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톤도'라는 지역에 봉사를 갔을 때의 일이다.
'쓰레기 마을'이라고도 불리고
쓰레기로 쌓여 섬이 되었다 말하는 곳
'이곳에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이들은 무엇을 바라며 살아갈까?'
내 안에 질문들이 이어졌고
연민과 동정의 마음을 품은 채
가옥들이 모여있는 안 쪽 계단으로 올라갔다.
입구 밑바닥은 쓰레기로
널브러져 있었고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거 같은
낡은 판자들과
쾨쾨하게
떠 있는 먼지
그 속에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대부분이 어린아이였다.
대략 삼십 명가량의 아이들이 있었고
가져온 빵과 음료를 나누어 주며
해맑은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보았다.
그러다
무뚝뚝한 표정을 한
여자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문득
그 아이의 미소가 보고 싶어졌다.
눈이 마주칠 때까지
빤히 쳐다보다,
시간이 좀 지났을까?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익살스러운
표정과
온갖 못생긴
표정을 지으니
아이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덩달아 내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상황과 환경이 비록
열악해 보일지라도
그 안에 사람들은
별 다를 것 없이 살고 있었고
희망과 미래가 비록
암담해 보일지라도
그 안에 아이들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비록 현실에 바라는 걸 이룰 수 없다 해도
해맑은 웃음마저 잃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