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을 위한 제 하트예요."
2021년8월 8일
일찍 퇴근해 온 자서방이 쉬고 있던 시각 우리집 초인종이 울렸다.
시부모님께서 갑자기 찾아오신 것이다. 두분은 뚤(Toul)에 있는 농장마트에 가셨다가 우리 집에 들르셨다고 한다.
짐꾸러미에서 끝없이 뭔가를 꺼내주시는 시어머니. 아들 얼굴도 안 보신 채 부엌에서 이것저것 보여주고 설명해 주시느라 정신이 없으셨다.
"아버님 커피 드릴까요?"
"커피 좋지."
시아버지께 커피 먼저 드리고 싶은데 시어머니의 보따리는 계속 풀리고 있었다.
토마토랑 살구 딸기. 여기까지는 지난번 쇼핑 목록과 동일하다. 이번에는 줄기콩도 잔뜩 사다 주셨다. 요구르트는 나도 만들어둔 게 많아서 괜찮다고 했지만 농장 꺼라 좋은 거라고 권하셔서 그럼 딱 두 개만 받았다.
그리고 신선한 우유.
프랑스에서는 주로 상온에서 판매되는 멸균우유를 마신다. 이건 보기만 해도 너무 신선해 보인다.
마실 것을 대접해 드리고 둘러앉아서 잠시 대화를 나눈 후에 두 분은 금방 돌아가셨다.
줄기콩은 다듬어서 데친 후에 일부는 양파, 소시지와 함께 굴소스로 볶아보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다.
남편도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
토마토는 데친 후 껍질을 벗기고 썰었는데 의도치 않게 예쁘고 새빨간 하트가 나타났다.
사진을 찍어서 남편한테도 보내주고, 시어머니께도 보내드렸다.
"어머님을 위한 제 하트예요."
"오, 귀엽구나. 그 토마토 정말 맛있는 거야."
토마토 말고 제 심장을 봐주시라고요.
그래도 얼렁뚱땅 고백을 하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