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 관람자

“봉 삼촌, 대신… 그럼 내가 비밀 하나 가르쳐 줄까?”

by Boradbury

돈이 없는 지갑은 인기가 없다. 내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나랑 이 녀석의 처지가 같다고 하는 게 아니라 엄연히 다르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적 지위란 돈에서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녀석이 내 돈을 품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녀석의 것이 되는 건 아니다. 돈을 품은 그 녀석은 또한 내 것이기 때문이다. 플랑크톤을 먹은 아주 작은 물고기를 삼킨 조금 큰 물고기라고나 할까.

세렝게티는 아프리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곳에도 존재한다. 계속 더 큰 놈이 더 작은놈을 먹고 먹어 자신에게로 예속 시켜 나가는 것, 그래서 자신의 몸을 부풀리고 그만큼의 지위를 얻어내는 것. 그것이 내가 사는, 우리가 사는 바로이곳이다.

내 주변은 온통 한심한 작자들 천지다. 그들은 세렝게티를 대관령 양 떼 농장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극단적 낭만주의에 빠진 건지, 낙관이 천성인 건지 알 순 없지만 하룻강아지처럼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이곳을 칠락팔락 뛰노는 꼴이라니. 저러다가 은밀히 뒤를 밟는 하이에나 떼에게 호되게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지. 비관이 천성인 난 이렇게 늘 흙빛으로 덧입혀진 선글라스를 통해 사람들을 바라본다.

“봉 삼촌, 여기서 뭐 해?”

수리 목소리에 성급히 녀석을 바지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뭐 지갑에 숨겨둔 거라도 있어? 아… 여자 사진이구나?”

“아니야, 그런 거.”

“아니긴 뭐가 아니야? 줘 봐. 내가 봐줄게. 자고로 여자는 여자가 아는 거야.”

영악한 계집애. 수리는 화장품 가게 딸래미다. 이제 겨우 여덟 살인 게 자기보다 서른 살이나 많은 날 놀리는 재미에 산다.

“짝사랑?”

“그런 거 아니래두!”

수리는 책가방을 옆에 내려놓으며 내 쪽으로 긴 눈을 흘겼다. 저럴 땐 제 엄마랑 눈매가 똑같다. 그러고 보니 요새 예지 얼굴을 못 본 것 같다. 여름이라 화장품 가게가 바쁜가.

“하기야… 봉 삼촌이 돈이 있어야 여자도 만나고 하지. 여자들은 돈 많은 남자를 좋아하거든. 우리 엄마 봐봐. 건물주 아저씨 꾀어서 이젠 사모님 소리 듣고 살잖아.”

김예지, 도대체 애한테 뭘 가르친 거냐. 조그마한 수리의 얼굴 위로 예지의 어릴 적 얼굴이 애초에 한 그림이었던 것처럼 완벽하게 겹쳐졌다. 비스듬히 꺾여 있던 예지의 머리, 눈, 입술.

“베이비,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애들은 애들답게 말해야지.”

“애들답게 말하는 게 뭔데? 안녕하세요, 아저씨? 오늘은 햇볕이 쨍쨍해서 병아리 떼 뿅뿅뿅 봄나들이 가요. 뭐 그런 거? 웃겨, 정말. 하하하…”

크게 벌린 수리 입안으로 빨갛고 동그란 사탕이 보였다. 수리의 말대로 오늘은 햇볕이 쨍쨍해서 병아리 떼 뿅뿅뿅 봄나들이 갈 것 같은 날이었다. 하지만 병아리 떼 대신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건 탄이었다. 탄이는 웰시코기와 진돗개 믹스견임에 틀림없다. 얼굴 생김새는 진돗개를 닮았는데 다리가 유독 짧았다. 두 달 전부터 이 동네를 돌아다녔지만, 딱히 주인은 없어 보였다. 주인이 있었더라면 탄이가 저렇게 끊어진 목줄을 달고 다니진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어디 개 시장에서도망쳤거나 평생 묶여 일 미터 개로 살다가 탈출했거나 했겠지. 그런 탄이에게 수리는 볼 때마다 과자를 던져 주곤 했다. 그래서인지 수리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이 되면 탄이는 기가 막히게 이곳에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수리가 탄이를 보자마자 가방에서 과자 봉지 하나를 꺼냈다. 배가 빵빵하게 터질 것 같은 봉지가 마치 호일 풍선 같았다. 탄이도 벌써 그 맛을 아는지 턱 아래로 침을 질질 흘리며 수리 앞에 다소곳이 앉았다. 그리고 수리의 명령에 따라 앞발을 들어 올려 손을 흔드는 시늉을 했다. 그런 걸 보면 탄이가 꽤 똑똑한 개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봉 삼촌,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탄이를 모두 검둥이라고 부르는데 왜 삼촌은 탄이라고 불러?”

“요즘 예쁜 개 이름도 얼마나 많은데 검둥이가 뭐냐? 하얀색이면 흰둥이, 노란색이면 누렁이. 그런 이름들은 이제 인기 없어.”

“인기가 없어? 아, 삼촌처럼 끈 떨어진 가방 같은 거구나?”

방심하다가 또 당했다. 수리에겐 정말 말로 이길 수가 없다. 영악한 계집애. 제 엄마하고 똑같은 계집애.

“에이씨… 봉 삼촌, 탄이가 내 과자 다 먹었어. 나 과자 사게, 돈 좀.”

“그러니까 누가 다 주래? 너 먹고 조금만 나눠줬으면 됐잖아.”

“삼촌은 어떻게 항상 그렇게 인정이 없어? 딱 봐도 온종일 굶은 얼굴이잖아. 저 갈비뼈 좀 봐. 그 뭐더라? 음… 아! 측. 은. 지. 심. 그런 게 좀 있어 보라구.”

“그것도 너희 엄마가 한 말이냐?”

“아니, 이건 아저씨가. 아저씨는 울 엄마를 보면 항상 그런 마음이 든다던데?”

그 말, 예지가 들으면 엄청 싫어할 텐데… 별수 없이 주머니 속에서 녀석을 다시 꺼냈다. 그리고 녀석이 꼭 붙들고 있던 천 원짜리 두 장을 수리에게 건넸다. 가게로 뛰어가는 수리 뒤로 탄이도 함께 따라 뛰었다.


예지의 배가 이름 없는 작은 봉분 같았다.

“오빠, 애 지우게 돈 좀.”

“그러니까 누가 다 주래? 이용할 만큼만 하고 마음은 조금만 줬으면 됐잖아! 너 그 남자 돈 많다고 붙어 다닐 때부터 알아봤어, 내가!”

순간 나도 모르게 말이 너무 격하게 날아갔다 싶었다. 그래서 급히 먼 곳으로 시선을 던졌다. 시선은 자꾸 나와 예지의 주변을 빙글빙글 맴돌기만 했다. 둘 사이에 미지근한 초여름 공기가 내 시선을 따라 느린 속도로 돌았다. 예지는 그 공기만큼이나 미지근한 표정으로 벤치에 앉아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을 바라봤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아이를 지우고 싶단 말은 진심일까. 그러다가 주변을 맴돌던 내 시선이 예지의 옆얼굴에 날아와 앉았다. 햇빛에 붉은색으로 반짝이는 단발머리가 얼굴을 반쯤 가렸지만, 그것만으로도 예지의 표정을 읽기엔 충분했다.

“그렇게 쳐다보지 마. 기분 나빠. 길거리 거지 보는 것도 아니고.”

“아, 미안. 난 그냥… 아까 말은 좀… 심했지? 그러려던 게 아니라…”

“돈 줄 거야, 말 거야? 안 줄 거면 꺼져. 내가 뭐 오빠한테 구걸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주기 싫으면 빌려주든가. 벌어서 갚을게. 이자도 쳐서.”

예지는 늘 그런 식이었다. 반사회적 성격을 가진 사람처럼 다른 사람과 마음을 잘 나누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사실 자신의 아픔엔 모두가 쳐다봐 주길 바랐다. 고문 상자에 몸을 구겨 넣은 사람처럼 상자 안쪽으로 촘촘히 박힌 못들이 점차 자기를 향해 좁혀오는 것 같다고, 겉으론 멀쩡하지만 안으로 나 있는 못들이 언젠간 자기를 찔러 죽이고 말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도대체 예지는 어떤 상자 속에서 사는 걸까. 그것은 정말 고문 상자일까.

마지못해 녀석을 꺼냈다. 예지의 옆얼굴이 내 마음을 그렇게 하도록 재촉했다. 녀석은 이번 달 고시원 월세를 품고 있어서 제법 배가 두툼했다. 내가 그 안에서 돈뭉치를 꺼내려고 하자 녀석의 반발이 심했다. 오래된 가죽이 지폐에 떡 붙어 잘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녀석, 네 마음 다 안다. 사실 나도 그래. 하지만 어쩌겠어. 몇 번이나 손으로 문질러 달래고 나서야 녀석이 돈뭉치를 잡고 있던 손을 어렵사리 놓았다.

“삼십 만 원이다. 내 전 재산. 근데 정말 할 거냐, 그 수술?”

“오빠가 뭔 상관이야? 애 아빠도 아니면서. 신경 꺼.”

“내가 돈 냈으니까! 원래 돈이 그런 거니까! 자본주의 국가에선 돈이 곧 힘이고 지위니까 나한테도 그만한 자격이 이제 생긴 거지!”

“뭐래? 내가 저래서 공부를 안 하는 거야. 공부가 사람을 완전히 버렸어. 그럼 오빠, 이것도 알겠네? 오빠 말대로 자본주의 국가에선 돈을 가진 사람이 힘센 놈이니까 이젠 내가 오빠보다 힘이 세졌다는 거. 오빠 돈은 이제 내 손으로 넘어왔으니까.”

예지가 크게 벌려 웃는 입안으로 씹던 분홍색 껌이 보였다. 영악한 계집애. 난 그날 이후로 다른 사람을 위해 녀석을 꺼내어 본 적이 없다. 한 사람만 빼고. 예지를 똑 닮은 여덟 살짜리 계집애, 수리.


수리가 새로 사 온 과자 봉지도 점점 비어갔다. 질소를 산 건지, 과자를 산 건지 알 수 없는 저 과자 봉지가 문제다. 열기만 하면 절반은 공기 중으로 날아간다. 돈도 함께 날아가는 것 같아 매번 허탈하다. 녀석의 품 안에 맡겨진 내 돈처럼.

나이 든 녀석은 여기저기 상처도 많다. 사람이 흰 머리 나듯 부분 부분이 허옇게 변색해 있다. 모서리엔 아주 작지만, 구멍도 뚫려 있고, 사용할 일이 없는 직불카드는 이미 녀석의 일부처럼 몸을 찰싹 붙이고 떨어질 생각을 않는다. 그래도 여전히 빈털터리 직불카드를 품에 안아주는 건 녀석뿐이다. 하지만 녀석이 품고 있는 비장의 카드는 따로 있다. 덕분에 볼품없는 모양새에도 풍족해 보이는 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아무도 모른다. 아니, 그 비밀을 아무도 알아선 안 된다. 주머니 속에서 조심스럽게 녀석을 만져봤다. 녀석도 내게 걱정하지 말라는 듯 더 깊숙이 몸을 파묻었다.

수리의 과자 봉지가 금세 비었다. 많이 아쉬운 눈치지만 경제 공부는 어릴 때부터 해야 하는 거다. 빈 지갑의 허전함을 알아야 나중에 커서 돈을 벌어야겠단 생각을 할 것이고, 뭐라도 밥벌이가 되는 일을 할 것이며, 그래야 국가 경제도 굴러갈 테니까. 이젠 더 돈을 달라고 해도 주지 않을 것이다. 줄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건 절대 아니다.

“더는 안 돼, 베이비.”

이런 말을 할 땐, 수리의 눈동자를 바라보지 않는 게 좋다. 자칫하다간 예지 때와 같은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니까. 수리는 작지만 긴 눈을 옆으로 쏘아보며 탄이의 귀에 대고 뭐라고 속삭였다. 아마도 내 욕이거나 더럽고 치사하단 말이겠지. 왠지 날 바라보는 탄이의 눈빛이 동정을 담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살짝 나빠졌다.

예지가 왜 아이를 지우지 않고 낳았는지 물어본 적은 없다. 사실, 그보다 더 묻고 싶은 건 내 돈의 행방이었다. 그 돈을 건네주고 빈털터리가 된 나는 선배네 오피스텔에서 집안일을 대신해 주는 조건으로 빌붙어 살았다. 물론 그 계기로 꽤 오랫동안 고시원이 아닌 선배네 오피스텔에서 공짜로 살 수 있었지만. 술만 마시면 술버릇처럼 늘어놓는 공치사 탓에 속으로 엄청 선배를 욕하기도 했다. 더럽고 치사한 새끼. 내가 돈만 생기면 너 같은 새낀 상종도 안 할 거다. 그런 날이면 쓸데없이 술맛이 달았다. 그리고 선배가 남긴 술을 밤새 다 마셔도 취하질 않았다.

가끔 수리를 보면 내 딸 같다는 착각이 든다. 역시 돈을 들이면 애착이 가는 법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식을 애지중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고 하느라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하겠는가. 요즘 아동 전문가들이 강의에서 ‘아이들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라고 아무리 외쳐도 부모들이 자식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건 철저한 자본주의 원칙에 입각한 결과물일 수도 있다. 투자금은 항상 이익을 남겨야 하고, 많은 이익을 내진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손익분기점은 넘겨야 손해 봤다는 억울한 감이 들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봉 삼촌, 삼촌은 오늘 일 안 가?”

“베이비, 너 워라밸이라고 아냐? 워크 라이프 밸런스.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퀄러티 있는 삶이 중요해졌다는 뜻이지.”

“그니까 요즘 일이 없다는 거지?”

“일이 없는 게 아니라 더 큰 일을 하기 위해 잠시 쉬는 중이라는 거지.”

“그게 그거지. 에휴… 삼촌도 좀 열심히 살아. 울 엄마가 그랬는데 일하지 않는 사람은 먹지도 말랬어. 그래서 나도 요즘 학교 끝나고 엄마 가게에서 알바 뛰잖아.”

“뭐? 너희 엄마가 이젠 너한테 일도 시켜? 그건 엄연한 아동학대야! 철컹철컹!”

수리 눈앞에 두 손을 들어 올려 수갑을 채우는 시늉을 했다. 그랬더니 수리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냥 가게 오는 이모들한테 학교에서 배운 노래 몇 곡 불러 주고 용돈 받는 거야. 돈도 얼마 안 돼. 나랑 탄이 과잣값 정도? 그래도 시간당 페이는 편의점에서 일하는 것보단 나아.”

수리의 말에 잠시 넋이 나갔다. 요즘 말 못 하는 애들이 없다더니 딱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겠거니 싶었다. 무분별한 티브이 시청과 인터넷 사용의 폐해다. 이 어린아이가 어디에서 이런 말들을 다 배웠겠는가. 물론 애 엄마인 예지 탓도 있겠지만 대한민국 아이들이 다 저런 추세라는 건 확실히 큰 사회 문제다. 세상이 어떻게 되어가려는지.

“그러면 아까는 왜 나한테 과잣값 달라고 했냐? 너도 돈 번다면서.”

“그건 내 돈이니까. 아까 그 돈은 삼촌이 내게 준 거고. 돈을 주냐, 안 주냐는 삼촌이 선택한 거잖아. 삼촌, 보이스피싱 이런 거 조심해야겠다. 사람이 돈 달란다고 그냥 막 주고 그럼 안 돼. 삼촌, 참 큰일이야.”

또 당했다. 수리의 아빠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저런 유전자는 예지에게서 전해진 것이 틀림없다.

“아, 참. 작년에 우리 동네 쪼오기 아래 있는 편의점에서 나왔다던 로또 1등, 아직도 돈 안 찾아갔대.”

“어?”

“근데 말이야, 울 엄마가 그러는데 로또 되고 그러면 여기저기서 돈 달라고 해서 정말 피곤하대. 아마 그 사람도 피곤한 걸 무지 싫어하는 사람인가 봐.”

“어...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갑작스러운 수리의 말에 목에 뭐가 낀 듯 헛기침이 나왔다. 녀석도 주머니 속에서 숨을 헐떡이는 것만 같았다. 잽싸게 주변을 둘러봤다. 다행히 수리와 나 밖엔 없었다.

지난 팔 년 동안, 혹시나 하는 마음에 라면값을 아껴 일주일에 한 장씩 로또를 샀다. 작년 최고 당첨금은 어마어마했는데 실수령액만 무려 사십팔억 하고도 칠천이백십 만원이었다. 성실이 이뤄낼 기적을 바랐다. 만약 내가 그 행운의 주인공이 된다면 그 자리에서 기절, 아니 심장마비로 죽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하늘이 날 버리지 않으셨구나, 깨닫는 순간이 될 것이고, 더불어 내 손을 움켜쥐고 다시는 누구에게도 펴지 말아야겠다고 굳게 결심하게 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예지와 수리는 경계대상 일 순위다. 그들이 알게 되는 날엔 내 주머니에서 녀석을 아니, 녀석에게서 그 로또 한 장을 갈취해 갈 게 뻔하니까.

“베이비.”

“아이씨, 봉 삼촌! 베이비라고 부르지 말라니깐.”

“베이비를 베이비라 부르지, 그럼 뭐라 부르는데?”

“베이비는 아긴데 내가 아기야? 기저귀 차고 우유병 물고 다니는 아기냐고!”

“꼭 기저귀 차고, 우유병 물어야 베이빈가? 법적 보호자가 필요하면 다 베이빈 거지.”

“봉 삼촌, 그건 미성년자라고 하는 거야. 베이비가 아니구. 그리고 법적 보호자가 필요한 어른도 있거든?”

“한 마디도 안 져요. 저거 예지 딸 맞네, 맞아.”

수리는 다시 한번 그 긴 눈을 옆으로 쏘아붙였다. 그래, 베이비 수리도 언젠간 알게 되겠지. 인생은 희극이 아니라 비극이란 걸. 그리고 내가 떠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그땐 갑자기 인사도 없이 사라진 나, 봉 삼촌을 수리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예지도 줄리엣의 전철을 밟기 싫어 끈적이는 사랑보단 적당히 싸늘한 비극을 선택하지 않았는가. 그렇게 우린 확실한 사랑의 결말이 절대 아름답지 않다는 걸 나이가 들며 자연스럽게 알아간다. 어쨌든 인생이 모두 비극일 수밖에 없다면 각자 견딜 수 있는 정도 선에서 적당히 합의하는 것도 나름 괜찮은 방법이다.

“난 이만 가야겠다. 돈 벌러 갈 시간이야. 봉 삼촌! 자, 이거.”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 수리가 내게 내민 건 천 원짜리 두 장이었다.

“이게 뭐야, 베이비?”

“난 베이비가 아니니까 주는 거야. 그리고 난 돈도 스스로 벌 수 있으니까. 봉 삼촌, 이게 전 재산이지? 편의점 가서 라면이나 사 먹어. 굶지 말고, 알았지?”

한참을 골목길로 사라져가는 수리의 뒷모습과 내 손에 꼭 쥐어진 천 원짜리 두 장을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날 올려다보던 탄이의 눈빛은 여전히 동정을 담고 있었다.


_x001D_여행 가방에 몇 가지 되지 않는 짐을 구겨 넣었다. 더 큰 가방을 살 걸 그랬나. 겉으로 볼 때보다 실제로 짐을 넣어보니 안이 몹시 좁단 생각이 들었다.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검은색 패딩 점퍼는 그냥 입고 가기로 했다. 물론 한여름에 저걸 입고 나가면 사람들이 미친놈 쳐다보듯 하겠지만 짐을 줄이려면 별수 없다. 한동안 조용히 숨어 지낼 것이기에 옷가지는 되도록 다 챙겼다. 칫솔, 일회용 면도기 등은 새로 사기로 하고 과감히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구차한 인사는 생략하기로 했다. 그래 봤자, 선배와 예지 그리고 수리 정도지만 그들도 갑자기 사라진 날 한동안은 궁금해하다가 곧 잊을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작전 시간은 은행 마치기 한 시간 전으로 계획했다. 그래야 사람들의 관심을 덜 받을 것이고, 그 길로 택시를 탄 후 기차역으로 갈 것이다. 기차표도 미리 예매해 뒀다. 사람들이 많이 들르지 않는 아주 작은 시골 역에서 내려 세상에서 최대한 깊이 숨을 것이다.

드디어 머릿속에 모든 계획이 완벽하게 정리되어 닫혔다. 그런데 내 생각과 가방의 사정은 서로 달랐다. 마지막으로 운동화를 쑤셔 넣은 다음 지퍼를 돌려 잠그려는데 거의 다 와서 삐져나온 옷자락이 걸렸는지 지퍼가 올라가질 않았다. 다시 거꾸로 내려보려 했지만, 옷과 지퍼가 완전히 끼어 좀처럼 움직일 생각을 안 했다. 시간을 확인했다. 완벽하게 짜 놓은 시간이 밀리며 계획이 틀어지고 있었다. 진땀이 났다. 지퍼를 올리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일이 벌어졌다. 뚝 하는 소리와 함께 지퍼 고리가 떨어져 나가 버린 것이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외마디 욕이 나왔다. 그래도 다행인 건 끼인 옷자락 덕분에 가방이 열리진 않는단 점이다. 그것으로 됐다. 이젠 더 지체할 시간이 없다. 뛰어야 한다.

흰색 반소매 티셔츠에 회색 반바지 그리고 검은색 패딩을 입은 채 여행 가방을 끌고 언덕길을 냅다 달렸다. 가방의 바퀴가 점점 가속도가 붙어 나중에는 내가 가방에 끌려가는 꼴이 됐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괴상한 우주 생명체를 바라보듯 날 쳐다봤다. 그리고 그렇게 순식간에 내리막길을 내달려 수리와 늘 이야기하던 가게 앞을 지나쳤다. 그런데 수리가 보이질 않았다. 학교 마치고 올라오면 딱 이 시간에, 수리와 탄이는 이곳에서 과자를 나눠 먹곤 했는데. 그러고 보니 탄이도 보이질 않았다. 너무 속도를 내서 온몸의 신경이 아랫배를 찌릿하게 찔러댔다. 낯익은 배경, 익숙한 길과 가게.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늘은 작은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하고 어색하기만 했다. 그리고 그때 날 지나치는 수리 또래의 아이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여자애 우리 학교 애 맞지? 참 안 됐다. 강아지 구하려다 치인 거라며?”

여자애… 강아지… 치인 거라며. 순간, 갑작스레 속도를 줄인 내 몸뚱이가 여행 가방과 함께 콘크리트 바닥을 데굴데굴굴렀다. 무릎이 깨져 피가 흘러나왔다. 운동화 한 짝은 어디로 날아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패딩 점퍼에서 하얀 깃털이 나와 공중으로 흩날렸다. 옷자락에 꽉 끼어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않던 지퍼도 가방이 바닥에 메다 꽂히며 김밥 터지듯 옆구리에서 낡은 옷들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런데도 난 바닥에서 일어서지도 못한 채, 그 아이들을 향해 다급히 소리쳤다.

“얘들아! 그 여자애하고 강아진 어떻게 됐니?”

아이들은 내 모양새를 보더니 잠시 주춤하다가 큰길 쪽으로 손가락을 가리키며 말했다.

“좀 전에… 앰뷸런스가 와서 실어 갔어요.”

이 부근 가장 큰 병원이라면 오수 병원이 틀림없다. 거기라면 버스로 두 정거장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마침 중국집 앞에 막 배달을 마치고 돌아온 오토바이 한 대가 눈에 띄었다. 어디에서 그런 초인적인 힘이 솟구쳤는지 모르겠지만 온몸의 감각이 모두 사라진 것처럼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다리가 제멋대로 달렸다. 마치 프로그램해 놓은 로봇의 다리 같았다.

“아저씨, 저 좀 오수 병원으로 데려다주세요. 네? 제발요. 빨리!”

배달원은 내 모습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결심한 듯, 날 뒤에 태우고 서둘러 달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는 날 살리기 위해 달렸을지도 모른다. 검은색 패딩에서 하얀 깃털이 나와 사방으로 흩어져 날렸다. 분명 무릎에선 계속 피가 흐르고 있을 것이고, 내가 모르는 다른 곳도 터져 피가 날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왠지 그 순간만큼은 내 감정이 터져나갈 듯 날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건 질소가 가득한 과자 봉지처럼 잔뜩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그 감정은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극에 달해 터져 버렸다.

“수리야! 수리야아! 어딨어, 베이비이!! 수리야아! 삼촌 왔어! 흐어엉…”

눈물인지 콧물인지 그것도 아니면 땀이나 피일지도 모를 뜨거운 물들이 얼굴에 흘러내렸다. 의사와 간호사가 나를 붙들며 뭐라고 말하는 것 같았지만 내 몸에 무슨 이상이 생긴 건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점점 눈앞이 흐려졌다.


햇볕이 쨍쨍해서 병아리 떼 뿅뿅뿅 봄나들이 갈 것 같은 날이 지고 있었다. 수리는 책가방 안에서 배가 빵빵한 과자 봉지 하나를 꺼냈다. 그 앞엔 탄이가 침을 질질 흘리며 얼른 달라고 앞발을 흔들어 댔다.

“그러니까… 나하고 탄이가 차에 치인 줄 알고 오수 병원에 달려갔다 왔단 말이지?”

무릎에 붙인 거즈와 깃털이 거의 다 빠져 푹 꺼진 검은색 패딩 점퍼가 날 더 처량하게 만들었다. 병원에서 빌려 신고 온 삼선 슬리퍼 한 짝과 남은 내 운동화 한 짝을 보니 어이가 없어 웃음도 났다. 터진 여행 가방 주변으로 옷가지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었다. 쭈그리고 그것들을 가방에 주워 담는데 지퍼 고리가 없어서 가방을 닫을 수도 없었다.

“봉 삼촌, 쪼오기 빤스 또 있다. 빨간색. 아니, 저런 색 빤스는 어떻게 하면 입을 수 있는 거야? 정말 멘탈 갑이다, 삼촌.”

“시끄럽다, 베이비. 난 지금 누구하고 말할 기력도 없다구...”

탄이의 동정을 담은 눈빛이 내 등에 꽂히는 게 느껴졌다. 은행 문은 이미 닫혔고, 내 평생의 운도 함께 닫혔다. 그런 생각이 드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콘크리트 바닥 위에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지금껏 난 이성이 감정을 충분히 지배할 수 있다고, 적어도 난 그런 사람이라고 자부했다. 하지만 틀렸다. 난 철저히 감정에 무너졌고, 절대 휘둘리고 싶지 않았던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

“그래도 좀 감동이다. 봉 삼촌이 나랑 탄이를 위해 그 꼴을 하고 달려와 줬다는 게. 그런데 이 가방은 다 뭐고, 옷차림은 그게 뭐야? 누가 보면 미친… 아니, 도움이 좀 필요한 이웃인 줄 알겠어.”

“넌 몰라도 돼, 베이비. 하아… 말 시키지 마.”

“봉 삼촌, 그런데…”

“말 시키지 말라니까.”

“아니, 근데 이건 돌려줘야 할 것 같아서.”

수리가 내 앞에 내민 건 다름 아닌 녀석이었다. 모서리에 구멍이 나고, 하얗게 가죽이 벗겨진 녀석이 틀림없었다.

“베이비! 이거 어디서 났어?”

“내가 오늘 친구하고 좀 싸워서 선생님께 혼나고 오느라 늦게 가게 앞에 도착했거든. 근데 가게 앞이 난리가 난 거야. 누구 건지 모르는 가방은 열려 있고, 옷은 빤스까지 막 사방에 널려 있고… 어떤 미친놈… 아니, 도움이 좀 필요한 이웃이 이래 놨나 싶어서 가만 살펴보고 있는데 가방 아래에 이게 있지 않겠어? 그래서 어떤 사람 건가 하고 열어 봤더니 봉 삼촌 주민등록증이 딱 있었던 거지.”

넘어지고 구르며 주머니에서 녀석이 빠졌었나 보다. 녀석은 나보다 더 안쓰러운 얼굴로 날 위로하려 했다. 그래, 알지. 네 맘 내가 다 알지. 쓸데없는 감정이 또다시 목구멍으로 꾸물꾸물 올라왔다.

“근데 봉 삼촌, 삼촌 말이 맞더라.”

“뭐가?”

“난 베이비가 맞더라고.”

수리가 탄이를 쓰다듬다가 세상 다 산 노인처럼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탄이는 그런 수리의 손길이 싫지 않은지 바닥에 길게 늘어졌다.

“내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삼촌 지갑을 열었다가 우연히 그걸 보게 되었거든.”

수리가 녀석 안에서 그것을 봤다고? 당첨금 실수령액이 무려 사십팔억 하고도 칠천이백십 만원인 그것. 난 재빨리 녀석을 열어 봤다. 정말 그것이 사라지고 없었다. 녀석 안엔 겨우 천 원짜리 두 장과 들러붙어 떨어지지도 않는 직불카드 그리고 주민등록증이 전부였다.

“베이비! 네가 내 로또 가져갔어? 엉?”

“솔직히 나… 좀 섭섭했어. 어떻게 나한테도 얘길 안 한 거야? 심지어 그거, 안 찾아간 그 로또더라?”

“로또 어딨어? 너 이러면 삼촌, 진짜 화낸다! 그거 어딨어? 당장 내놓지 못해?!”

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수리에게 언성을 높이자 탄이가 목 긁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눈빛도 예전에 날 바라보던 것과는 영 달랐다. 그건 동정이 아닌 경계의 색을 띠고 있었다. 그리고 수리는 이 상황을 여유롭게 즐기듯 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갔다.

“은행에 갔었어. 그리고 물어봤지. 그랬더니 은행 직원 언니가 이거 어디서 났냐고 묻대? 그래서 우리 삼촌 거예요. 삼촌이 바빠서 제가 대신 왔어요. 그랬지.”

그다음 이야기는 왠지 알 것만 같았다. 그래서 조금은 다행이다 싶었는지 온몸의 근육이 느슨해졌다.

“넌 미성년자니까 삼촌을 직접 데려오라 했겠지.”

“맞아. 봉 삼촌 말대로 난 법적 보호자 없인 로또 당첨금을 찾을 수가 없더라고. 그때 깨달았지. 아, 난 베이비가 맞구나.”

“그래서 그 로또는 어딨는데?”

“그 직원 언니가 로또 당첨금 받으려면 삼십 분 안에 삼촌을 데려와야 한다고 하더라구. 그래서 이곳으로 돌아와 탄이랑 삼촌을 기다렸지. 그러다가 시간이 다 지나가 버렸어. 슬프게도 말이지.”

“……”

“자, 봉 삼촌. 로또는 여깄어. 이젠 그냥 종잇조각이 되어 버리긴 했지만…”

수리가 건넨 로또는 얼마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 왔는지 말해 주고 있었다. 그건 녀석의 품에 일 년 동안 숨어 있느라 곳곳이 얼룩덜룩해져 있었다. 생김새는 좀 그래도 가치는 있는 놈이었는데.

“미안… 봉 삼촌이 착각한 거긴 하지만 결국 나 때문에 이거 못 찾으러 간 거잖아… 내가 삼촌 부자 만들어 주려고 했는데… 그 로또 오늘까지 찾아가야 한다는 거, 뉴스에서 봤단 말이야. 그래서 삼촌 대신 은행 문 닫기 전에 찾아 주려고 했는데… 진짜 그랬는데…”

하늘을 올려다보던 수리가 고개를 푹 숙였다. 수리를 다그쳤던 나 자신이 정말 쓰레기 같았다. 수리의 잘못이 아니지 않은가. 결국 손을 펴지 못한 내 옹졸함이 빚은 비극이었다. 비극은 이런 희극을 포함하고 있기에 더 슬픈 이야기로 완결되나 보다.

“베이비, 넌 이제 베이비가 아니야. 탄이도 나도 오히려 네게 많이 의지하고 있는 것 같은데?”

“진짜?”

“진짜.”

그제야 내가 알던 수리의 얼굴로 되돌아왔다. 탄이도 다시 바닥에 늘어져 피곤한 듯 눈을 감았다. 낮 동안 콘크리트 바닥은 따듯하게 데워졌을 것이니 편안한 잠자리로 그만한 곳도 없을 것이다.

“봉 삼촌, 대신… 그럼 내가 비밀 하나 가르쳐 줄까?”

“무슨 비밀?”

수리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소리를 줄여 내게 속삭였다.

“내 출생의 비밀.”

“네 출생의 비밀?”

“궁금하면 오백 원.”

“뭐? 그래, 까짓거. 여깄다, 이천 원. 이게 내 전 재산이야. 너 다 가져.”

난 녀석의 품에서 자본주의의 마지막 사회적 지위를 모두 꺼냈다. 그런데 되레 녀석도 나도 인제야 완벽히 후련해졌다.

“원래 우리 엄마가 날 안 낳으려고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서 병원에 가고 있었는데 병원 앞 편의점을 지나다가 로또 당첨금이 역대 최고라고 써 붙인 걸 보고 그 돈으로 몽땅 로또를 샀대.”

“뭐?!”

“물론 모두 꽝! 하지만 결과적으론 로또가 날 살린 거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비극은 언제나 희극을 포함하고 있다. 난 그동안 얼마나 대단한 인생 이야기를 기대했던 건지. 또 얼마나 화려한 뒷이야기를 기다려 왔던 건지. 잊었던 무릎 상처가 아려왔다. 눈물과 웃음이 동시에 났다. 무엇이 먼저였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이미 상관없었다.

“봉 삼촌, 왜 그래? 드디어 미친 거야?”

“그래, 내가 정말 미쳤나 봐. 로또, 로또라니… 흐하하…”

“조금만 미쳐. 울 엄마가 그러는데 적당히 미쳐야 살 수 있는 거래. 너무 미쳐도, 덜 미쳐도 살기 힘든 세상이라더라구.”

“그래, 네 말이 다 맞다. 맞아.”

“그리고 우리 아빠가 누구냐면?”

“누군데?”

“오늘은 여기까지! 딱 여기까지가 이천 원 어치야. 더 듣고 싶음 돈을 더 내야 해.”

“뭐라고?”

방심하다가 또 당했다. 이 영악한 계집애, 예지와 똑같은 계집애. 난 고작 플랑크톤이었고, 예지는 그걸 삼킨 작은 물고기, 수리는 그 작은 물고기를 삼킨 조금 더 큰 물고기였다. 그리고 여기가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자 무대이다.

인생은 모두 비극이라고 했던가. 우린 모두 서로에게 일어나고 있는 비극을 보며 살아가고, 나 역시 그 비극의 주인공이 되어 살아간다. 그리고 난 사실 비관이 천성인 사람이 아니라, 극단적 낭만주의에 빠졌거나 낙관이 천성인 비극 관람자일지도 모른다. 녀석이 헐렁해진 배를 드러내고 날 올려다 보고 있다.


-끝-

keyword
작가의 이전글포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