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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자 P의 충동적 삽질

[오늘의 선택] P야..그만 좀 나대

by 이너프

밤늦게 선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멘토링 수업 부탁해도 될까”

“언제인데요?”

“다음 주 화요일이야.

“오늘이 금요일 밤 11시인데...

죄송해요. 급하게는 자신이 없어요 “


전에 멘토링 수업을 한 경험이 있지만

자료 업데이트도 안 되어 있고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업하면

모든 이에게 민폐를 끼칠 거 같아 거절했다.

문제는 전화를 끊고 난 뒤였다.

이상하게 코가 벌렁벌렁하고

배가 그네를 타듯이 간질간질했다.

눈은 분명 감고 있었지만,

머리는 쉬지 않고 그림을 그리며

하지도 않을 수업의 개요를

밤새 짜고 있었다.


뭐 하나에 꽂히면 과한 의욕을 보이는

''이 도진 것이다. (이런 내가 무섭다)

그렇다고 이게 오래가지는 않는다.

다음 날 아침이 되면 하늘을 치솟던

의욕은 사라지고 ‘삽질’이라는

껍질만 덩그러니 남는다.


이번에는 좀 다른 결말을 만들고 싶었다.

‘하룻밤의 삽질이 아니라 좀 더 길게 연장해야겠다!’

다음날 나는 자료를 AI로 만들기 위해

AI 온라인 강의를 수강했다.

그리고 멘토링 수업에서 좀 더 확장해

전문 강사 자격증 시험까지 신청했다.


거기서 멈췄어야 했는데......

같은 동네에 사는 동료이자 절친까지 끌어들였다.


‘혼자 시험 보는 것보다 같이 하는 게 든든하겠지?‘


그렇게 내가 예쁘게 포장한 ’삽질의 배‘에

나만큼이나 충동적인 P성향의 친구를 태웠다.

처음엔 의욕이 활활 타올랐다.

600페이지가 넘는 교재를 보고

화들짝 놀라 포기할까 했지만

서로 독려 하며 경험치 쌓자고 했다.

그런데 자격증 시험일이 일주일 정도 남자

현타도 같이 왔다.

친구도 나랑 같은 마음인가 보다.


이 시험을 왜 신청했지? 취소되냐? “

”그러니까 지난주에 취소되냐고 너한테 물어봤잖아 “

야, 그냥 연습 삼아 도전하는 걸로.

스트레스받지 말자 “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음과 다르게

내 몸은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내가 벌려놓은 '삽질‘이 끝나지 않아

나의 오감은 온통 시험 날에만 곤두서있다.

부디... 그사이 나의 P가 열일하지

않고 쉬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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