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는 노래

모로코 에싸우이라

by 엔리께


모로코의 바다마을, 에싸우이라_Essaouira. 메디나(시장) 안의 낡은 식당에 들어갔다. 손님이 아무도 없어 눈치가 보였지만 돌아 나가자니 미안해서 그냥 앉았다. 식당에 직원이라곤 소녀 한 명뿐이었는데

타진(닭요리)을 주문하자 잠시 나가더니 어딘가에서 닭요리를 받아왔다. 우려와 달리 타진의 맛은 훌륭했다. 그 후 이 식당에서 몇 번의 식사를 했는데 그때마다 소녀만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썰렁하고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조용히 식사를 끝내고 나오곤 했다.


그러다 셋째 날 혹은 넷째 날 즈음, 소녀가 음악을 틀면서 정적은 깨졌다. 연관성 없이 이어지는 음악 속에서 마음에 드는 노래가 있길래 나는 노래의 제목을 소녀에게 물으려 했지만, 소녀는 영어를 말할 줄 몰랐고 나는 아랍어를 몰랐다. 당연히 손짓과 몸짓이 동원됐다. 노래는 엠피쓰리 기기에서 나오는가 본데 자기가 제목을 알아놓을 테니 내일 오라는 말을 가까스로 이해할 수 있었다. 다음날 소녀가 제목이 적힌 쪽지를 나에게 건넸다. 발음하기도 힘들고 기억하기도 힘든 긴 제목의 프랑스 노래였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나왔는데 어쩐지 보답을 하고 싶어 그날 오후는 시장과 기념품 가게를 돌며 작은 보석함을 하나 골랐다.


에싸우이라를 떠나야 하는 날. 보석함을 들고 마지막 식사를 위해 식당을 찾았지만 소녀는 없고 성인 여자가 있었다. 여자는 영어를 말할 줄 몰랐고 나는 아랍어를 모르니까 보석함을 전해 달라는 의미의 손짓과 몸짓을 했다. 여전히 손님은 나뿐이었고 타진도 여전히 맛이 있었다. 나는 그 쪽지를 일기장 사이에 끼워놨는데 긴 여행 중에 잃어버렸다. 다른 곳에 적어놓지 않은 게 실수였다. 아득하게, ‘프랑소와’만 떠오를 뿐, 곡명도 가수도 기억하지 못해서 다시는 그 노래를 들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나의 것이 아니었던 노래였나 보다.



딱히 할 것이 없는 에싸우이라에서 성벽에 앉아 하루를 보냈다.



대서양의 푸른 물빛이 보트에 한 가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