 질문을 많이 주신다.


 '모르는 건 당연히 알고 가야 좋은 게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최소한 영어회화에서 만큼은 의식적으로라도 모르는 찜찜함을 그냥 PASS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믿는다. 


위 질문에 대한 답은 둘 다 아니다. 즉, 모르는 게 나올 때마다 일일이 찾아보는 것도 아니고, 무작정 외우는 것도 아니다. 필자가 생각하는 정답은 '그냥 대충 넘어가기'이다. 




망하는 영어회화 공부법


결론부터 말하겠다. 영어회화는 기존 독해, 영문법 혹은 수학처럼 이해하고 분석하려 그러면 힘들어진다. 반대로, '에라 모르겠다~ 그냥 넘어가자~'하고 대충 넘어가는 게 장기적으로 더 효율적이다.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그렇다. 영어회화는 논리가 아니라 감각이다. 왜?라는 분석을 통해서 이해하려는 접근은 먹히지 않는다. 그보다는 반복노출을 통해서 최대한 많이 경험하려 해야 한다. 


주의사항! 여기서 반복노출은 한 자료를 여러 번 보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비록 한 자료, 한 문장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냥 쭉쭉 넘어가서 최대한 다양한 영어를 보라는 뜻이다. 즉, 영화 1편을 10번 반복하기보다는 5편을 2번 반복하는 게 낫다는 뜻이다. 질보다는 양이 앞선다.




분석적 접근의 예시


위는 미드 <매니페스트>중 한 장면이다. '왜' 답이 아니고 '왜 답인지'를 따지는 시험용 영어에 충실했다면 아래와 같은 질문이 들기 마련이다. 


여기서 supposed의 정확한 뜻은 뭐지?

왜 must나 have가 아니라 be supposed to가 쓰인 거지?

supposed의 정확한 어감, 내포된 의미는 뭐지?

'넌 날 도와야 해!'를 말할 때, You are supposed to help me를 써도 될까? 


그냥 넘어가면 찜찜해서 인터넷에 검색도 하고 학원 등을 다닐 경우 선생님한테 물어봐서 확실하게 넘어간다. 



그런데 이런 노력, 열정, 집중과 별개로, 이렇게 하나하나 완벽하게 이해하고 넘어가면 오히려 영어회화 학습에 해롭다. 필자 눈에는 이런 완벽주의 영어 학습 태도는 실질적 실력 향상과 상관없는, 단순히 이해하려고 하는 욕심 채우기 혹은 집착이라고 본다.


100% 이해하고 넘어가는 게 어째서 영어회화에 독이 되는지는 반대 케이스를 보면 명백해진다. 



경험적 접근의 예시

잠시만 본인 성격이 무엇이든 대충대충 하는 대충이라고 믿어보자. 위에서 'be supposed to'가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으나 자막에 나온 것처럼 대충 '~해야 한다' 정도만 알고 그냥 넘어간다.


그러다 30분 뒤 아래와 같은 장면을 마주한다 (영어에 노출된다) 



그리고 2일 뒤 아래 영어에 노출된다. 



1주 뒤 아래에 또 노출된다. 모두 새로운 장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be supposed to'에 관한 복습이다. 위에서 언급한 반복 노출이 바로 이런 것이다. 



1달 뒤 또 노출. 


결과를 보자. 특별히 의식적으로 복습도 안 했고, 노력해서 무언가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충이는 자연스럽게 supposed를 배웠다. 참고로 위 단편적 스샷에는 담기지 않는 문맥 & 주인공들의 얼굴 표현, 톤 & 상황을 기반으로 학습한다. 



완벽이 가 손해인 이유

그런데 만약 첫 큐에 분석해서 100% 이해하려고 넘어가려 했다면? 대충이가 supposed가 담긴 다양한 장면에 10번 반복 노출 됐을 때, 완벽히는 고작해야 3번 노출됐을 것이다.


왜?


속도가 안 붙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짚고 넘어가느라 대충이가 시즌 1 다 봤을 때, 이제 에피소드 1개 끝냈을 것이다. 아니, 그 이전에 중도 포기했을 수도 있다. 진도가 느리기에 당연히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노력은 훨씬 더 부었음에도 (분석하고 이해해야 하기에) 결과적으로는 그냥 대충대충 한 사람보다 영어회화는 역설적으로 더 더디게 향상된다. 노력대비 결과가 안 나오니 절망감도 크다.




반복 노출의 또 다른 예시

위에서 예로든 be supposed to는 전체의 극히 일부다. 헷갈려하는 전치사 사용등도 마찬가지다. behind가 정확히 어떤 뜻이고, 어떤 문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이해하고 분석하려 그러면 고생만 한다. 


'뒤에' 정도의 대강의 뜻만 안다?  그냥 넘어가자. 그러면 아래처럼 반복노출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해할 것이다.



진짜 behind를 이해하는 상태는?


본인도 말로 설명은 못하겠으나 behind가 정확히 뭔지 알고 있는 상태다. 말로, 설명으로, 분석해서 배운 게 아니라 문맥, 상황, 무엇보다 다양한 DATA (장면)를 통해 익혔기 때문이다. 해외파 선생님들에게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수강생분이 문법 질문을 했는데 왜 그런지 설명을 못하겠어요 ㅠㅠ"이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수능, 토익등 논리와 설명적 이해를 요하는 영어공부를 했다면 누구나 분석적 성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전부터 깊게 뿌리 박혀 있어서 알더라도 쉽게 고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 가지 도움이 될만한 전략은 영어공부에 "복습"을 필수로 끼워 넣는 것이다. 어차피 나중에 3번 이상 또 볼 거라고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쉽게 진도를 뺄 수 있다. 


어쩌면, 지금 당장 무언가 영어를 모른다고 붙잡고 있는 이유는 후에 복습을 안 하기 위한 핑계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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