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이렇게 정확성에 집착하는가?
토익 700 또는 수능 3등급 이상이지만, 스피킹은 젬병인 독자에게 최적화된 글입니다.
직선처럼 곧장 들어가라
「글쓰기 훈련소」(임정섭, 경향미디어)에 나오는 Intro 쓰기 방식 중 하나이다. 거두절미하고 결론부터 제시한다.
보통 글을 잘 쓰는 기자들이 사용한다. 결코 글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근거가 충분하기에 감히 straight 형태로 포스팅을 시작하겠다.
본 글의 결론이다.
내가 말한 영어가 맞는지 틀렸는지 신경 끄자.
위 질문을 한 단어로 정리하면 정확도 (Accuracy)에 대한 걱정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항상 어휘적·문법적으로 틀릴까 봐 노심초사한다.
왜 정확도에 신경을 꺼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를 논하기 전에,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정확도에 집착하는지, 그 배경부터 살펴보자.
총 5가지 배경이 깔려있다.
1. 정확도 중심의 시험 영어
한국에서만 공부했다면, 다음 3가지 영어 공부만 했을 것이다.
① 학교 내신 ② 수능 ③ 토익
모두 시험용 영어이다. 그리고 3가지 모두 뚜렷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정확도에 따라 정답이 판가름 난다.
가장 적절한 어휘, 가장 적절한 문법을 골라내야 한다. 다음은 실제 모의 토익 문제 중 하나이다. 다 같이 풀어보자.
Negotiating _________ for a business partenrship requires carefully examining what the two parties will bring to the arrangement for their mutual profit.
(A) dominantly
(B) strategically
(C) impulsively
(D) inadvartently
(출처: 해커스영어 매일 실전 RC 풀기)
http://www.hackers.co.kr/?c=s_toeic/toeic_study/drc&front=dailytoeic&category=RC&uid=5149
- 정답: (B)
- 이유: 문맥상 '전략적으로'라는 뜻을 가진 부사 Strategically 가장 적절. 참고로 dominantly는 '지배적으로', impulsively는 '충동적으로', inadvertantly는 '무심코, 우현히'라는 뜻.
이처럼 정확도만을 평가하는 교육을 최소 10년 동안 받아왔다. 그러니 정확성만 중시하는 공부 습관이 어디 가겠는가? 정확도 중시 성향은 거의 제2의 천성(second nature)이 되었을 정도이다.
2. 눈에 잘 잡힌다.
어휘적·문법적 오류는 영어 튜터 입장에서 쉽게 파악된다. she has to인데 she have to라고 말한다면 금방 티가 나고 튜터가 바로 고쳐줄 수 있다.
게다가 학습자 자체도 벌써 정확도 중심 교육을 받아 왔기 때문에 스스로 정확도 문제를 가장 신경 쓴다. 아니 정확도 요소만 따진다.
최근, 유튜브에서 '연예인 영어 실력 평가하기'라는 제목의 컨텐츠를 보았다. 보통 발음, 인토네이션, 문법, 어휘력을 기준으로 영어 실력을 평가했다.
이거 말고 그럼 어떤 기준으로 영어 실력을 평가할 수 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는 아직 언급도 안 했다. 표면으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곧 다루도록 하겠다.
3. 영어 선생님 입장에서 가르치기 쉽다.
튜터 입장에서 스피킹에 필요한 어휘, 표현, 문법적 지식을 단순히 전달하는 일은 쉽다. 인원이 몇 명이든 강의실에 앉혀 놓고, 단어의 뜻, 어원, 배경, 예시 등을 설명만 하면 된다. 정확히 우리가 하고 있는 학습이다.
하지만 수강생들이 배운걸 실제로 스피킹을 하게 만드는 일은 어렵다. 취미와 관련된 어휘, 표현을 30분 동안 설명했다고 치자. 그리고 "What is your favorite hobby?"에 대해 스피킹 하라고 시켰다.
가르쳤던 표현을 실제로 활용할까? 아니 표현을 쓰던 안 쓰던 10분이라도, 5분이라도 과연 인텐시브 하게 스피킹을 할까?
아니다.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배웠던 표현을 활용하기는커녕, 1분 동안 최소한의 분량 조차 쏟아내지 못한다. 선생님도 답답할 것이다.
당신이라면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말을 하라고 혼내겠는가? 대화가 끊기면 다시 다음 표현으로 넘어간다. 그래야 가르치고 있다는 느낌이 드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쉬우니까.
4. 학생 입장에서 성취감을 느낀다.
정확성에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어휘, 정확한 어휘를 배운다. 지식 지향적 학습으로 흘러간다. 여기서 우리는 성취감을 느낀다.
왜냐하면 지식은 '단어 몇 개, 표현 몇 개, 슬랭 몇 개를 배웠다' 하는 식으로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5. 진짜 문제를 모르고 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우리는 정작 가장 중요한 문제를 등한시하고 있다. 바로 속도감에 해당하는 Fluency이다. Accuracy에 신경을 꺼야 한다는 말은 Fluency에 올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Fluency 영어회화에서 가장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문제점으로조차 인식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1. 지나치게 Accuracy 중심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 Fluency라는 개념조차 생소하게 느낀다.
2. 말하는 속도 향상은 눈에 잘 잡히지 않기 때문에.
→ 유튜브에서 평가되는 연예인은 이미 영어를 매우 잘하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언급이 될 필요도 없을 만큼 말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바로 이 속도부터 급격하게 떨어진다.
3. 선생님 입장에서 가르치기 어렵기 때문에.
→ 위에서 설명했다시피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일은 쉽다. 그러나 실제로 그 지식을 스피킹 능력으로 끌어올리게끔 훈련시키는 건 매우 어렵다.
4. 학생 입장에서 성취감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에.
→ 속도는 단어 하나, 두 개, 세 개처럼 셀 수 없으며 향상 속도도 더디다. 목표가 추상적이고 단기간에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중간에 쉽게 포기하게 된다.
5. 계속해서 말하지만, 위 4가지 이유를 떠나서 애초에 문제점으로조차 인식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 문제점 분석이 잘못되었으니 목표도, 학습법도 틀릴 수밖에 없다.
우리는 내가 말한 영어가 맞는지 틀리는지 신경 꺼야 한다. 왜 그럴까?
1. 최고 우선순위, Fluency.
"제가 말한 게 맞는지 틀리는지 어떻게 알죠?"는 정확도의 문제이다. 스피킹 마스터 단계 중 Step 3에 속하는 Accuracy에 속한다.
오해하지 마시라.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그 보다는, 그 전 단계로 말하는 속도감을 뜻하는 Fluency부터 잡고 넘어가는 게 우선순위에 맞다.
자원은 한정돼있으니 급한 거부터 처리해야 한다. 급한 거의 기준은? 당연 커뮤니케이션 가능성이다.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Accuracy는 좀 떨어져도 괜찮지만 Fluency는 결코 떨어져서는 안 된다. 두 가지 케이스를 비교해보자.
A는 정확도는 높지만 유창성은 떨어진다. 반대로 B는 정확도는 좀 떨어지지만 유창성만은 높다. 두 사람은 같은 문장을 상이하게 말한다.
내 인생에서 했던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는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것이야.
A: One of the.... biggest mistake... which.... I have made...... is... not graducating from... um an elementary school.
B: One of most big mistake I made is not finishing the elementary school.
여러분은 A와 B 중 누구와 대화하겠는가? 한국어로 치환해서 생각해보시길 바란다. 비록 문법적으로 틀렸어도, 비록 단어적으로 틀렸어도, B가 영어 의사소통에 유리하다.
그러므로 80% 이상 Fluency 도달하기 전까지는 Accuracy 문제는 완전히 접어두어야 한다.
또 다른 예시로 며칠 전 아버지가 말씀하신 예시 하나만 집고 넘어가자.
우리 가족은 강릉에서 좋은 날을 지내고 왔다.
a) 아버지 대답: Our family had a good days in 강릉.
b) 어머니의 반박: a는 단수 앞에 쓰이니 days랑 같이 쓰일 수 없다. 말이 안 되는 문장이다.
c) 나의 첨삭: Our family spent good timed in 강릉
d) 엄빠의 반응: 캬 역시~
얼핏 보면 Accuracy가 중요해 보인다. 하지만 함정은 아버지는 다음과 같이 말한데 있다.
a) 아버지의 실제 스피킹: Our family.... had... had... a good, good days... in 강릉. [3초]
*[걸린 시간]
즉, 정확도를 떠나서 속도감이 떨어진다. days 앞에 a가 들어가니 못 들어 가니는 당장의 문제가 아니다. 틀려도 좋다. 일단은 속도감 있게 매끄럽게 말하는 Fluency가 먼저이다.
외국인 친구와 대화를 빨리 하고 싶은가? 회사 미팅에서 자기주장을 강력하게 하고 싶은가? 영어 PT를 좀 더 유창하게 하고 싶은가? 다시 말해 빨리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은가? Accuracy는 잠시 접어둬라.
Fluency에 올인하라.
2. 우리는 그렇게 심각한 실수를 하지 않는다.
Accuracy가 커뮤니케이션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Fluency보다 영향력이 작다는 뜻이다.
Accuracy가 현저하게 낮다면 역시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생긴다. 아래와 같이 말하면 아마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Own family took good date below 강릉.
그러나 예상 독자 여러분은 이미 상당 수준의 Accuracy에 도달해 있다. 거꾸로 Fluency는 떨어지는데 상대적으로 Accuracy는 괜찮다. 왜냐하면 Accuracy 위주의 시험만을 위해 공부해왔으니까.
다시 말하면, 우리는 그다지 큰 어휘적, 문법적 실수를 하지 않는다. 어쨌든 상대방이 알아듣게 문장을 뱉는다. 다만, 속도가 너무 느려서 문제이지.
3. Accuracy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Accuracy를 위해서라도 Fluency에 집중하는 게 맞다. Fluency 향상을 위해서는 우선, 스피킹 분량을 최대한 많이 쏟아내야 한다.
틀리던 맞던. 우리는 애초에 정확하게 첨삭할 분량조차 부족하다. What is your favorite hobby? 와 같은 간단한 질문에조차 1분 쉬지 않고 말을 하지 못한다.
높은 Fluency에 도달하면, 즉 분량을 충분히 쏟아 낸다면 첨삭은 자동적으로 일어난다.
어떻게? 지난 포스팅에서 다룬, Output 98% + Input 2% 전략에 따라서. Accuracy는 의식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Accuracy는 Fluency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스끼다시에 불과하다.
결국, "제가 말한 영어가 맞는지 틀리는지 어떻게 아나요?"는 Accuracy에 관한 질문이다. 현시점에서 이 질문에 답하는 건 의미가 없다. 너무 앞서간 질문이다.
그 보다는 "어떻게 하면 스피킹 속도를 올릴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야 한다. 다시 말해, 커뮤니케이션 가능성 관점에서 Fluency가 Accuracy보다 몇 배는 더 중요하다.
Accuracy를 먼저 따지는 건 마치 5m 패스도 못 하는데 "어떻게 하면 호날두처럼 무회전 킥을 찰 수 있죠?"라고 묻는 태도와 같다. 올바른 문제의식 및 정확한 목표 설정의 중요성이다.
학원만 열심히 다닌다고 스피킹이 늘 거라고 생각지 마라. 우리나라 영어 교육은 지나치게 지식적 정확성만을 추구한다.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Fluency는 안중에도 없다. 학생도, 선생님도, 시스템도 모두.
하지만 시스템이 엉망이어도 개인 수준에서 현명하게 학습한다면 남들과 다른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러려면 스피킹 학습에 대한 이해가 필수이다. 필자가 브런치에 글을 기고하게 동기기 여기 있다. 동시에 여러분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구체적인 Fluency 향상 방법은 다음 글 위클리 메거진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관련 브런치 글
1. 제가 말한 영어가 맞는지 틀리는지 어떻게 아나요?
글쓴이 심규열 소개
100% 국내파 영어 스피커.
제대로만 한다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영어 회화되더랍니다.
3년 동안 다녀본 회화 스터디만 얼추 50개.
열심히는 했지만, 대부분은 시간 낭비.
긴 길을 빙빙 돌아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소중한 자원 낭비 없이, Fluency 80% 이상 도달할 수 있도록,
최고 효율의 영어회화 학습법을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