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요용 Jun 27. 2023

시어머니께서 챙겨주시는 새집 살림

너희 집에 내 방도 마련해 줄거니?

2020년 7월 10일


이사할 아파트를 구하고 이사할 날짜까지 정하 고나니 시댁으로 택배가 끊임없이 도착하고 있었다. 이 동네 택배 아저씨들은 어찌나 부지런들 하신지 아침 7시부터 대문 벨을 울리기 일쑤였다. 자서방 출근을 배웅하느라 일찍 일어나는 내가 대부분을 수령받고 있었는데 주로 우리 살림을 위해 시어머니께서 온라인으로 주문하신 물건들이었다.

 

오늘도 한가득 택배 선물을 받았다. 이불보와 칼 세트 등등이었다.

오른쪽에 스테인리스 작은 그릇은 큰 사이즈로 착각하고 잘못 주문하신 거라고 하셨다. 간장 종지만 한 그릇을 나에게 내미시면서 샐러드 볼로 사용하라고 하셔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그리고는 이미 큰 사이즈로 새로 주문해 주셨다며 나더러 절대로 사지 말고 기다리라고 하셨다.  


잠시 후 시어머니께서는 또 빠트린 게 없는지 직접 작성해 두신 목록을 꺼내서 체크를 하기 시작하셨다. 

 

"테이블보도 주문했고, 베개도 주문했고, 세제도 샀고... 커튼은 일단 집 상황을 보고 내가 해결해 주마. 양념은 내가 주면 되고, 후추 그라인더도 샀고, 후추는 베트남에서 사 온 게 있으니 그걸 담아서 줄 거야. 넌 간장이 필요하겠지? 다음에 사이공에 함께 가서 사자. 그전까지는 반 병 남은 간장은 네가 가져가서 먹으렴.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정말 우리 시어머니는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것들까지 챙기고 계셨다. 컵, 식기, 냄비, 프라이팬, 오븐용 도구들 심지어 와인 오프너까지도 하나하나 다 챙겨주셨다. 


지하실 한편과 다이닝룸 구석에 우리 물건들이 쌓이고 있었다. 슈퍼에 가실 때마다 꼭 한두 가지씩 사다 주시고 집에 있는 물건들을 내어주시면서 매일매일 목록을 꼼꼼히 확인하셨다

그렇게나 챙겨주시면서도 생색은 전혀 내지 않으시고 내 자식들이니 당연히 내가 챙기는 거라고 하셨다. 거기다가 내가 외국인이라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많을 거라는 것도 미리 헤아리고 계셨다. 
      

시어머니께서 나더러 말씀하셨다. 


"너희 집에 내 방도 마련해 줄거니?"

"네 당연하지요! 언제든지 또 얼마든지 머무세요. 요리도 해 주시고요. 오실 때 모웬도 데려오시면 더 좋고요." 


참 뻔뻔하게도 대답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자서방은 한 술 더 떴다.

 

"아, 엄마가 직접 오셔서 요리해 주면 우리는 더 좋죠! 요용이 냄비 들고 저녁마다 여기로 올 필요도 없을 거고 말이에요." 

시어머니는 그래도 웃으시며 그렇게 하겠다고 하셨다. 

"저희 이사 가고 혹시라도 고양이들이 안 보이게 된다면 걔네가 제 가방으로 숨어든 걸 거예요. 제 잘못 아니라는 거 미리 알려드려요."

"안돼 안돼... 걔네는 정원 없으면 못살아."


또다시 짓궂은 솔로몬 자서방의 대답.


"제가 전에 말했죠? 좋은 방법이 있다고. 엄마 아빠가 우리 집으로 이사하시고 우리가 여기서 고양이랑 사는 거죠. 고양이도 우리도 모두 행복한 해결책이죠?" 


"아, 그럼 되겠다!"


우리는 부부 공갈단이다. 

작가의 이전글 테라스에서 화목한 저녁식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