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꿈을 꿨다. 꿈을 꾸는 와중에 알람이 울렸고 몸은 천근만근이요, 의식은 아직 인간계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였다. 오늘은 처음으로 땡땡이를 쳐볼까. 무의식 중에 결석을 모략하기 시작했다. 하루 정도는 괜찮지 뭐. 어제 그런 일도 있었고 명분은 충분해. 무의식이란 무섭다. 잠결에 완벽한 변명이 완성됐다. 그럼에도 브라보. 이성이 내 방으로 돌아왔는지, 벌떡 내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제는 수업 10분 전 도착한다 해도 조바심이 나질 않는다.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고 체조는 살짝 늦어도 괜찮다. 샤워를 하다가 바디워시로 머리를 감아버리는 실수를 했는데도 여유롭게 씻고 들어가니 수업 시작 1분 전이다. 시작이 나쁘질 않다.
음-파-음-파 발차기만 연습. 역시 숨이 휘몰아쳤지만 어제보다 조금 더 집중해 보기로 했다. 음-은 약하게, 중간에 숨 참으며 버티기, 파-할 때 고개 살짝만 들기, 파-할 때 발차기 더 세게 하기. 처음 한 바퀴는 그래도 나쁘지 않게 나간 것 같은데, 하면 할수록 체력이 달리는지 지구력이 딸리는지 모든 것을 반대로 하기 시작했다. 세 바퀴쯤 돌았을 때쯤, 나는 모든 단점을 극대화하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다가오셔서 "허리는 안 아프시죠?"라고 조심스럽게 물으셨다. 나는 아주 당당하게 "아파요!"라고 대답했다. 선생님은 당황한 것 같지만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말씀을 이어가셨다. 내가 고개를 너무 높이 들어 올리면서 허리 힘으로 수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를 똑같은 피드백 이 이어졌다. 고개 들 때 천천히 들고 턱은 물에 잠길 만큼만 올라오기. 아무래도 하면 할수록 숨이 차서 점점 더 고개를 빠르게 많이 꺾어 올리게 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 바퀴를 더 돈 것 같다.
오늘은 고개 빼고 발차기 연습은 하지 않았다. 대신 바로 팔 돌리기 연습에 들어갔다. 이 선생님은 지난 수업 때 한 팔씩 돌리고 숨 쉬라고 하셨으니까 그렇게 해야지! 한 팔씩 돌리고 파-를 하니까 호흡 주기가 빨라져서 훨씬 편하게 할 수 있었다. 몸이 편해지니까 발차기도 나쁘지 않고 나가는 속도도 더 빨라진 느낌이다. 내가 팔 돌리기 연습을 하는 동안 다른 분들은 평영 연습을 하고 계셨는데, 평영은 다들 초보셔서 아주 느리게 가는 모양이었다. 나는 평영까지 배우게 될까?
팔 돌리기가 잘 되니까 신이 나서 더 열심히 빠르게 많이 한 것 같다. 역시 잘 되면 자신감은 저절로 따라붙는다. 마치 인생처럼. 일이 잘 풀리면 저절로 긍정적인 마음이 몸에 배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고 나니 선생님이 나를 지상으로 소환하셨다. 옆으로 숨 쉬는 법을 알려주셨다. 어제도 배웠지만 처음 배우는 것처럼 설명을 들었다. 설명 포인트가 조금씩 달라 훨씬 도움이 된다. 왼팔을 돌리고, 오른팔을 돌리는 동시에 몸을 옆으로 틀라고 하셨다. 어제 선생님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라고만 하셨는데, 몸을 아예 옆으로 틀라고 하니 뭔가 이해가 더 잘 되는 것 같았다. 오른팔을 돌리면서 몸통까지 틀어서 고개는 천장을 보는 느낌으로 만들고 파-를 한다. 지상에서 두세 번 따라 해 본 뒤에 풀에서 해보자고 하셨다.
처음엔 코와 입에 물이 안 들어올 정도까지 고개를 틀었는지 느낌이 잘 안 올 거라 하셔서 잘 모르겠다면 파-를 하지 말고 그냥 숨을 참아보라고 하셨다. 잘 모르겠고 무서워서 일단 첫 세트에선 숨을 참았다. 그리고 두 번째 세트에선 선생님이 파-를 하라고 알려주셔서 파-를 하긴 했다. 첫 번째 때 숨을 참았더니 너무 숨이 차서 그대로 멈춰서 가빠르게 호흡을 이어갔다. 선생님은 내가 충분히 고개를 틀고 있으니 파-를 해도 된다고 하셨다.
연습을 이어갔지만 수업 시간은 벌써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혼자 연습을 하다 보니 역시나 코에 물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제와 비슷한 질문을 하기로 했다. 이 선생님은 고개를 틀면서 완전히 올라올 때도 음-하며 뱉어야 한다고 설명하셨다. 물속에선 코로만 뱉고, 마시는 건 입으로만 하라고 하셨다. 똑같은 설명이었다. 코를 막아야 되냐고 묻는 나의 질문을 처음엔 잘 이해하지 못하시다가 나중엔 이해하시고 그럴 필요는 없다고 하시며 웃으셨다.
그리고 내가 파-를 하고 조금 더 일찍 들어와야 한다고 하셨다. 물속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을 더 빠르게 수행해야 한다. 내가 한두 번 하는 걸 보시더니, 파-하고 입을 더 빨리 닫아야 입에 물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하셨다. 생각할 게 더 많아졌지만, 코와 입에 물이 들어오는 걸 방지할 수 있는 실용적인 조언을 들을 수 있어 기뻤다. 선생님은 내가 처음 하는 것 치고는 잘했다고 격려의 말을 해주시며, 이제 몇 번 더 해보며 앞쪽 자리로 돌아가서 마무리 체조를 하라고 하셨다.
오늘 결석하지 않은 일이 정말 다행이었다. 뭔가 새로운 팁을 아주 잘 배운 느낌이다! 그러니까 갈까 말까 할 때는 무조건 가야 한다! GO!
반면 수업이 끝나고 수영장 밖으로 나오자마자 기력이 저 끝까지 쇠한 기분이 들었다. 점심으로 무얼 먹으면 좋을까 생각하면서 아주 천천히 집으로 돌아왔다. 무어라도 먹으려면 설거지도 하고 기력이 나야 하는데. 며칠 전에 뜯어놓은 버터 오징어를 먹고는 깊은 낮잠에 빠져들었다. 지난주부터 낮잠 자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수영의 여파인 걸까. 몸이 아직 물속에 들어있는 것 같다. 할 일이 많다. 정신을 차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