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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id Kang Aug 17. 2020

호주흔적#06

사진으로 말해요 : 의식의 흐름대로 퍼스

간소하게 아침을 챙겨 먹고
가이드 북에 소개된 숙소 근처 관광지를 찾는다
영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이곳은
퍼스 조폐국이라는데 그닥 구미가 당기는 곳은 아니다
보란 듯이 놓여져 있는 동상을 잠시 보도록 하자
반짝이는 자본주의의 눈망울이 무척 귀여운 동상이다
보란 듯이 진열되어 있는 각종 기념품도 구경하자(애옹만세)
귀엽지만 물욕을 일깨울 정도는 아니다
빅뱅이론으로 스팍을 배운 사람이 나말고 또 있을까 궁금해진다
물욕은 커녕 취향을 스치지도 못하는 다기들도 구경해준다
이 편이 살짝 나은 정도다 라고 말하려다 관둔다
동행인 포함 1시간짜리 투어 신청 관광객들을 뒤로 하고
주변 탐방을 나선다
로열 민트에 흥미는 없지만 퍼스는 이렇게나 귀엽다
내 발도 함께 담아 본다
마틴 스콜세지 같은 분이 서 계시네 라고 독백한다
언젠가 스트로마톨라이트를 보러 갈게 딱 기다려! 라고 독백한다
얼마간 구경하다가 처음 보는 패키지의 물을 하나 구입한 뒤
투어를 마친 동행인과의 합류를 위해 민트로 향한다
(아마도)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을 만난다
호주 온 뒤 첫 흐린 하늘에 2월의 장미를 담는다
오늘의 점심은 인도식이다
비건은 아니지만 비건식이다
여기에 오신다면 라씨는 망고로 드세요(망고 안 좋아함)
맛있는 걸 먹고 기분 탓에 기념품도 하나씩 구입한다(광고 아님)
맞은 편엔 마침 관광지도 있다(런던 코트)
식 후 커피를 위해 가장 오래되어 보이는 가게를 찾는다
여행느낌(?)을 내고 싶어서 아인슈페너를 주문했다
퍼스 기념품도 함께 담아본다(광고 아님)
해가 기울면서 보란 듯이 하늘이 맑아지고 있다
그 하늘에 우리의 그림자도 한번 담아 본다
바오밥 나무를 한번 더 만나기로 한다
시선을 두는 것만으로도 근사한 기분이 든다
자꾸만 발목을 잡는다
내일은 퍼스의 마지막 날이다
장미가 없었다면 담지 않았을 주택가를 지나
어제 머물었던 곳을 다시 찾는다
야경을 벗 삼아 저녁은 이태리식이다
면 선택이 되지 않아 살짝 아쉽다
뉴욕은 가보지 않았지만 뉴욕 같다고 우스운 독백을 한다
이별이 다가오고 있어서 쓸쓸한 마음이 든다


퍼스 엘리자베스 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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