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도 여전했다.
드러누워 미적거리다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쳐다보는, 바뀐 시간을 보고 일이십 분을 날려 먹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그런 무료감이 자책감으로 이어가는 순간이 잦았다.
너무도 익숙한 패턴이다.
역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자책감의 원인은 시간을 놀면서 보냈다는 데에 있지 않다. 오히려 제대로 놀지도 않았다는 것에 화가 난다.
재미도 무엇도 없는 시간, 말 그대로 무의미하게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 미치겠다.
그런데, 리스트를 적어보니 제법 잘 놀았지 싶다.
이름 짓자면 <1월 취향 보고서> 정도 되겠다.
- 읽기 / 7권
『어린 왕자』, 『아무튼, 술』, 『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 『카레 만드는 사람입니다』, 『시소몬스터』,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대한제국 멸망사』
- 쓰기 / 2건
1월 1일 루틴_#1. 우동 한 그릇 _ 국물이 끝내줬던 이유
1월 1일 루틴_#2. 어린 왕자 _ 자가 심리 측정기
- 관람 / 10건
영화
<프랑스>, <바라나시>, <런치박스>, <공범>,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저날의 레베카 캐스트는 정말... 몇 차례 회전문 중 가장 정석 그 자체였습니다. 뮤지컬
<레베카>, <프랑켄슈타인>
스탬프 투어를 성공하면 박물관 별로 다른 선물도 준다죠.
전시_ 광화문 600년: 세 가지 이야기
국립고궁박물관 <고궁연화古宮年華, 경복궁 발굴·복원 30주년 기념 특별전>
서울역사박물관 <한양의 상징대로, 육조거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공간으로 보는 한국현대사, 광화문>
- 밤마실
자전거 770km
원하는 만큼 읽었고, 보고 싶은 만큼 봤고, 하고 싶은 만큼 했고, 자고 싶은 만큼 잤다.
아닌 게 아니라 한량이었다.
행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큰 스트레스는 없던 것 같다.
잔잔한 1월이었다.
‘어?!’
장래희망을 이뤄버린 것 같다.
내 인스타그램 자기소개란에 적힌 ‘장래희망 : 그럭저럭 행복한 한량’에 걸맞은 한 달이었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면 이쯤의 일정이 되는 걸까.
내가 바란 한량의 모습이 이런 거였을까.
그럼 이제 더 바랄 게 없는 걸까.
이쯤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보장이 있다면 이대로도 충분할 것 같다.
하지만 겨우 이 정도를 위해 얻어야 할 게 많고, 그래서 해야 할 게 많다.
다시금 익숙한 문제에 부딪힌다.
‘시간이 부족하다.’
정말?
아닐 수 도 있겠다는 의심이 든다.
만족할 만큼 잘 논 이번 달에도 무료한 시간이, 그래서 스스로에게 욕을 하며 보내는 시간이 너무도 많았으니까 말이다.
January. Seoul. Pentax Mesuper
그래서 말인데...
2월에도 잘 자고, 잘 놀아야지. 다만 낭비로 채워지는 공간을 빼야지.
그 빈자리는 새해 복으로 채워야지.
마침 오늘은 구정이라 다시 새해라고 정신승리까지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잘 부탁해요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