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국기가 펄럭이는 풍경
계절 따위 관심도 없던 어린 시절
하늘이 그토록 맑고 푸른지 몰랐어요, 잊었던 하늘을
이제야 꺼내 보게 된 것이지요
선생님은 바퀴 달린 기구로 하얀 선을 만들었어요
넓은 운동장에 그려지던 분필 가루 선
육상 계주 시작과 끝이 만나던, 그 길로
뛰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인생이란, 그 금보다 더 많은 길을
가야 한다는 걸 그땐 몰랐죠
책상에 짝과 함께 그었던 절반의 금은
세상과의 첫 타협이 아니었을지요
향나무 연필이나 지우개가 넘어오는 날엔
옥신각신했던 기억이 있어요
운동장에서 먹는 도시락은
가을 공기만큼이나 상쾌했지만
청군 백군 응원 소리에 하루를 걸었죠
지금 우리는
그 하얀 분필 가루 선을 따라
숨 가쁘게 달려가고 있는 건 아닌지요
#시작 노트
어린 시절의 우리 얼굴은 지금과는 다른 조금 더 순박한 얼굴이 아니었을까 싶다
철없던 아이들이 이제는 다 자라고도 남아 큰 어른이 되어
창공에 만국기가 펄럭이며 열기 어리던 그 풍경을 그리워한다
그때쯤엔 하늘, 구름, 같은 것엔 관심도 없었던 것 같은데
시간은 인간에게 많은 걸 주기도 빼앗기도 한다
#마우스그림#포토샵#일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