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드디어 맨손으로

by 속삭이는 물결

4시간밖에 자지 못한 날. 컨디션이 좋을 리가 없다. 그러나 물속에 들어가자마자 정신이 번쩍 뜨였다. 2분 지각으로 약간 늦게 체조에 합류했다. 체조만 하는데도 상쾌한 기분이라니 신기할 노릇이다.


발차기 연습이 시작됐고, 어제보다 훨씬 수월한 느낌이었다. 덜 쉬며 한 바퀴를 돌고 가쁜 숨을 골랐다. 선생님은 오늘따라 더 힘들어 보인다며 말을 건네셨고, 저는 오늘 덜 힘든데요,라고 대답했다. 한 바퀴밖에 돌지 않았는데 바로 다음 과제가 주어졌다. 이틀 전 마지막 과제였다. 왼팔로만 킥판을 잡고 오른팔은 허벅지 옆에 붙인 채 음- 파- 를 반복하며 발차기하는 것이다. 벌써 이 연습이라니. 큰일이다.


어제 수업이 끝날 무렵 다른 선생님이 알려주신 대로 파-를 할 때 숨 쉬는 방식에 집중했다. 여전히 코로 물이 조금씩 들어왔지만, 입은 더 빨리 닫는 것 성공! 한 바퀴를 돌고 돌아오자 선생님은 파-를 할 때 더 몸을 틀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렇게 두어 바퀴를 돌았던가.


이번에는 진짜 양팔 돌리기를 하며 고개 틀어서 호흡하기. 팔 돌리기와 발차기를 동시에 하는 동작을 실전에서 해 보는 건 사실상 처음인 것 같다. 어제 수업 말미에 몇 번 시도해 본 것으론 연습량이 부족했으니. 익숙해질 법하면서도 다시 낯설어지고, 요령이 생기기는커녕 하면 할수록 물이 코와 입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거북이 등 없이 끝까지 왔다 갔다를 반복했다. 선생님은 오늘따라 소리를 질러가며 피드백을 주셨는데 물속에 있으면 말소리가 하나도 안 들린다. 왜 저렇게 화를 내시지?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설명을 못 알아 들어서인가. 그래 봤자 양팔을 멈추지 말고 이어서 이어서 돌려야 한다던가, 파-를 할 때 호흡을 충분히 할 시간을 주기 위해 허벅지 옆에서 잠시 기다리라는 이야기였을 텐데. 선생님의 입장에서도 전혀 화가 날 이유가 없는 설명이었다. 역시 술꾼이셔서 화가 많으신가 보다 생각했지 뭐야.


선생님은 팔과 호흡이 같이 가야 하는데 팔이 먼저 가느라 호흡이 늦어지거나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셨다. 파-할 때가 아니라 음-하기 직전에 코에 물이 들어온다고 해도 물이 들어오면 물속에서 뱉으라는 말만 반복하셨다. 오늘따라 도움이 되지 않는 조언에 실망을 하고, 혼자서 생각하며 반복 연습하는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팔 돌리기를 이렇게나 많이 하는 건 처음이다 보니 어깨가 무지하게 뻐근해왔다. 수심이 가장 깊은 곳에서 어깨의 피로도가 최고조에 달해서 입수용 계단에 한쪽 발을, 구석에 다른 쪽 발을 걸치곤 이상한 자세로 스트레칭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물에 빠져 죽지 않기 위하여..


그래도 팔 돌리기를 하면서 호흡을 하면 호흡하는 텀이 짧아져서 훨씬 편했고 전진하는 속도도 부쩍 빨라졌다. 재미를 느껴서인지 조금 더 열심히 연습했던 것 같다. 그러다 시간이 10분 정도 남았을 때 선생님은 킥판 대신 새로운 도구를 가져다주셨다. 요가 블록보다 작은, 무지개떡처럼 색깔이 섞여 있는 부표였다. 어제 어떤 할머니께서 나에게 이걸 잡고 연습해 보라며 그럼 더 잘 된다고 하신 그것이다. 킥판보다 훨씬 면적이 작아서 몸이 잘 뜨지도 않을 것 같았다. 선생님은 무지개떡 부표를 잡고 한 바퀴 돈 다음에는 맨손으로 거북이 등만 찬 채 시도해보자고 하셨다.


일단 무지개떡만으로 한 바퀴를 돌고 와야 한다. 중간까지만 가고 돌아오려고 했는데, 교통 상황이 여의치 않아 끝까지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몸을 가누지 못하고 멈춰야 했는데 그냥 허둥대며 레일을 잡고 일어나자 선생님이 약간 화를 내셨다. 지난번에 뭐라고 알려줬냐며. 부득이 멈춰야 할 때는 무릎을 끌어안은 다음 똑바로 일어나라는 것이었다. 3주 전이라 기억이 나질 않는 걸, 선생님은 어떻게 기억하고 계신 거지? 몸이 많이 가라앉기는 했지만 무탈히 돌고 왔다.


이제 거북이 등을 차고 연습해 봐야 하는데, 맨손은 대관절 어떻게 하는 것인지 배운 적이 없었다. 그래서 질문을 했다. 두 손을 나란히 놓되 겹쳐서 오고 가라고 하셨다. 이 설명을 듣다가 2분이 지났고 수업 종료 시간까지 딱 1분이 남았다. 중간 지점까지만 갔다가 돌아왔지만 어째 저째 몸이 나아가지는 건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거북이 등을 차긴 했지만, 맨손으로 해냈다 이 말이야!


이 글을 쓰는 지금은 목덜미도 아프고 승모근도 아프다. 어제 4시간밖에 자질 못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낮잠이 오질 않았다. 밤잠도 오질 않는 게 문제다. 푹 자야 하는데.. 수영을 빠질 수는 없는데.. 뒤 일정도 있는데.. 큰일이다, 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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