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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Jun 08. 2023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남편이 해 주는 음식

2021년 6월 14일


내가  만들어 달라고 하면 남편이 언제나 기꺼이 해 주는 메뉴가 있다. 바로 라테와 프렌치토스트. 


사실 라테는 내가 좋아하기도 하지만 내가 안 먹는다고 거절해도 남편은 일단 만든다.


"난 그래도 만들 거야. 만들고 싶으니까."

이유는 다름 아닌, 내가 한국에서 사 온 2천원짜리 거품기 때문이다. 새 장난감이 생긴 어린이처럼 남편은 이걸로 우유거품을 내는 재미에 푹 빠져버렸다.


참고로, 남편은 라테를 싫어한다. 맛있는 커피에 우유를 왜 붓는지 이해가 안 간다나. 

 





프렌치토스트(빵뻬흐뒤)야 말로 남편이 굉장한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진 메뉴이다. 남편은 내가 직접 프렌치토스트를 만드는 걸 지켜보는 게 괴롭단다. 왜냐면 내가 만드는 건 최고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토요일 아침, 잠을 덜 깬 채 소파에 누워있던 자서방에게 "내 빵뻬흐뒤는 어딨어?"라고 뻔뻔하게 말해보았다. 싫다고 할 줄 알았는데 힘겹게 몸을 일으킨 남편이 부엌으로 질척 질척 걸어 들어가는 게 아닌가? 


"그냥 내가 만들어도 되는데... 그랬다가 나중에 왜 나한테 안 시켰냐고 할까 봐 물어본 것뿐이야." 


내 말에 남편이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대답했다. 


"... 그건 안되지... 와이프가 만드는 건 최고가 아니니까..." 






빵 두장을 부치기 위해서 남편은 계란과 우유 그리고 바닐라설탕 한 티스푼을 섞는데 2천원짜리 거품기가 여기에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우유와 달걀을 가득 머금어 촉촉한 토스트가 가염버터와 메이플시럽과 함께 입안에서 완벽하게 어우러진다! 역시 최고구나! 남편 들으라고 감탄을 연발하면서 금세 두 조각을 해치웠다. 


"앞으로도 빵뻬흐뒤는 와이프가 원할 때마다 내가 만들어준다고 약속할게." 

나는 남편의 새끼손가락을 걸고 나서 엄지로 도장을 찍으려고 했더니 남편이 한마디를 보탰다. 

"단, 내가 자고 있거나 아주 기분이 안 좋을 때 등 예외의 경우는 있을지 몰라."


이제부터 토요일은 프렌치토스트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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