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풍경

추석 연휴

by 쓴쓴

추석 연휴.


친구를 기다리다가 익숙지 않은 사람들의 고향을 발견했다. 바로 나의 고향이다. 시외버스정류장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차를, 사람을 기다리는 대합실의 웅성거림은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기 충분했다. 화장실로 달려갔다. 신체화 증후군 때문이었다. 결국 마중 나간 친구를 화장실 입구에서 보았다.


친구가 오늘 전화로 물었다. 무엇을 하며 살고 싶냐고. 글쎄. 돌려줄 답이 없었다. 나에겐 웬만한 답이 없어서 당혹스러울 만도 했지만 내놓을 정답이 없어서 다행이라 여겼다. 괜한 자랑스러움을 느끼지 않아도 되고 그대보다 내가 더 낫다고 여기지 않아도 되어서였다.


평범이란 단어는 이처럼 내게 다가온다. 파도의 넘실거림에 멍하니 젖어들다가 갑자기 호수라는 것을 깨닫는 놀람. 내게 파문을 일으키던 그대는 언제부터 거기 있었냐며 되묻질 못하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눈만 끔뻑댄다.


나의 호수는 그렇게 조금씩 침범을 당한다. 나의 풍경은 이렇게 나에게 인식된다. 나는 그런 많은 사람들 속에서 약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 생각을 하는 와중에 나는 또 잠이 온다. 눈 깜짝할 사이에 며칠이 지나서 어느 낯선 곳에 앉아있다. 피곤한 정신을 이끄는 몸이 너무 고생이다. 몸은 개운한 듯한데 눈 위가 무겁다. 몸을 단련시켜도 거기까지다. 재차 끌어내리는 우울증 덕분이다.


나의 무의식은 지긋지긋한 비현주의 감독이다. 어젯잠엔 세 차례의 꿈. 꿈을 꾸고 나서는 잠을 매 번 깨곤 한다. 그래서 내용을 잘 기억하는 편이다. 하지만 꿈은 꿈일 뿐이다.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처럼 속이지만 별로 중요치 않다는 생각을 되풀이하려고 노력한다.


그 모든 것에 다 의미를 부여하면 실제 세상을 살아가는 데 너무 피곤하다.


그렇게 추석 연휴가 끝이 났다.


쉬는 동안 병도 조금 쉴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다만 나는 스스로에게 경고할 뿐이다. 너의 병이 널 특별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고. 그래서 오늘은 나는 나만의 평범을 발견하려고 애쓴다.


그렇게 분주했던 대합실을 떠올린다. 친구의 질문을 되새긴다. 감기는 눈을 애써 뜨면서 붐비던 정류장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