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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쓴쓴 Mar 26. 2020

인간은 분노한다

수평선의 연대

분노에는 힘이 있다. 인간이 지닌 여러 감정 중 분노만이 가진 힘이 있다. 단순히 사랑으로는 부릴 수 없는, 아니 분노가 없다면 온전한 사랑이 아닐, 힘이 있다. 그것은 마치 태풍과 같다.


바다가 육지를 범하지 않듯이, 파도의 오고 감은 그 존재를 알릴 뿐이며, 도리어 땅의 한계를 알리는 울타리와 같다. 이러한 물의 쌓임은 대양을 이루어 지구를 지키나 지상의 것들에게 무시를 당한다.


차라리 흙먼지였으면 좋았을, 더럽고 추악한 것들이 아래로 흘러 흘러 마침내 바다에 이르렀을 때도 물은 자신의 아픔을 뭉쳐 눈물로 땅을 적셨다. 그럼에도 땅은 자신의 단단함과 높아짐을 자랑한다. 조금의 습기에도 흩어질 흙덩어리임에도.


이제 태풍이 분다. 수평선에서 손을 붙잡은 이들의 움직임이 보인다. 가만히 있지 않고 끊임없이 물 위를 걸어온 발걸음이 보인다. 썰물과 밀물은 태풍이 데려 온 지진의 그림자였나. 이제 그 발자국들이 상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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