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뼈들아, 어서어서 돌아오렴!

by 김건숙


지압이 끝난 시간이 3시 15분 경, 두어 시간 가까이 엄청난 고문에 시달리다 놓여난 느낌이었다. 흥부가 돈을 벌려고 매를 맞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지압을 받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어찌 그리 혈을 잘 잡아내고, 틀어진 뼈를 잘 찾아내는지 몇 초 동안 누르고 있을 때는 별의 별 생각을 다 한다.


'독립 운동가들이나 시위하다 잡힌 학생들이 받은 고문이 이랬을까? 날보고 함께 한 이의 이름을 불면 살려주겠다는 꼬임에 안 넘어갈 수 있을까'라는 참으로 어이 잆는 생각들을 말이다. 들이 들으면 코웃음을 칠 일이겠지만, 그 정도로 내게는 엄청난 고통이었다. 받다가 화장실 간다 하고선 줄행랑쳤다는 이의 말을 듣기도 했으니...


그러다가 빨강 머리 앤의 상상력을 빌려 오기도 했다. 신음 소리가 절로 날 만큼 아플 때 원장님의 손끝에서는 아름다운 새들이 날아가고 있다는 상상이었다. 그러면 정말 조금은 덜 아팠다.

지압이 끝나면 벼르던 정형외과에 가 보려고 했다. 운동처방을 해주는 단골 병원 말고 다른 병원으로 가서 다른 방법을 찾아볼 생각이었다. 요 며칠 간 어깨가 더 아팠다. 지압원에서는 받기 시작한 때라서 며칠 간 아플 것이라 했다. 지난 번 받을 때 몸살을 앓을 것이란 말을 듣기는 했다. 크게 아프지 않은 상태에서는 지압을 받아도 아프지 않다. 그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현재 어깨에 문제가 있어 받는 내겐 더 없는 고통이다.

원장님은 그 뿌리가 폐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폐 가운데가 골이 져야 하는데 나는 편편하고 좀 튀어나왔다는 것이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것이라고 한다. 8년 동안 지압을 하면서 이런 사람을 5명 보았으며, 이런 폐가 암에도 잘 걸린다고 했다.

병원에 가볼 것이라는 말에 전기로 석회를 부수고, 수술을 한다 해도 뿌리를 캐 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한다. 식물의 잎이 마르고 죽었다면 어디가 문제이겠는가, 그건 뿌리의 문제이다. 수술 한 번 해도 또 같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말이었다.

오른쪽 어깨가 많이 아프지만 지압을 받을 땐 왼쪽이 훨씬 더 아팠다. 왼쪽 어깨의 뼈 하나가 돌출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오른쪽 어깨가 아프다고 한다. 돌출된 뼈를 제 자리로 가져다 놓으면 오른쪽 어깨 통증도 사라진다는 논리다. “아버지가 바람을 피면 그 집안은 어떻게 되겠어요? 그 아버지를 집에 데려다 놓아야 집안이 평안하고 걱정이 없지 않겠어요?”라고 한다. 맞지요. 사후의 아버지 태도도 문제겠지만 겉으로 드러난 문제에 있어서는 틀린 말은 아니다. 적절한 예는 아니지만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는 알겠으니 끄덕여주었다.

원장님은 척추를 손으로 만져보고 어딘가를 공략하여 손이나 팔로 누른다. 귀신 같이 아픈 곳을 잘 짚어낸다. 지난번에는 양 무릎을 만져보더니 오른쪽 무릎뼈가 안 좋다고 했다. 한 시간 이상 운전을 하면 오른쪽 무릎이 아파 장거리 운전을 싫어하는데 콕 집어냈다. 뼈를 보면 어디가 안 좋은지 오랜 경험으로 알 수 있다고 한다.

지압을 받고 나니 그렇게 아팠던 어깨가 가벼워졌다. 물론 이 어깨는 하룻밤 자면 또 몸살을 앓을 것이다. 속도 좀 미쓱거렸다. 나는 병원으로 가는 대신 얼른 옆에 있는 좌훈원으로 가서 휴식방에 가 누웠다. 어차피 좌훈을 해야 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원장님이 손끝으로 알아낸 내 통증의 뿌리는 폐, 이것으로 몸 전체의 균형이 깨졌다는 말이다. 그걸 몰랐다면 내 노년은 내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등을 두루 돌아가며 찾아다녀야 했을지 모른다. 가지와 잎만 치료한다고 말이다. 그러고 보면 많은 의사들은 뿌리 대신 눈에 보이는 부분만을 치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내가 원장님에게 “지금 원장님이 하시는 게 마사지인가요? 지압인가요?”라고 물었을 때, “난 통증관리 하는 거예요.”라고 답했나 보다. 난 다시 “통증관리를 하시지만 치료 방법으로 마사지나 지압을 하시는 게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원장님은 지압이라는 것은 손가락을 눌러 하는 것이고, 마사지는 어느 특정 부위를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무엇이든 내용에 따라 영역을 가르고 방법에 따라 구분 짓는 사회에서 살아온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그러나 통증에 따라 자신이 알고 있는 방법으로 지압이나 마사지 등을 사용하기도 하고 팔을 사용해 손가락이나 팔을 잡아당기면서 나와 있는 뼈를 뚝뚝 소리 나게 집어넣는 방법을 쓰기도 하니 무엇이라고 구분지어 말할 수 없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통증관리라는 말이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중요한 것은 통증의 뿌리를 찾는 것이다. 난 원장님에게 몸을 맡겨보기로 했다. 뿌리를 찾아내어 열심히 몸을 만들어주고 있으니 몸이 원래에 가깝게 돌아간다면, 나는 노년의 뿌리를 잘 내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한다.


그러니, '바람난 뼈들아, 어서어서 집으로 돌아 오거라. 내 전어라도 구워 놓을까?'

(6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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