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으로

by 쓴쓴

절벽 틈새로 날아와

덩그러니 떨어진 꽃씨는

작은 빗방울에도 흔들거렸다


기둥처럼 우뚝 솟아난

용오름의 사다리

그 사이에 묻어난

흙먼지 조금이


그가 누울 유일한

요람이었다


하늘과 가까울수록

대지와 떨어진 곳으로의 이 도약은


현기증을 몰아오는

짙은 떨림


저 아래에 두고 온 그리움, 그리운 목소리들의

얼굴도 지워낸다


이것은 추락이 아니다

날개 달린 것의 상승도 아니다


하강만이 남은

끝이 날 수 없는

영원히 날 수 없는


깊이 드리운 그림자의 축제니


오름을 기다려라

조용히 고개를 저어라

쉽사리 오지 않을

포옹의 계절은 마침내 오고야 말리니


너의 떨림을 기억하는 빗방울의 은총으로

네 기다림을 실어 나른 용오름의 간절함으로


절벽의 난간을

가득히 메울 풀빛을 보고야 말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