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나 갈 수 있는 섬, 세상 어디로든 통하는 섬
햇살이 눈 부셔
정신을 차리지 못했어
반짝반짝 빛나는 윤슬에 아득하게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가고 있었어
목소리를 잃은 인어공주처럼 나는
배를 내주고 바람을 얻는다
무모한 설정을 수정하라고
바람이 나를 흔들고 있는 사이
섬은 떠나고 아니
섬은 한 번도 떠난 적이 없고
나는 떠나고
아니 나는 한 번도 떠나 본 적이 없고
바람 부는 배경에서 한 발짝 떨어진 곳으로부터
섬은 내게로 오는데
나는 떠나고
섬은 떠나고
섬과 나는 합의점을 찾는다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꿈을 꾸는데
풍도에서 만난 바람의 징후가 집요하게
내 꿈속을 따라오는 아침
섬 그림 하나 우뚝
벽 한쪽에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