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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토 Apr 25. 2024

도서관을 왜 지역공동체라고 하나요?

마을 어린이도서관 만들기 기록 3.

2007년 5월16일(수) 


모둠별로 둘러앉아 조미료같은 ‘수다'를 섞어 생활나눔이 정리될 즈음, 어린이 시가 눈에 들어온다. 제목은 ‘딱지 따먹기'     

딱지따먹기 노래를 부르는 윤*향씨와 딸

  

‘딱지 따먹기 할 때/ 딴 아이가 내 것을 치려고 할 때/ 가슴이 조마 조마한다/ 딱지가 홀딱 넘어갈 때/ 나는 내가 넘어가는 것 같다 나는 내가 넘어가는 것 같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 딱치치기 하던 어릴적 친구들이 떠오른다. 흙마당에서 내 딱지를 바닥에 놓고 친구가 자기 딱지로 힘껏 내 딱지를 치면서 넘어가는 장면. 이웃끼리 낮은울타리로 모여살던 골목길이 정겨운 풍경으로 다가온다.     

 메모지를 붙이기 전에 주제를 적어본다.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열심히 공부(?)한다.
어떤 주제를 골라 토론할까?


‘어린이 도서관'이란 큰 틀에서 10가지 주제별로 모둠활동이 있었다. 어린이도서관에서 흔하게 부딪치는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여서 풀어나갈지 주제에 따라 다양한 의견들을 메모지(포스트잇)에 써서 붙인다음, 한 모둠이 한가지 혹은 두가지 주제를 갖고 집중 토론을 벌이며 나름의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물론 그 결론에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하고 다시 고민해볼 수 있다.

     

‘어린이도서관'을 떠올릴 때 궁금했던 점, 서로 얘기하고 싶었던 점은 무엇일까?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떠들어요, 어떻게 하죠? 저는 제 아이에게만 책을 읽어줬어요. 책읽기와 관련해서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는데 무엇을 알아야 하나요? 아이가 혼자 책을 읽으려 하지 않아요. 방법이 없을까요? 어른도서관도 필요한데 꼭 어린이도서관이어야 하나요? 도서관을 왜 지역공동체라고 하나요? 우리동네는 잘 사는 편에 속해요, 힘들여서 다시 도서관을 만들 필요는 없잖아요? 회원등록할 때 회비를 받으면 좋겠어요. 꼭 자기가 사는 동네에만 어린이도서관을 만들어야 하나요?...     

 집중토론자료. 주제에 따라 메모지에 다양한 의견들이 적혀있다.

      


발표하는 시간이 되었다. 어떤 의견들이 나왔을까? 모둠에서 한사람씩 발표자가 나왔다. 10가지 모두의 주제는 어린이도서관에서 사서를 담당하거나 책읽어주기 등을 하면서 실제 아이들과 겪게되는 일들이다.     


떠드는 아이들을 어떻게 제지할까? 자원봉사 3년차인 김*주(‘알짬'마을어린이도서관)씨는 내 머리 ‘뚜껑'이 열릴 때까지 참으며 아이가 조용해지기를 기다린다고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는 일, 아이들에게는 어떤 환기가 필요하다. 어떻게? ‘눈을 맞추며 웃으면서 다가가 살짝 꼬집어준다.'는 김은주씨 말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번진다.


어린이도서관의 회비는 ‘회비를 받지 않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는 의견은 99%였다. 회비는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에게 거리를 두게한다. 책 대출이 늦을 경우에 하루당 100원씩을 받자는 의견도 나왔다.     


도서관을 왜 지역공동체라고 하는가. 이 문제는 실질적으로 우리의 생활과 곧바로 연결되어 있다. 대전 동구 추동(도시와 농촌의 중간) 같은 경우 지역의 문제점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장소가 없다고 한다. 청장년층의 조기축구회, 바르게살기모임, 통·반장 모임 등이 있긴 하지만, 동네주민들이 편안하게 찾아와 독서활동이나 자원봉사를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가는 분위기는 없다. 마을에 도서관이 생기면 서로의 ‘품앗이'가 필요하다. 내가 가진 ‘재주'를 서로 나누기 할 때 지역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바쁜 아이들이 일주일에 한번이나 두 번 서로 모여 또래들끼리 ‘작당'할 수 있는 장소가 도서관이라면 어떨까?     


내가 사는 동네에만 꼭 어린이도서관을 만들어야 하는 물음에서는 아이들이 쉽게 갈 수 있기 때문에 우리동네에 있어야 된다는 생각과, 여의치 않다면 이웃동네에 만드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는 의견이 있었다. 사회·경제적으로 도서관문화에 소외받는 아이들이 많은 동네에 도서관이 생긴다면 도움을 주고 싶고, 책을 통해 희망을 보게 해주길 바라는 따뜻한 마음들이 엿보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내가 사는 마을의 공공건물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눈여겨보기로 했다. ‘이곳에 어린이도서관이 생긴다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살펴보니 우리동네(예:유성구 송강동)의 건물이나 터가 새삼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초등학교 옆에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다. 열 걸음 안팎으로 파출소와 동사무소도 있다. ‘구즉 묵마을'이었던 터에는 지금 아파트 건물이 새롭게 올라간다. 초등학교는 앞으로 학급수를 늘려야만 할 것이다. 이 근방에 마을어린이도서관이 꼭 있어야 하는 이유가 자꾸 눈에 띈다. 아이들은 책을 보며 운동장에 가서 뛰어놀기도 하고 멀게만 느껴지던 순경아저씨들도 동네아저씨로 가깝게 느낄 수 있겠다.     


여름철 시원한 느티나무 그늘에 모여앉은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를 음악소리처럼 들으며 옛날이야기를 준비하는 내모습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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