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갈까도 생각했지만 그래도 어쩌겠어 글은 써야지..
올해 들어 가장 바쁜 한 주였다. 아니, 몇 년을 통틀어도 이만큼 바빴던 적은 드물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바쁨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최근 초콜릿 매장에서 일하게 되면서 초콜릿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부터 매장 운영, 직원 관리, 그리고 책임자로서의 역할까지 새롭게 배워야 할 일이 많아졌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찬 하루하루지만, 그 와중에도 영어 공부와 독서는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갓생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는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루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주가 유난히 힘들었던 이유는 한 가지 상황 때문이다.
2월과 3월은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로 인해 초콜릿 업계의 성수기다. 당시 한 직원이 퇴사를 앞두고 휴가를 요청했지만, 성수기라는 이유로 본사에서 승인을 받지 못했고, 그 휴가는 결국 이번 주로 밀리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나는 화요일부터 다음 주 월요일까지 7일 연속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6일째 근무를 마친 상태다.)
화요일엔 백화점 휴무일 다음 날이라 음료 베이스와 아이스크림 머신 세팅을 새로 해야 했고, 수요일에는 신메뉴 론칭과 함께 본사 대표님이 직접 참여하는 품평회와 백화점 위생 점검까지 겹치며 하루 종일 긴장의 연속이었다. 다행히 큰 이슈 없이 마무리되었지만, 그날의 긴장감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목요일엔 물품 입고가 있어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했고, 금요일부터 주말까지는 매장의 주요 매출이 집중되는 날이라 더욱 분주했다. 신메뉴 반응이 좋아 매출은 눈에 띄게 올랐지만, 하나하나 손이 많이 가는 메뉴들이라 매출의 기쁨과 피로가 동시에 찾아왔다.
그 바쁜 와중에도 독서 루틴은 지켰다. 이번 주에 읽은 책은 '피터 린치의 투자 이야기'이다.
주식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이름 : 피터 린치, 워런 버핏, 찰리 멍거.
그중 피터 린치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해서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펼쳤지만, 의외로 책의 절반 이상은 주식 시장의 역사와 투자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설명이었다. 물론 유익하긴 했지만, 정작 피터 린치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나 철학은 거의 언급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제목에 걸맞은 깊이 있는 이야기를 기대했던 독자라면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
책에서 반복해서 강조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좋은 기업에 투자하고, 오래 들고 가라.
주식 시장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횡보하거나 하락하고, 단 5%의 구간만이 상승장을 겪는다. 때문에 저점을 맞추려 애쓰기보다는, 좋은 기업을 찾아 여윳돈으로 정기적으로 투자하고, 오래 보유하는 것이 현명한 투자 방법이라는 것이다.
책에 등장한 대표적인 예시는 이렇다 :
1980년대 대세 상승장이었던 5년 중 상승기 구간에 투자를 하지 않은 경우 연 수익률이 4.3%에 불과했지만, 꾸준히 투자한 사람은 연평균 26%라는 높은 수익을 기록했다.
이처럼 타이밍을 맞추기보다는 시간이 복리로 수익을 만들어주도록 기다리는 것, 이것이 피터 린치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책에서는 저축이나 채권도 재산을 늘리는 좋은 수단이지만, 인플레이션을 감안했을 때는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 주식은 물가 상승과 함께 기업의 수익도 오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 투자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반드시 필요한 자세가 있다. 바로 손실에 대한 두려움을 견디는 힘이다. 많은 투자자들이 하락장에서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손절을 하게 되며, 그로 인해 손해를 보고 시장을 떠난다. 진짜 투자자는 시간과 함께 인내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묻어둘 생각으로 투자하라.
시간이 돈을 벌어다 줄 수 있도록.
최근에는 미국의 관세 문제, 연준의 금리 정책 등으로 인해 주식 시장이 다시 하락장으로 접어들고 있다.
나 역시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가 망설여지는 시기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공부하기에 좋은 때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밈 주식으로 짧은 기간 수익을 냈던 경험이 있다. 내가 매도한 후 급락한 주식을 보고 '운이 좋았구나' 싶었던 그때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때가 처음으로 양도소득세를 냈던 년도 인데 아직까지 기억이 생생하다.
이번 주 책은 큰 인사이트를 준 건 아니지만, 기본적인 투자 마인드를 다시금 되새기는데 도움을 준 책이었다.
그리고 미국은 항상 하락장을 잘 견뎌왔고, 꾸준히 장기적으로 주식을 보유한다면 결국에는 크게 리턴을 할 수 있다는 나름의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좀 더 본격적으로 기업 분석과 다른 투자자들의 철학에 대한 책들을 읽으며 투자 공부와 투자를 다시 시작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