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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id Kang Aug 16. 2020

호주흔적#05

사진으로 말해요 : 먹고 마시고 퍼스하라

오늘은 미술관에 왔다
'AGWA' 서호주에서 가장 규모가 큰 갤러리이다
호주에 온 뒤 가장 집중했던 시간을 뒤로 하고
쌀국수를 먹으러 퍼스 북녘으로 넘어 왔다
근처에 공차가 있어 밀크티를 우선 겟한다
퍼스에서 가장 유명한 쌀국수 집이라고 하니
기대를 해도 좋을 것 같다
양상추가 빠져 있지만 놀라지 말아야지
명태 살이 빠져 있지만 놀라지 말아야지
무가 빠져 있는 것을 발견할 때 즈음 뭔가 틀렸다는 자각이 왔다
쌀국수 따위는 잊고 하늘을 보자
주변과 어울리는 그림도 보자
다시 숙소로 넘어가는 길에
시선이 닿은 누군가의 (아름답던)결혼식은
남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꽃들과
익숙한 이름이라 더욱 낯선 나무
그리고 그리스 양식이 적당히 섞인
법원에서 이뤄졌다
퍼스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연리지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나무를 보며 (모르는)그들을 축복한다
너무 뻔한 곳에 있어서 번번히 지나쳤던 곳을 찾는다
지는 해를 구경하기로 한다
퍼스에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이유다
몽블랑과 마끼아또를 주문한다
영 거슬리는 크림의 에러와
영 거슬리는 잔 크기는 애써 무시한다
뻔한 멜로디와 뻔한 풍경에 취해
언젠가 또 찾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오늘의 엔딩요정은 퍼스 지역 특산품으로



뻔하지만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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