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자꾸만 들게 된 이유가 있었다. 앞 줄 의자들 중, 나와는 조금 떨어진 좌석에 등을 댄 뒤통수가 어딘지 모르게 낯설지 않아서였기 때문이었다. 이 무슨 기시감인가 싶어 얼굴 옆선이 보일 때까지 힐끔거렸다. 아, 내 직관은 옳았다. 햇빛의 장난도 아니요, 뇌의 오류도 아니요, 아른거리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도 아니었다. 한 때는 친구처럼 지내던 이가 어쩐 일로 오래된 액자처럼 앉아있었다.
갑작스러운 방문은 사람을 놀라게 한다. 억지로 꾸며낸 감정보다 큰, 연습한 표정으로는 흉내도 못 낼 마음의 추락이다. 십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그림자처럼 앉아있는 존재는 더 이상 찬란하지도 친숙하지도 않았다. 아스라이 사라진 안개의 사람을 보면서 마치 죽었다 살아 돌아온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생각한다. 그런데도 기억의 파편은 날카로워서 사람의 눈을 아리게 한다.
그런데도 나는 거기까지라 그런다. 안타깝고 그리웠던 그대였지만 일출의 하루도 언젠가 황혼을 맞이하는 것을 이제 아는 까닭이다. 어두운 밤은 반드시 찾아오고 한 번 엎드린 마음은 잠을 깨지 못했다. 그러니 오랜 잠이 끝난 후 만난 일출이 그날과 다르다고 느꼈던 것도 어쩌면 놀랄 일이 아니다. 나는 때때로 탈주자처럼 살았다. 오늘을 살기로 했을 때 훗날 내가 기억하는 하루이기를 간절히 기원해보질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탈옥하려 했을 뿐 '그날들'에게서 도망치느라 무엇을 두고 왔는지도 모른다. 망각의 차를 마신 기억도 잊은 채로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흘리며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