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고는 있는데...
영어회화가 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 ㅠㅠ
어떻게 하죠?
영어회화 공부 3주 차에 들어선 한 학습자의 영어고민이다.
우선, 3주는 너무 짧다.
그런데 문제는 3개월, 3년을 해도 위와 같이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 글에서는
1. 영어회화가 제자리인 2가지 이유와
2. 유의미한 스피킹 향상을 위한 2가지 해결책을
제시하겠다.
이전에 공부한 수능, 토익 경우, 본인 영어가 늘고 있는지 아닌지 명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문제를 풀어보면 된다. 시험을 척 보면 된다. 명확하게 맞고 틀림, 시험 점수가 나온다.
그러나 스피킹의 경우 간단히 풀어볼 수 있는 평가 문제 같은 게 없다. 물론, 오픽이나 토스 교재를 사서 1달에 1번 등 스스로 정기적으로 테스트해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리딩 문제 푸는 거에 비해, 에너지가 상당히 많이 들고, 무엇보다 사실상 서술형이므로 맞고 틀림을 딱딱 체크할 수 없다.
변화 측정이 어려우니, 지금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판단이 안서며, 이에 따라 자연럽게 동기부여가 떨어져 학습을 지속하기 어렵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실제로 긍정적 변화가 진행 중임에도 가시적 측정이 없으니 본인은 '여전히 내 영어는 엉망이야'라고 느끼고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실력이 늘고 있다면 평가 같은 거 없어도 본인이 느낄 수 있는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영어회화는 본인이 공부하면서 체감할 속도로 늘진 않는다. 기간을 얼마로 잡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 1시간 매일 한다 가정하면, 2주는 커녕 2개월도 택도 없다.
위 고민을 가진 학습자는 필자가 보기에는 대체적으로 잘하고 있다. 즉, 지속한다면 유의미한 실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건 이미 겪어본 필자 관점이지, 학습자 본인은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어서 학습에 차질이 있는 상황이다.
수능, 토익의 경우 학습 범위가 명확하다. 이 세상 모든 영어가 아니다. 문제에 등장하는 영단어 & 문법만 알고 있으면 된다.
영어회화의 학습 범위는? 이 세상 모든 영어다. 사실상 무제한이다. 소위 말하는 '프리토킹'을 보자. 프리라는 단어가 붙어서인지 보통 다른 영어보다 쉽게 생각한다. 그래서 막연히 영어회화 공부할 때 목표를 "프리토킹이요!"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필자는 프리토킹이 영어회화 끝판왕이라고 생각한다. 주제에 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알아야 할 단어, 표현도 무한대이다.
잠깐 필자 경험을 공유하자면, 필자는 학교 발표, 토론이 단순 외국인 친구랑 대화보다 쉬웠다. 왜? 애초에 학교 영어 수업 따라가기 위해 공부를 하다 보니 거기 필요한 영어 위주로 공부했기 때문이다.
유튜브를 보더라도, hang out (놀다) 같은 일상 영어보다는 deviate (일탈하다)처럼 뭔가 학교 토론에 자주 쓰이는 단어에 눈길이 갔다. (실제로 나중 수업에 deviant behavior라는 단원이 있기도 했다)
그런데 이건 학교 수업이고 외국인 친구랑 캐주얼한 대화는 완전 다른 얘기였다. "내가 쏠게"같은 영어표현을 따로 신경 써서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영어에도 분명 종류와 범위가 있다. 그런데 보통 우리가 공부하려는 영어회화는 세상에 존재하는 영어 전체다. 그러니 학습방향에 혼란이 오고 분량이 많으니 는다는 느낌도 없는 것이다. (뒤에 말하겠지만, 이 목표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 현실적으로 필요한데 어떻게 하나?)
'저는 비즈니스 영어가 목표로 나름 구체적인데요?'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 비즈니스도 범위가 사실 광범위하다. 기계적인 일만 해서 매일 쓰는 영어가 100 단어 미만이다? 그럼 100 단어만 알면 된다.
그런데 대부분 비즈니스라 함은, 비즈니스 상황에서 '내 생각 말하기' + 직장 동료와 캐주얼한 토킹까지 모두 포함이다. 즉, 상황만 비즈니스이지 사실상 프리토킹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쉽지 않은 목표다.
앞에 쓰는 걸 잠깐 잊었다. 영어 범위의 중요성은 비행기를 타면 잘 알 수 있다. 스튜어디스분들은 기내 방송을 굉장히 유창하게 잘한다. 왜? 말해야 할 범위가 명확히 한정돼있기 때문이다. 호텔에서 쓰는 영어도 똑같은 맥락이다.
위 2가지 이유로 스피킹 학습을 지속하지 못한다. 계속 이어가면 3개월, 6개월 후, 별다른 평가가 없어도 본인이 실력 향상을 체감할 텐데, 변화를 보지 못하고 모든 걸 다 공부하려다 보니 중간에 포기한다.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학습 인식에서 비롯된 거다. 이제 2가지 해결책을 보자.
주 1회 또는 월 1회 식으로 실전 영어 말하기 기회를 갖는 것이다. 전화영어, 화상영어, 외국인과 대화 등등이다. 오해하고 있는 게 있다. 주 1회 전화영어 자체로는 실력 향상과 무관하다. 주 1회 10 분한다고 영어회화가 늘리 만무하다. 이 시간으로는 10년을 해도 절대 안 늘 거라 확신한다.
여기서 실전영어는 어디까지나 평가의 목적을 가진다. 본인이 매일 1시간씩 영어회화 공부를 하고 있다? 그럼 못해도 3개월쯤에 주 1회 화상영어 등을 했을 때 이전보다 말하는 속도가 살짝 올라갔다거나, 이전에는 분명 말 못 했던 문장인데 지금은 말을 할 수 있다거나, 예전에는 물어보지 못했던 문장인데 (의문문) 지금은 꽤 자연스럽게 구사한다는 등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미 비슷한 써놓은 글이 있으므로 아래 참조하길 바란다.
https://brunch.co.kr/@englishspeaking/143
그런데 1번의 경우 평가 치고는 비용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든다. 그래서 필자는 2번을 더 추천한다. 영어회화 공부 목표를 '일상 영어회화 잘해지기'로 잡는다? 앞서 말했지만 이는 정말 높으면서도 넓은 목표이다. 도달하려면 생각보다 아주아주 오래 걸린다.
따라서 목표를 더 구체화하자. 이번달 영어회화 목표는? 내가 뽑은 유튜브 영상 하나, 미드 한편, 도서 한 권 마스터하기로 정한다. 전체적인 영어회화는 잊자. 어차피 너무 멀었다. 현재 하고 있는 이 자료 하나! 이거 하나 마스터하기로 잡는다. 이런 조각들이 모여서 결국, 우리가 진짜 원하는 일상 영어회화라는 그림이 완성되는 것이다.
예컨대, 본인이 현재 재테크 관련 영어 영상 10분짜리로 공부하고 있다? 그럼 멀리 보지 말고, 이 10분짜리 영상 마스터에 전력을 다하자. 스크립트를 안 보고도 달달 말할 정도로 외워도 좋다. 물론, 이거 한편 끝낸다고 영어회화가 유창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최소 이 10분에 담긴 영어는 유창해진다. 이렇게 성실히 다음 자료, 다음 자료, 다음 자료를 쌓다 보면 점점 영어로 말할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날 것이다. 영어회화는 잘한다 vs 못한다 이분법적 구분이 아니다. 오늘은 5%, 내일은 6% 등 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과정이다.
쓰다 보니 글이 길어졌는데 정리하자면
영어회화는 당장에 느는 느낌이 들 수 없는 과목이면서 동시에 범위가 매우 넓다. 따라서 어차피 오래 걸리므로 멀리 보지 말고 지금 공부하는 자료 "하나" 마스터! 하기로 목표를 잡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