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눈물과 웃음 사이의 한 뼘

by 속삭이는 물결

어제는 슬픈 날이었다. 사실은 주말부터 슬펐다. 머리도 아팠고 몸은 끝없이 가라앉았다. 애써 유머 글을 찾아 깔깔거리며 웃었지만 그럴수록 슬픔은 대조되어 더 깊어지는 듯했다. 그리고 어제저녁 아름다운 이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러 다녀왔다. 헛헛한 마음에 집에 바로 돌아오지 않고 이곳저곳을 헤맸다. 구두를 신고 한참을 걸은 탓인지 오늘은 다리가 피곤했다. 그리고 밤에 술을 마셨더니, 숙취는 없었지만 갈증이 났다. 이런저런 핑계와 관계없이 오늘도 6분 지각했다.


우선은 자유형 발차기. 3바퀴를 돌았다. 새로 온 분들이 몇몇 있었지만 어제처럼 번잡스럽진 않았다. 다리에 알이 배긴 듯 무겁고 뻐근했다. 선생님은 내 다리에 힘이 너무 들어가 있다며 영상을 찍어서 보여주셨다. 영상 속의 내 다리는 정말 탱글탱글 딴딴해 보였다. 그런데 동시에 이건 다리가 원래 이렇게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리에 힘을 뺀다는 게 대체 뭘까?


발차기 연습으로만 3바퀴를 돈 뒤에는 오른팔만 돌려서 호흡 연습하기. 어제도 했는데 왜지? 물이 무서워졌다. 고개를 왼팔에 붙이지 못해 살짝 떠 있게 됐는데 턱과 입이 계속 물에 잠겨서 숨을 제대로 쉬기가 무서웠다. 인과관계가 어떻게 되는 건진 모르겠다. 한 바퀴를 돌고 나니 이제 양팔 돌려서 가는 연습이다. 나아지질 않는다.


선생님이 이번에는 거북이 등을 가져다주셨다. 맨 손으로 해보라고. 잘 될 리가 없다. 입을 충분히 벌려서 숨을 쉬어야 하니 파-를 하긴 했는데, 입을 빠르게 닫지 못하는 나 자신이 너무 웃겼다. 마침 목이 말라서 일부러 입을 벌리고 있는 것 같았다. 내 몸이 본능적으로 그러길 바란 것처럼. 빵 터져서 또 서서 웃어버렸는데 선생님이 내가 팔다리를 쭉 뻗어버렸다며 무슨 발레리나냐고 놀리셨다. 입이 물에 들어오려는 찰나에 또 내 버릇이 나오나 보다. 나는 몸이 계속 휘청거리며 뒤집어지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다. 납득이 가는 설명을 듣진 못했다.


몇 번 해보지 못한 채 유아풀로 건너가게 됐다. 조랭이 떡 부표를 허벅지 사이에 끼우고는 발차기 없이 팔 돌리기와 숨쉬기만 연습하라고 알려주신 뒤 금방 가겠다고 하셨다. 하지만 선생님은 5분이 지나도 오지 않으셨다. 글라이딩을 하고 연습하는 건지 벽을 잡고 연습하는 건지 모르겠어서 몇 번 내 맘대로 시도해봤지만, 발차기를 하지 않고 팔만 돌리니 몸이 휙휙 뒤집어졌다. 중간에는 편안하게 누워 있었다. 거북이 등도 있고 조랭이 떡도 있으니까 눈코 입만 빼꼼 나온 채로 아주 평화롭게 떠 있을 수 있었다. 행복하다고 느꼈다.


수업 시간이 끝나니까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유아 풀의 세로로 긴 방향으로 몇 번 해보라고 하셨다. 왼팔을 돌릴 때도 휘청하지만 오른팔을 돌리니 몸이 완전히 뒤집어져서 360도 한 바퀴를 돌게 되기를 여러 번. 이런저런 코칭을 듣고 중간에 한두 번은 성공적으로 나아가긴 했는데 내가 뭘 다르게 한 건지 이해가 되진 않았다. 말소리의 70%가 공중으로 흩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바디 랭귀지로 해석하건대 배에 힘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 같았다. 들을 때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해서 멍했는데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 생각이 날 리가 없다.


내가 뒤집어지는 광경을 영상을 몇 번 찍어서 보여주시더니, 내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린 뒤에 오른팔을 지나치게 뒤쪽으로 향하기 때문에 몸이 뒤집어질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 이제 머리로는 이해를 했는데 다음 수업이 시작될 시간이라 끝내야 했다. 몸에 힘을 어떻게 빼야 하는 건지도 더 물어보고 싶었는데 어차피 물어봤자 내가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다. 선생님은 너무 지적만 하셨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갑자기 내가 이미 잘하고 있어서 다른 사람들보다 진도가 빨리 나가는 편이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리고 많이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다리가 탱탱해서 튀어나올 것만 같은 발차기 영상을 다시 보여주시면서 말이다.


오늘 어떤 할머니도 나에게 많이 늘었다고 칭찬해 주셨는데 "역시-"라고 말을 줄이셨다. 역시 젊은 사람은 빨리 배운다는 말을 하시려는 것 같았다. 내 생각엔 아무래도 빨리 배우는 것 같진 않다. 너무 못한다. 그냥 거의 매일 나오니까 연습량이 조금 늘어서 그래 보이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첫 주에 다른 선생님께서도 허벅지에 조랭이 떡을 끼우고 힘이 빠지는 걸 느껴보라고 하셨던 것 같다. 그땐 느낌이 잘 왔는데, 오늘은 뭘 한 건지 모르겠네..


오늘은 수영이 끝나고 집까지 걸어왔다. 거의 50분은 걸었다. 피곤한 다리가 더 피곤해졌다. 그래서 하루 종일 정말 피곤했고 또 슬펐고 또 피곤했다. 지금도 무슨 기력으로 이걸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스트레칭도 폼롤러도 못하겠다. 오늘의 수영 기억은 금방 휘발할 것만 같다.


내일은 오늘 선생님이 알려주신 대로 선생님에게 어디까지 배웠다고 말해 볼 작정이다. 조금 더 빨리 배워야 하니깐..! 내일은 늦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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