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가 되어 중앙공원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자 비로소 안티구아_Antigua에 생기가 돌았다. 이 작은 동네에서는 모두가 아는 사이인 건지, 이쪽 벤치에서 이야기를 나눴던 사람은 저쪽 벤치 앞을 지나다 말고 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스크림 장수와 과일을 갈아서 파는 사람들이 바빠진다.
사연 많은 벤치 사이로 구두를 닦는 소년들이 뛰어다닌다. 소년들은 혼자 다니지 않고 둘셋씩 모여 다니며 구두를 닦는 와중에도 자기들끼리 속닥거리며 논다. 손님들도 이야기에 빠져있고 구두닦이들도 이야기에 빠져있다. 꺄르륵 소리가 채워지는 공원 위로 따스한 햇볕이 쏟아진다.
구두닦이 통은 작아서 마치 도시락 가방처럼 앙증맞은데, 한 소년의 통에 로봇 스티커가 잔뜩 붙어있는 것을 보고 소년들의 나이를 짐작한다. 내 조카들의 책과 필통에 붙은 스티커를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