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충분한 사랑

[오늘의 선택] 성숙한 사랑의 방식에 대하여

by 이너프

한때는 사랑을 위해서라면 불구덩이에도 뛰어들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

아프다는 말 한마디에도 “네가 죽으면 나도 따라 죽을게”

같은 말을 서슴지 않는 게 진짜 사랑이라고 믿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어 웃음만 난다.

정열의 빨간색처럼 뜨거운 사랑도 물론 존재한다.

하지만 요즘 내가 바라는 사랑은 조금 다른 빛깔을 가지고 있다.

서로에게 천천히 물들어가는 사랑.

어디서 시작했는지도 모를 만큼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온기로 경계를 지워 마음이 잔잔해지는 관계다.

그 평안의 호수에서 애써 뭔가를 찾기보다는 발견하는 기쁨을 느끼고 싶다.


나이가 들어도 서로의 궁둥이를 토닥이며

사소한 애정을 아끼지 않는 관계로 남으면 참 좋겠다.

설령 사랑이 식어 작은 불씨만 남아도 그 잔열마저 소중히 여기며

”함께 해서 고마웠어“라는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

성숙한 사랑은 거창한 이야기에서 탄생하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을 나누고 별일 아닌 것에도 함께 웃는 그 틈에서

조용히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어 찬란한 생명력을 얻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서평] 심심과 열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