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같은 기초, 다른 강습

by 속삭이는 물결

주 6일 등록한 자로서 당당하게 아침 수업을 향하고 있었으나, 버스를 놓치는 바람에 10분 동안 정류장에서 대기. 자연스럽게 지각이다. 수업 10분 전에 가까스로 도착해서 겨우 입장할 것 같다. 기다리는 동안, 버스가 가는 동안, 머리를 열심히 굴려본다. 일단 머리 샴푸는 생략하고 물로만 씻어야겠다. 나를 욕하는 사람은 없겠지? 5분 만에 입장해서 옷 벗고 5분 만에 샤워하고 수영복 입고 채비해서 입장하자!


양심상 머리 윗부분만 샴푸칠을 하고 아주 빠르게 대충 씻고 수경 수모 귀마개까지 착용해서 입장 완료! 다행히 아직 수업 시작 1분 전이다! 오히려 첫날인 어제가 지각이었는데.. 어제 1~3번째 레일은 고급자였으니 오늘은 4~6번째 레일에 서야겠다! 하고 한산한 4번 레일에 가서, 어제 배운 두 손 짚어서 들어가는 방법으로 입수, 뻘쭘하게 섰다. 연습을 하고 있던 아저씨의 시선이 느껴진다. 흠, 이렇게 오자마자 레일 앞에 서면 예의가 아닌가, 뒤로 가는 게 좋을까? 생각하던 차에 젊은 선생님이 등장해서 체조를 시작한다. 이 시점에선 어떻게 움직일 수도 없다. 몸을 구석구석 풀고 있다 보니, 어제 내게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던 선생님이 등장. 나를 알아보는 눈치다. 아니나 다를까, 체조가 끝나자 나에게 말을 거신다. 화목 등록한 분이시죠? 저쪽 끝으로 가세요.


이 반은 초보가 1~3번째 레일에 서나 보다. 괜히 여기까지 와서 섰네. 이번에도 뻘쭘하게 끝 레일로 가서 서성인다. 선생님이 처음이냐고 물으셔서, 어제 처음 와서 둘째 날이라고 말했다. 어디까지 배웠냐고 묻길래 발차기까지 배웠다고 하니, 킥 패드를 들고 한 명씩 레일 회전을 도는 사람들 사이에 껴서 해보라고 하신다. 내가 당황해하는 걸 느꼈는지, 다시 "이거 해보셨어요?"라고 물으셔서, 당연히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약간 귀찮다는 듯이 뒤편의 어린이 풀장으로 나를 데리고 가신다.


발차기 연습부터 시작. 어제와 비슷하게 엉덩이 끝을 걸터앉아서 차는 연습으로 시작했다. 이때 발등을 위로 힘차게 올려야 한다고. 그런데 왼쪽 고관절이 무척 뻐근해졌다. 어디에 힘이 들어가냐고 묻길래 고관절을 가리켰더니, 배와 코어, 허벅지 힘으로 해야 하는 거라고 이론적인 설명을 하셨다. 엎드려서도 마찬가지. 엎드려서는 허벅지 뒷근육이 주로 쓰여야 한다. 그리고 이때는 발등을 아래로 밀어내는 느낌에 집중하라고 한다. 힘들면 쉬면서 하라는 말을 남기고 잠시 자리를 비우신 선생님.


뭐가 문젠지 어제보다 훨씬 힘들다. 이게 힘을 더 제대로 쓰는 방향인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풀장 가운데쯤으로 옮겨와서 숨쉬기부터 다시 연습. 물안에서 음-파-음-파-를 해보라고 한다. 한 번 했더니, 다시 숨쉬기의 기초 원리를 설명해주신다. 몇 번 해보면서 내가 몇 초까지 내뱉을 수 있는지 세어보라고 하신다. 숨이 멎는 순간은 제외하고 7초가량 된다. 7초라고 했더니, 폐가 무척 건강한 거라고 한다. 코로나에 걸리고 기침 후유증으로 몇 주를 앓았던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다. 물 안에서 7초 동안 내뱉고 올라와서도 파-하고 내뱉는다. 그 직후 찰나의 짧은 순간에 숨을 들이마시는데 시간이 짧아도 우리는 충분한 공기를 들이마신다고.


원리는 같지만, 다른 선생님의 다른 설명을 하루 간격으로 들으니 이해가 더 잘 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내뱉을 때 코로 뱉냐 입으로 뱉냐 물으셔서 둘 다 쓴다고 했더니, 잘했다고 하신다. 그런데 코로만 뱉는 것이 좋다고 하셔서, 코로만 음- 하고 뱉고 입으로만 파- 하고 뱉는 연습 방법으로 리셋한다. 그러고 보면 음-은 입을 벌리는 모양이 아니다. 물속에서는 입을 이용하지 말고 코로만 뱉을 것. 숨은 물속에서도 내쉬고 물밖에서도 또 내쉬는 것이다. 요가나 필라테스에서도 내쉬는 호흡이 더 중요한데, 수영에서도 그렇다고 하니 신기하다. 그렇게 또 숨쉬기 연습 시간이 주어졌다.



이번에는 엎드려뻗쳐 동작을 시키신다. 팔로 바닥을 꾹 눌러 내 몸을 지탱하면서 발차기를 하는 연습. 이때 몸이 앞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팔이 억지로 막고 있는 듯한 느낌이 나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 앞으로 갈 것 같은 느낌이 영 나질 않았다. 그리고 작은 풀에서는 크게 크게 움직이는 연습을 하지만, 큰 풀에서는 작고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한다. 발등으로 밀어내기를 기억하고 또 기억하면서.


이제 글라이딩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서 발차기 열 번씩. 두어 번 반복하고 나니, 깊은 물이 무섭지 않다면 큰 풀에서 연습하자고 한다. 그래서 큰 풀로 향했다.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몰라서 선생님 뒤를 쫓아갔더니 풀 중간까지 간 선생님이 당황해하며 저쪽으로 가셔서 입수해서 연습하라고 알려준다. 그제야 움직이는 방향은 우측통행이며 앞뒤로 사람들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면서 가야 한다고도 설명해준다. 더 멀리 갈수록 물이 깊어지기 때문에 물이 깊어지면 유턴해서 연습을 반복하면 된다고.


그래서 1번 레일 입구로 향했다. 수강생 분들이 서서 멍 때리고 계시길래 살짝 대화를 나눴다. 발로 벽을 차야 하는데.. 그분들이 막고 서 계셔서 어쩌나 싶어서 자연스럽게 이뤄진 대화. 나한테 처음이냐고 물으시길래, 어제 처음 오고 오늘은 둘째 날이라고 했더니 화목 반도 있냐며 놀라워하셨다. 두 분 다 초보시고, 이달부터 처음 배우셨다고 한다. 두 분 다 지쳐서 집에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계속 서 계시길래 어쩔 수 없이 그분들 앞에서 시작, 아무런 도약 없이 뻗어나가야 했다. 일단은 뻗어나가서 추진력을 받았다고 느끼면 그때 발차기를 시작하는 것이 관건이다.


뻗어나가다 보니 영 힘을 못 받는 것 같아서 이상했다. 이게 아닐 텐데. 선생님은 분명 뻗어나가서 발차기 10번씩 하는 걸 반복하며 돌라고 하셨다. 중간에서 새롭게 도약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 레일 중간쯤 와서는 선생님이 보이자마자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벽을 치고 나가는 건 배웠는데, 중간에 벽이 없을 땐 어떻게 나가야 하냐고 말이다. 바닥을 밀어서 나가야 한다고 한다. 아니 그걸 왜 이제 알려주는 거야.. 한 발로 밀어서 나가는지 두 발로 밀어서 나가는지도 궁금해하던 차에 선생님이 내 어리둥절한 표정을 눈치채고 시범을 보여준다. 두 발로 거의 점프하듯이 앞으로 튕겨 나가신다. 이건 뭐 거의 점프다. 여전히 납득하지 못한 내 표정을 보셨는지 몇 번 더 보여주신다.


발가락에 아픈 곳이 있다며, 발바닥 전체로 도약하는 건지 발 앞꿈치로 하는 건지 물어보니까 편할 대로 하라고 한다. 수영을 배우러 온 거지 점프를 배우러 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어쨌든 알려주신 대로 하다 보니, 다시 선생님이 팁을 알려준다. 점프를 위가 아닌 앞으로 향해 뛰어야 한다고. 선생님은 물밖에서도 토끼처럼 아주 잘 뛰셨는데, 나는 영 이상했다. 내 모습을 볼 순 없어도 모양새가 이상할 것은 안 봐도 비디오였다.


그리고 글라이딩을 하는 동안 머리를 더 푹 숙여야 한다고. 내 머리를 만져도 되냐고 물어보신 뒤에 고개를 푹 담그니 머리를 꾹 눌러주신다. 이건 어린이 풀장에서도 알려주신 건데 왜 계속 안 되는 건지 모르겠다. 조금 더 집중해서 해봐야겠다. 열 올리며 연습을 하다가 발가락을 바닥에 세게 부딪히고 말았다. 다리 재활에는 수영이 좋다고 하던데 내가 몸치라 그런지 더 다쳐올 판이다.


더 연습을 하다 보니 어느새 수업을 마칠 시간. 레일에서 연습을 하니 사람들이 오고 가는 것도 살펴야 하고 신경 쓸 게 더 많았다. 그러다 보니 쉬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더 늘어나서 조금 태만해지는 구석도 있을 것만 같았다.


선생님마다 가르치는 방식, 설명할 때의 포인트가 다 제각각이라 선생님은 다양하게 만나는 게 좋다는 사실은 분야를 막론하고 진실에 가깝다. 같은 기초를 배워도 선생님마다 알려주시는 게 달라서 남들보다 두세 배는 배우는 기분이 든다. 고작 이틀째지만 수영도 마찬가지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 선생님한테 배울 땐 깨치지 못한 점을 저 선생님한테 배우면서 깨치기도 하니까.


겨우 이틀째지만 너무 재밌고, 배우는 과정이 나름 체계적인 게 신기했다. 정확히는 숨쉬기부터 발차기, 글라이딩을 하나씩 배우면서 따로 하다가 점점 같이 결합하는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그게 내 몸에 배인다는 것이 너무 경이롭다. 배움엔 끝이 없고, 배움이 곧 즐거움이다. 내일 수업도 너무 기대된다!


샤워를 마치고 수건을 가지러 가는데 유치원생 꼬마들이 줄지어 샤워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너무 작고 귀엽고 소중하다. 최근 본 중에 가장 사랑스러운 광경이었다. 다시 떠올려도 흐뭇하다. 옷도 다시 입고 머리를 말리러 갔다. 모두 머리를 한참 말리고 있어서 기다려야 했다. 5분 정도 한참을 서 있는데, 아까 같은 레일을 쓰신 것 같은 조금 젊은 여성 분이 나를 발견하곤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을 한다. 손짓을 따라 의자에 앉아 있으니 드라이기를 건네준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고 드디어 내 머리도 말리기 시작했다. 낯선 이의 친절함에 살짝궁 감동했다. 내일 또 올 거니까, 어서 서둘러 집에 가자.


익숙해질수록 글도 더 짧게 쓰겠지?.. 배운 걸 다 쓰고 싶은 욕심과 피곤한 내 육신 사이의 괴리가 벌써 조금 버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