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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안 Nov 03. 2016

발길 멈추니 '만추'

60초 풍경



십일월의 가을은 익숙하지가 않다. 결별을 앞둔 연인들처럼 싸한 얼굴을 하며 비 온 뒤 밟히는 젖은 낙엽같이 시월의 이미지를 놓아주지 않는다. 서로 그렇게 보내지 않으며 보내 주지 않으며 바람이 분다.

     

따사로운 봄 햇살보다 가을빛은 어쩐지 더 소중하게 느껴져, 취하여 걷다 보니 어느덧 계절은 깊어 추색이 완연하다. 곳곳에서 당단풍, 아기단풍이 온 시야를 붉게 물들이고 있다. 색색으로 물든 저 아우성을 어찌할까. 네 마음도 내 마음도 저렇듯 붉은 걸.

       

빨간 노란 단풍잎처럼 가을의 언어를 흉내 내 본다. 추억은 곳곳에 한 무더기씩 쌓이고 낙엽은 경박하게 구른다. 함부로 견딜 수 없게 또 바람이 불면 또르르 굴러가다 멈춰 서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낙엽같이, 가을은 이별하는 연인들의 얼굴처럼 낯이 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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