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다. 도서관 반납 예정일이 코앞으로 다가와 어제저녁부터 책을 붙들기 시작했다. 참 희한하다. 운동을 꼭 하자고 결심하면 책을 보고 있고, 책을 꼭 읽자고 결심하면 운동을 하게 된다. 오늘은 배영을 배울 수 있을까 두근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사뿐히 출발!
컨디션이 생각보다 좋아서 그런지 수업 시작 1분 전에 수영장에 입수했다. 오늘도 사람이 정말 많았다. 기다리지 않고 바로 발차기 연습을 시작했다. 나름 3번 주자다. 얼마 안 가서 앞사람과 간격이 좁아졌고 또 속도가 느려졌다. 자유형 발차기 2바퀴를 하고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을 먼저 보내고 지상으로 올라가 선생님에게 말을 걸었다. 지난주에 배영을 배웠는데 연습해도 되겠냐고, 그런데 속도가 많이 느리다고. 그랬더니 선생님이 우선은 팔 돌리기를 연습하다가 30분이 지나면 그때 배영 연습을 하라고 하셨다. 아직 사람들이 힘이 넘쳐서 그때쯤 돼야 기운이 빠져서 조금 여유로워진다고 말이다. 나는 웃으며 물속으로 돌아와 팔 돌리기 연습을 시작했다.
킥판 잡고 두 바퀴 정도 돈 뒤에는 땅콩볼을 잡고 한 바퀴를 돌았다. 별로 힘들지도 않았다. 지난주에 피드백을 받은 내용을 계속 떠올렸다. 파-할 때 몸을 옆으로 완전히 돌리는 것과, 입을 더 빠르게 다물고 고개를 더 빠르게 정면으로 돌리는 것. 두 번째는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확실하게 깨달은 것인데, 유튜브 속 강사는 팔이 허벅지 옆에 있을 때 이미 파-를 마치고 고개만 정면으로 돌린 뒤 팔과 몸통을 제자리로 가져오는 것이었다. 월수금 선생님도 더 빠르게 들어와야 한다고 설명한 적이 있는데 이게 그 내용인가 싶어서 말이다. 반면 화목 선생님은 파-하고 더 기다리라고 설명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일찍이 어떤 외국인 분께서도 영어로 빨리 느는 것 같다며 칭찬해주셔서 무척 기뻤는데, 내가 처음 발차기할 때부터 봤는데 지금은 정말 빠르게 잘 간다고 말이다. 나는 주 6일 출석을 그 비결로 꼽아드렸다. 안 궁금하셨을지도 모른다. 그분은 나중에 내게 질문이 있다며 팔 돌리기를 할 때 손가락을 벌려야 하는지 오므려야 하는지 물어보셨다. 나는 오므려야 하는 걸로 배웠는데 나도 계속 깜빡한다고 대답해드렸다. 나보다 더 오래 다니신 분께 이게 맞는지는 확신이 들지 않지만 작은 지식을 알려드릴 수 있어서 뿌듯했다.
그리곤 내 맘대로 거북이 등을 가져와서 자유형을 계속 연습했다. 고개를 더 빠르게 돌리려고 하니 자연스레 속도도 빨라졌다. 왼팔도 더 빠르게 돌리고 오른팔도 더 빠르게 돌리고. 그러다 보니 팔이 돌아올 때마다 정말 손뼉을 치는 것처럼 챡- 하는 소리가 찰지게 났다. 지난주에 선생님이 말한 것처럼 0에서 100까지 모두 거쳐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한 보람이 있었다. 그래서 탄력을 받아 더 빠르게 달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두 바퀴도 채 못 돈 것 같은데 벌써 수업 종료로부터 11분이 남은 게 아닌가. 돌아왔더니 두 분이 잘한다고 해주셨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 칭찬 최고다! 두 분 중 한 분이 또 내게 먼저 가라고 하셨는데 나는 "저 이제 배영 연습할 거예요!"라며 꼬리를 뺐다.
두근두근! 토요일에 배운 대로 킥판을 아래로 쭉 뻗는 모양으로 잡고 출발했다. 혹시 방해가 될까 봐 발차기를 정말 열심히 했다. 아주 빠르진 않지만 또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가는 것 같았다. 배영은 머리 위쪽 상황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게 아주 치명적이다. 어디 부딪혀야만 멈출 수 있다. 다행히 위험하지 않게 부딪힌 다음 유턴을 해서 돌아오기 시작했다. 내가 한참을 지나온 것 같은데 얼마나 왔는지 잘 알 수가 없어서 고개를 뒤로 젖혀서 저 너머를 보려고 했는데 아무리 해도 각도가 나오지 않았다. 또 부딪힐까 봐 걱정스러웠다. 이 정도면 끝까지 오지 않았을까 싶어서 일어났더니 중간밖에 오질 못했다. 그때 선생님의 말소리가 들렸다.
킥판을 이렇게가 아니라 저렇게 잡으라는 설명이었다. 전혀 이해하지 못한 나는 선생님 쪽으로 다가가 다시 설명을 들었다. 킥판을 껴안으면서 하면 (선생님은 내가 곰돌이 인형을 껴안은 것처럼 흉내를 내셨는데 나는 분명 팔을 쭉 뻗었다) 엉덩이가 아래로 빠지기 때문에 속도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킥판은 배에 바짝 갖다 대고 킥판의 양쪽을 두 손으로 잡고 팔꿈치는 90도 각도로 꺾은 채로 가야 한다. 토요일에 이렇게 배웠다고 말하니, 둘 다 해보면서 나에게 편한 방법을 찾아보라고 수습하듯 말씀하셨다.
또, 자유형 발차기가 물아래로 발을 밀어내는 거라면, 배영 발차기는 수면 위로 발등을 밀어내야 한다. 나는 이때다 싶어 질문을 쏟았다. 발차기를 할 때 물거품이 많이 나야 하는 건지 궁금했다. 어떤 사람들은 폭격이라도 일으키는 것처럼 물을 튀기고 하얀 거품을 잔뜩 내고 나 같은 경우는 아주 살짝밖에 일으키지 못한다. 선생님은 자유형 발차기는 발 뒤꿈치가 살짝씩 수면으로 올라와야 하고 배영 발차기는 엄지발가락이 살짝씩 올라와야 한다고 하셨다. 배영 발차기를 연습하다 보면 자유형 발차기도 는다는 이야기도 하셨다. 아직 두 발차기의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진 못했지만, 아무래도 배영 발차기가 더 어려운 방식인 모양이다.
배영은 출발을 어떻게 해야 하냐고도 물었다. 자유형이랑 비슷하게 출발하는데 뻥- 하고 나가면 안 되고 조금 더 부드럽고 약하게 해야 한다고 하셨다. 머리를 띄어야 하기에 그리고 아마 코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아무튼 이렇게 자세히 알려주시다니! 다른 때에도 좀 더 자주 적극적으로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질문이 고갈되면 어쩔 수가 없지만..
아, 배영을 하다가 멈출 때는 한쪽 팔은 킥판을 놓고 옆으로 쭉 뻗어서 의자에 앉듯이 몸을 접어서 일어나는 것이다. 처음엔 나도 모르게 킥판을 양손으로 붙잡고 몸을 접으려 했더니 뭐가 잘 되는지 안 되는지도 판단하지 못한 채 격렬히 실패했다. 킥판 소중해.. 한 손으로 놓을 수 없어.. 잘 일어나는 게 제일 어렵다. 나는 늘 팔다리를 쭉 뻗어서 허우적대다가 개구리처럼 발버둥을 한 번 치고 일어나고 있다. 멈추는 방법도 열심히 연습했다.
선생님은 그 자리에서 바로 출발해 보라고 하셨고 나는 살포시 누워서 열심히 발차기를 시작했다. 발등 더 밀고! 헛둘헛둘! 선생님의 빠른 구령에 맞춰 발차기를 하니 허벅지부터 엄청 뻐근해져 왔다. 조금은 빨라진 걸까?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엉덩이를 들기 위해 노력했다. 선생님도 배와 엉덩이를 어떻게 하라고 말씀해주신 것 같다. 그런데 킥판을 다르게 잡으니 어깨도 뻐근해졌다.
중간에 왼발을 더 차야 한다고도 알려주셨다. 흠.. 자유형을 할 땐 오른발을 더 차야 하고 배영을 할 땐 왼발을 더 차야 하는군. 무엇이 문제인 걸까. 좌측 도로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는 선생님의 구령이 들렸지만 나를 향한 목소리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천장을 바라보는 데 집중했는데 아무래도 나를 향해 뭐라고 하신 것 같다. 몸이 계속 한쪽으로 쏠리긴 했는데,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하나도 못 알아들은 것이 함정이다. 그렇게 한 바퀴 반은 더 돈 것 같다.
이제 연습을 시작하려는 느낌인데.. 벌써 마무리 체조가 시작되어 버렸다. 수심이 깊은 곳에서 조금만 더 배영 발차기를 해보다가 앞으로 걸어갔다. 중간 지점에서 걸어가는 건 여전히 힘들다. 그래도 발이 닿는 것에 위안을 삼으며..
마무리 체조가 끝나고 선생님에게 킥판을 그렇게 잡으니 어깨가 아프다고 했다. 그랬더니 내가 고개를 앞으로 빼려는 습성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설명해주셨다. 자유형을 할 때도 고개를 비슷하게 쓴다고 말이다. 코와 입만 물 밖으로 나오게 고개를 완전히 뒤로 눕혀야 한다고 하셨다. 침대에 눕듯이 편안하게 누워 있어야 한다고. 그렇기에 어깨가 아닌 다리가, 허벅지가 아파야 된다고 하셨다. 혹시 내가 어깨가 말려 있다면 그것 때문에 아플 수도 있다고 하셨다. 아무래도 요즘 자세 불량으로 견갑골이 뻐근한데 간밤에 타자까지 많이 쳐서 그런 것 같다. 수영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게 조금 더 연습을 해보았다. 이번에는 허벅지가 아닌 오금이 뻐근해져 왔다. 흠, 제대로 하지 않은 건지 근육이 금세 적응을 한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역시 새로운 걸 많이 배우면 신이 난다. 조금 더 요령껏 해볼 수 있게 되었다. 신나는 월요일의 시작! 역시 6월에도 수영을 계속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