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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쓴쓴 Apr 14. 2020

무색한 사랑?

마음껏 한껏 좋아하기

논문 초록을 영어로 옮겨 보면서 좋아하는 가수의 신곡을 듣는다. 그러면서 오랜만에 영어 같은 거 다시 좋아해 보고 싶다, 그랬다.

마음껏 어떤 대상을 지지하고 비판하기를 한껏 유보하는 일은 나에게도 참 중요한 일이라고 알게 되었다. 비판의 촉을 곤두세우고 모든 것에 대하여 의심하라는 제언을 여전히 되새기지만, 그럼에도 한편에는 무조건 사랑하고 싶은 것이 있었으면 한다. 그것이 삶에서 찾을 유일한 위로랄까.

아, 그래서 나처럼 쉽게 곁을 내주지 않는 이도 조금은, 이제는 수긍한다. '사랑이 너를 구원할 것이다.' 글쎄, 빛바랜 묘비명 따위일지도 모르겠지만 매력 있는 대상을 향하는 마음만큼은 조금 가져도 좋지 않을까.

최근엔 철학, 혹은 생각의 기반만큼이나 삶을 실재하게 만드는 행동과 지식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누군가의 음악이 더 좋은 것, 어떤 주제가 더 끌리는 것, 대화를 바라는 것, 알 수 없는 무언가를 갈망하는 것이 가능하겠다 싶었다.


모든 말이 그러하듯이 사랑이라는 언어도 닳아져서 무색無色해졌을지도 모르겠다. 색깔이 없어졌다는 뜻이니 본래의 색을 찾아야 한다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왕 잃은 거 새로이 칠해도 될 듯싶다. 누구의 말대로 우리는 다 색안경을 끼고 있고, 그렇다면 내 눈에 비췬 너는 죄다 같은 것일 테니 웬만하면 다른 색을 바라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그럴 수만 있다면 최소한 무색은 아닐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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