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도 내지 않고
잘게
부서지는 정서입니다
백 년쯤 고독해 보면
그 깊이를 알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백 년 동안 고독했으므로 더는
고독이 아니라는 아이로니컬한 회유가 재미있군요
사백 년 정도
튼튼히 즐기다 보면 고독도
순리처럼 초연해질 거라는 예감입니다
그리하여, 견고한
당신의 고독에 건배!
#시작 노트
'백년고독'이라는 중국 술이 있다. 고량과 소맥을 원료로 하여 장기 숙성한 술로 백주 중 호응이 좋은 술이다. 따라올 수 없는 백년고독의 깔끔한 맛과 조화로운 향처럼, 고독이라는 사람의 감정이 도기에 담겨 백 년쯤 정제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이따금 가져 보기도 했다. 언제나 얼떨떨하게 어설픈 생각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