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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쓴쓴 Jun 30. 2017

기억될 희극

추억팔이

아무것도 몰랐던 때의 이야기가 더 아름다웠던 것은 채플린의 말처럼 인생의 극장에서 내가 멀리 앉아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지금 애상을 자아내는 내면의 상태는 아마도 삶을 가까이하고 있다는 표상이기도 하겠다.


사람은 태어난 이후 모든 것을 소진하고 지워가고 쓰러뜨리며 죽어가지만 역설적이게도 그것들이 삶과 동치를 이룬다. 삶의 궤적이 죽음이라니 참 으스스하지만 살아있는 자들은 종말이 남긴 흔적에서 생명을 읽어낸다.


생이라는 길을 나서며 너와 함께 살아있는 나를 느끼고, 나와 함께하는 너를 사랑한 후에 매 순간 맞이하는 마지막마다 행복했노라고 말하는 것. 그래서 생 곧 삶에 가까워질수록 죽음의 비극이었던 연극은 다시 기억될 희극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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