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선생님이 오셨다. (고급반 선생님이 하루만 모든 레인을 지도해준 걸 제외하곤) 세 번째로 만난 선생님이다. 토요일 근무가 쉽지 않은 조건이긴 해. 이해한다. 다른 근로 조건이 열악한지도 모르지만.. 오늘 오신 선생님은 여자분이시다, 내가 이곳에서 만난 최초의 여성 강사. 안 그래도 왜 여자 선생님들이 없는 건지, 혼자 고민하던 차였다. (네가 그걸 왜 고민해?ㅎ)
시작부터 힘들었다. 자유형 발차기 세 바퀴래. 무려 세 바퀴.. 아니 오늘은 또 무엇 때문에 이렇게 힘든 건지, 힘들고 또 힘들었다. 근데 그걸 세 바퀴나 돌아야 한다니. 선생님은 각자가 어디까지 배웠는지 물어보셨고, 나는 배영 팔 돌리기까지 배웠다고 답해드렸다. 이 반에선 나만 왕초보다. 그러곤 할머니 두 분이.. ‘할머니의 배려’라며 굳이 내게 순서를 양보를 해주셨는데, 나는 앞사람은 쫓아가질 못하고 뒷사람에게 쫓기며 힘들게 힘들게 발차기를 해야 했다. 할머니들이 키가 늘씬하셔서 더 쉽게 추월당하는 것 같았다. 선생님은 모두를 열심히 지켜보시는 듯했지만 딱히 코멘트를 주시진 않으셨다.
그러곤 바로 팔 돌리기 세 바퀴. 또 세 바퀴다.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안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어제 선생님이 해준 이야기를 곱씹으며 팔 돌리기에 집중했다. 선수들은 먹거나 뱉는다. 도대체 이 정보가 내게 어떻게 입력되어 무슨 과정으로 처리가 되었길래 이런 결과가 나오는지, 나는 더 이상 당황하지 않고 물을 조금씩 먹어댔다. 물이 입가에 아주 살짝 잠겨 있는 느낌도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그 사이로 숨도 얼추 들이마신 것 같은데, 물을 조금씩 먹게 되는 것이 무슨 기전으로 이뤄지는 건지 대관절 깨닫질 못했다. 내 몸이 내 머리보다 앞서 그 현상을 그저 숙명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사실이 어이가 없었다. 팔 돌리기를 할 때만큼은 힘주고 빼기를 확실히 하려고 해 봤다. 뭐가 잘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유튜브에서 본 용어를 그대로 쓰자면) 찌르기는 전혀 신경 쓰지 못한 것이 아쉽다.
다행히 모두가 다 같이 힘들어해서, 두 바퀴로 줄어든 것 같았다. 다른 분들은 평영 발차기 연습에 돌입했고, 나는 배영 발차기를 연습했다. 이것도 세 바퀴였다. 엉덩이는 계속 들고 발등을 밀어내려고 했다.
모두가 평영을 시작할 때 나는 배영 팔 돌리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걸 수업이 끝날 때까지 했다는 게 문제다. 거의 30분 가까이 이것만 한 것 같다. 지루해 죽는 줄 알았다. 선생님은 내가 킥판에 너무 의지를 한다며 팔을 굽히지 말고 쭉 펴서, 상체에 힘을 빼고 해야 한다고 알려주셨다. 몸에 힘을 빼라고 하셨는데 그럼 허벅지 힘은 안 주나요, 하며 캐물으니 상체에만 힘을 빼야 한다고 하셨다. 그러다 복근에도 힘을 줘야 한다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내가 팔뚝이 아프다고 하니 그건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일 거라고 하셨다. 아니 근데 팔을 머리 위에서 옆구리 선을 따라 내릴 때 정말 팔뚝이 아프다..
물론 칭찬도 해주셨다. 잘하고 있다고. 발차기도 좋고 팔 돌리기도 좋은데, 몸에 힘이 들어가 있는 게 문제라고 말이다. 배영 뜨기에선 몸에 힘을 빼는 게 관건이라고 말이다. 몸에 힘 빼라는 이야기는 한 달 넘도록 내내 듣고 있다. 몸에 힘 빼는 주사를 맞을 수도 없고 어쩌나. 아무래도 첫 주 토요일에 만난 선생님 말씀이 맞는 것 같다. 결국 물이 무서워서 그러는 거라고.
나는 킥판을 손으로 잡고 있는 게 버거워서 팔꿈치가 저절로 굽혀지고 어깨에도 힘이 들어가서 연쇄적으로 어색한 자세를 형성하는 것 같아서, 나중에는 그냥 킥판에 손바닥을 포근히 얹기만 하고 팔을 돌렸다. 훨씬 나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엉덩이를 띄우려면 몸에 힘이 어느 정도 들어갈 수밖에 없다. 물리적으로 그렇지가 않은가? 복근 힘이 부족해서인 걸까, 아니면 엉덩이에 힘을 더 줘봐야 하나.. 해답을 알지 못한 채 같은 연습만 계속 반복하려니 지루해 죽을 것 같았다.
그나저나 평영 속도는 매우 느려서 모두가 평영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이런 걸 평영 멍-이라고 명명해도 괜찮으려나? 희한한 게 욕심 많은 내가 평영을 보면서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기엔 평화로운데.. 욕심나는 영법은 아니다. 오히려 물고기처럼 펄떡이는 접영이 더 흥미로워 보인다.
내가 배영 팔 돌리기 연습만 30분 내내 하는 동안 다른 분들은 평영 연습만 30분 내내 하셨다. 그러니까 평영 팁은 꽤 많이 나오는 것 같았다. 팔과 다리, 호흡 이 모든 것이 따로따로 이뤄져야 하는 것 같았다. 내가 봤을 때 평영은 물속에서 하는 기체조이자 수련이요 명상이다.
마무리 체조가 끝나고 아쉬운 자유형 연습을 조금 더 했다. 아까보다 더 잘 되는 기분이다. 희한하게 수업 다 끝나고 혼자 해볼 때가 더 잘 된다. 수업 시간이 너무 짧은 게 아닌가 생각할 때마다 샤워장으로 가는 길에 보게 되는, 눈에 띄는 문구가 있는데 바로 “체력 관리를 위해 장시간 수영을 하지 마시오.”이다.
땅콩 볼의 공식 명칭은 풀 부이 Pull Buoy다. 본래 용도가 허벅지나 발목 사이에 끼고 발차기 없이 팔 동작만으로(물을 당기며) 앞으로 나가는 연습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나는 이 본래 용도보다 손으로 잡는 용도로 더 많이 사용했다.
https://en.m.wikipedia.org/wiki/Pull_buoy
킥판은 놀랍게도 영어로 킥보드다. 발차기판으로 번역하지 않고 ‘판’만 번역한 게 놀랍다. 반쪽자리 번역.
거북이 등은 그냥 수영 벨트라고 부르는 것 같고, 다른 건 못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