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혼돈의 5월 첫날

by 속삭이는 물결

분명 여유롭게 도착했는데, 샤워장에 들어서니 사람이 너무 많아서 빈자리가 날 때까지 한참을 기다렸다. 도무지 시간이 가늠이 안 가서 내가 이미 한참 늦은 건지 알 수가 없던 차에 선생님의 구령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2분만 지각했지만, 내가 들어가야 할 레인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 당황했다. 나는 뒤에 서면 고개만 빼꼼 나와서 체조하기가 어려운데.. 그래도 3분이나 체조를 하지 않았겠나.


체조가 끝나고 사람들이 앞으로 모인다. 선생님은 오늘 처음 온 분들을 지상 위로 소환하셨다. 아, 오늘이 5월 첫날이라 새로 등록한 분들이 많았던 거구나. 선생님은 10명은 족히 넘어 보이는 신규 회원들의 레벨을 파악하고 팀을 나눴다. 나는 늘 그랬듯 발차기 연습을 하러 출발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코칭도 티칭도 받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지난주 토요일에 피곤해도 나올 걸 그랬나?


자유형을 이미 할 줄 아는 신규 회원들은 정말 빠른 속도로 나아갔다. 대학생 또래로 보이는 젊은 남성 둘은 키도 커서 남들 편도로 겨우 도착할 때 왕복으로 다녀와버린다. 저렇게 잘하는데 왜 초급반인 걸까.


이상하게 오늘은 발차기가 더 엉망인 기분이다. 발이 이상하게 움직이는 느낌인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지난주 토요일 연습을 빼먹어서 그런 걸까. 교통 정체가 심해서 중간중간에 쉬어갈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서 별로 힘들지도 않았다. 그렇게 음-파-음-파 발차기만 30분 정도 한 것 같다. 교통 정체로 물이 깊은 곳에서도 멈춰서 기다려야 하는 때가 발생했다. 하지만 깊은 곳에서는 발이 바닥에 닿기도 쉽지가 않고 글라이딩을 위한 도약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혼자 몸부림치다가 포기하고는.. 벽을 잡고 스파이더맨처럼 통통거리며 이동해야 했다. 다행히도 벽 잡으면서 통통거리는 건 나름 신이 나는 액티비티였다.


그러나 30분째 발차기만 하니까 너무 재미가 없어서 그냥 내 멋대로 팔 돌리기 연습을 시작했다. 사흘 만에 하니까 감을 조금 잃은 느낌이다. 물도 오히려 더 무서워진 느낌. 생각해 보면 지난주 금요일에도 딱히 배운 게 없다. 사선 뒤 천장을 바라보라는 피드백만 기억이 났다. 많이 자주 해보는 수밖에 없다는 걸 알지만, 물을 대차게 먹기도 해서 짜증이 조금 났다.


연습을 하다 보니 늘 함께 레인을 쓰던 분들이 옆 레인에서 연습하고 계신 게 보였다. 월반이다! 부럽다! 아무래도 새로운 분들 때문에 인원이 너무 넘쳐서 저쪽으로 가신 것 같지만. 나는 몇 개월이나 더 해야 저쪽으로 옮겨갈 수 있을까? 내가 월반한 것도 아닌데 기뻤고, 나도 얼른 많이 배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런데 오늘은 선생님이 너무 바쁘시다. 완전 초보인 분들에게 유아풀에서 발차기와 음-파-음-파-도 알려주셔야 하고 새로운 분들 레벨 파악을 위해 이것저것 과제도 내주셔야 한다. 두 번째 레인 분들도 챙겨주셔야 하고. 나는 그냥 나 혼자 연습을 하다가 와야 했다. 몸은 내 멋대로 기울고 새롭게 배우는 무언가도 없고, 오늘 수업은 재미가 없었다.


그 키 큰 사람들을 보니, 짧은 몸을 가진 나는 운동량이 배로 들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의 저항이 심한 건 키다리들이겠지만, 기본적으로 장착된 길이가 어느 정도 거리를 보장하잖아.


궁금한 건 모아뒀다가 수업 상황이 여유로울 때 물어봐야겠다. 그런데 내일도 사람이 이렇게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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