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안
봄 한가운데
붓꽃 크는 소리 조그맣게 들려
잇따라 거듭 봄이
웅성거리다가
수런대다가 분주하게
보랏빛 불이 붙는다
성미 급한 꽃은 이내 잎을 떨구지만
오래 이 소란에 머무르리
한여름 무료한 바람이 불어올 때까지
#시작 노트
화려한 듯 아닌 듯 느껴지는 붓꽃은 누가 뭐라 해도 고귀한 자태를 가졌다
봄의 시작부터 여름이 끝나는 시점까지 꽃잎이 마르고 또 나고
반복하며 피고 지는 꽃이다
습기 있는 물가에서도 산과 들 어디에서든 얼마든지 쭉쭉
꽃대를 올리는 붓꽃의 화려함에 매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