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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Jun 08. 2023

배관공의 미소

"프랑스에서는 저걸 배관공의 미소라고 부른단다. "

2021년 7월 23일


시부모님께서 낭시 근교 뚤(Toul)이라는 지역에 살구를 사러 가신다고 해서 따라가게 되었다. 


가게는 크지 않았지만 신선한 과일과 야채 그리고 잼이나 절인 과일 등등 다양한 물건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시부모님께서 살구를 담으시는 동안 나는 신선한 과일들을 둘러보았다.  ㅍ

검붉은 체리만 보다가 투명빛이 도는 체리를 보니 참 예쁘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검은 열매는 시어머니께서 꺄씨스(Cassis) 라고 하셨는데 궁금하던 차에 한 알을 주시며 맛보라고 하셔서 슬쩍 마스크를 내리고 입에 넣어봤는데 향이 진하고 맛있었다. 씨앗도 없고 말랑말랑했다. 

"꺄씨스로 잼을 담아야겠구나. 많이는 말고 조금만..." 

분명히 조금이라고 하셨지만 봉투에 열매를 한가득 퍼담으셨다.

계산대에 서 있을 때, 시어머니께서는 친절한 점원 아저씨에게 딸기와 치즈도 포장해 달라고 주문하셨다. 잠시 후 아저씨는 뭔가를 확인하느라 뒤돌아 허리를 숙였는데 그때 시어머니께서 내 옆구리를 쿡쿡 찌르기 시작하셨다. 

그 아저씨의 바지가 엉덩이 중간까지 내려와 있었던 것이었다. 엉덩이 절반이 훤하게 드러나 있...


나는 민망해서 얼른 고개를 돌렸는데 시어머니께서는 내가 못 봤을까 봐 자꾸만 옆구리를 찌르시며 속삭이셨다.


"배광공의 미소! 내가 전에도 말했지. 바로 저게 배광공의 미소야! 봤니? 봤어? 사진은 안 찍니? 블로그 안 올려?"

우리는 계산대 앞에서 소녀들처럼 한참을 속닥거리며 웃었다. 



낭시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시어머니께서는 계속해서 [배관공의 미소] 이야기를 하고 계셨다. 

"내가 전에도 말했지? 그렇게 엉덩이가 드러나는걸 배관공의 미소(le sourire de plombier)라고 부른다고 말이야. 사실 배관공뿐만 아니라 저런 사람들이 프랑스에는 너무나 많아. 우리 집에 오는 정원사도 그렇고, 가끔 베르나르양반도 저런다니까... 한국에도 저런 사람들이 있니?"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왜 저러는 걸까요? 바지가 내려가는 걸 모르는 걸까요?"

"나도 몰라. 왜 저러는지... 아까 그 양반은 참 친절은 했어. 그렇지?" 

나는 어머님 때문에 한참을 웃다가 시부모님께서 사주신 살구를 꺼내 먹었다. 어찌나 맛있던지! 이 맛에 프랑스에 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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