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은 세네갈 친구의 한마디에 온종일 기분이 좋았다.

가장 기분 좋은 생일 선물이었다.

by 혜연

2023년 5월.


거리에 초록빛이 점점 짙어지기 시작했다. 봄도 아직 제대로 만끽하지 못했는데 슬슬 여름빛이 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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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맑게 개었길래 걸어서 등교를 하기로 했다. 팟캐스트를 들으며 신선한 아침공기를 마시니 정신이 맑아진다. 횡단보도의 신호등을 기다리고 서 있을 때 누군가가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돌아봤더니 우리 반 세네갈 청년이 수줍지만 환하게 웃으며 서 있었다.


이 친구는 아프리카 학생들 중에서 가장 내성적이지만 가장 성실하게 출석하는 학생이 아닌가 싶다. 학교로 같이 걸어가면서 이번 학기가 끝나면 뭘 할 건지 내가 물었더니 그 친구는 대학원에 들어가기 전에 레스토랑 파트타임 일을 하기 위해 파리로 갈 거라고 했다.


"낭시에도 레스토랑 일자리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을 텐데?"


"그런긴한데... 여러 군데 지원해 봤는데 다 잘 안 됐어."


성실하고 외모도 훤칠한데 왜 그럴까? 한 가지 짚이는 게 있다면 이 친구는 말을 심하게 더듬는다는 것. 아마 그 이유 때문에 아닐까 하고 조심스레 짐작해 보았다. 아마 그 때문에 성격도 더 내성적으로 변한 게 아닐까도 싶고.


처음으로 꽤 길게 대화를 나눠보니 생각보다 더 착한 친구라는 걸 느꼈다.


"아참, 내 생일이라서 오늘 수업 마치고 우리 반 몇 명이랑 맥주 마시러 갈 건데 너도 같이 갈래? 아, 넌 무슬림이라 바 같은 데는 가면 안 되는 건가?"


"아냐, 나도 갈 수 있어! 음료수 마시면 돼!"


너무나 기뻐하며 초대에 응하는 친구. 역시 말을 꺼내길 잘했다. 그 친구가 기쁜 표정으로 나에게 실례되는 질문을 했다.


"너 그럼 몇 살 됐어?"

"42"


"뭐?!"

"왜? 나 몇 살로 봤는데?"


"스믈여섯..?"

"하하 넌 몇 살인데?"

"나 스물일곱"

"그런 넌 내가 너보다 어릴 거라 생각했다는 거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끄덕끄덕하는 친구. 이 친구는 아마 동양인들을 많이 못 만나봤나 보다.


난 정말 뛸뜻이 기뻤는데 실제로도 내가 방방 뛰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나에게 너무나 큰 생일 선물을 주는구나! 나 오늘 온종일 행복할 거야. 고마워!"


우리가 강의실 앞에 도착했을 때 우리 반 친구들이 여러 명 모여있는 게 보였다. 평소라면 한쪽에서 혼자 어색하게 서 있곤 하던 세네갈친구의 팔을 자연스럽게 이끌며 내가 친구들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얘들아! 나 오늘 얘한테서 큰 생일선물을 받았어! 나더러 26 살인줄 알았대 자기는 심지어 27살인데! 나 오늘 하루종일 사람들한테 말하고 다닐 거야."


친구들이 웃으며 이 친구에게 농담을 건네기 시작했다.

"야, 아무리 그래도 26은 심했다."


"예의가 바른 거지."


"생일이라서 그렇게 말해준 거라고 내일 다시 말하면 돼."


우리 반 친구들 진짜 유쾌하다.



그나저나 이 청년은 내 나이를 알게 돼서 그런 건지 나를 이전보다 더 편하게 대하는 느낌이다. 이모 같은 느낌인 건가. 더 잘 챙겨줘야겠다.



아, 그리고 나는 정말로 온종일 온 동네방네 자랑을 했다. 우리 남편 포함.


"진짜로 나를 26살로 보는 사람이 있더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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