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을 부르는 화?
웃음이 구른다. 잡으려면 잡을수록 터져 나온다. 뒤집어 말아올린 옷에 급하게 담아놓았던 열매가 떨어지듯이 걸음을 옮길수록 계속 나와 떨어진다.
반면 화는 쏟아진다. 와르르 무너지듯이 화는 온다. 언제 이만큼 쌓아 올렸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흩어진 것을 정리할 정신도 없다. 무너져 내린 화는 웃음처럼 데굴데굴 구르지 않는다. 그냥 옮는 감정이다. 불처럼 한 번 붙으면 태우고 싶을 때까지 꺼지지 않는다.
화가 나서 웃어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앞의 두 심정이 섞인 날을 경험해 보기도 했을 테다. 데굴데굴 구르며 온갖 사건에 불이 옮겨 다닌다.
외로움을 느끼는 날이 그랬다. 조금 화가 나서 웃었다. 실소가 터져 나온다. 나 자신에게 당혹스러운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다. 그게 내 감정이라는 사실이 웃겼다. 내가 외롭다고? 나는 혼자로도 충분한데? 아니었다. 나는 혼자로 충분하지 않았던 거다.
혼자 잘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평소에 하고 산다. 물론 사람은 사회를 이루어야 한다는 기본적 개념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 어느 영화처럼 한참을 표류하다가 혼자 섬에 고립되어서 배구공과 대화를 나눌 마음은 꿈꾼 적도 없다. 그냥 혼자가 편할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내가 외로움을 느낀다. 부득이 생각해보니 참 반가운 일이다. 내가 좀 더 사회성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려 한다는 징조다. 사회성이 더 있느냐 없느냐는 자랑이 된다거나 하지 않는다. 그저 해당하는 사람의 특성일 뿐이지. 사회를 자신의 생존과 욕구 충족에 얼마나 이용하는가, 그 차이일 뿐이다. 그래서 단점이 되기도 하고 장점이 되기도 하고.
나에게 사회성은 무엇일까, 생각한다. 재차 부득이하게 고민해 본다. 나는 혼자였다. 나는 혼자 잘 산다고 느낀다. 그렇다면 나는 앞으로도 혼자일까? 그 질문에 답을 못하고 몸서리를 친다. 이 세상에 혼자 왔어도 갈 때만은 사람들 사이에서 눈을 감고 싶다.
내게 더 나은 사회적 감정이 생긴 듯싶다. 그것이 데굴데굴 구르는 불꽃같은 것일까. 화가 나는 웃음, 혹은 웃음을 부르는 화. 뭐 그런 것일까. 그것이 무엇이든 강렬한 감정을 끄집어내는 즐거움이라면 좋겠다. 내가 혼자였다는 당혹감, 공허감을 채워줄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