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날씨가 쌀쌀한 3월, 버거씨네 집에서 맞이했던 일요일 아침이었다.
늦잠을 자고 느지막이 아래층에 내려왔더니 부지런한 버거씨가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온 집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이 커피 향... 참 오랜만이구나.
혼자 살게 되면서 커피 향을 맡을 일이 없었다.
그러다 오랜만에 아늑한 공간에서 커피 향을 맡으니 갑자기 옛 기억과 함께 감정이 복받쳐 올라왔다.
전남편과 살던 아파트에서는 주말마다 이렇게 커피 향이 가득했었다. 10년간 반복되던 일상이었다.
안 그래도 요리조차 힘든 좁고 추운 아파트에 혼자 지내다가 이렇게 따뜻하고 아늑한 버거씨네 집에 오니까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는데 커피 향에 아침부터 눈물이 터져버렸다.
내 표정을 보던 버거씨가 놀래서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달려왔다.
"울어? 응? 왜 우는 거야....!"
"... 커피 향을 맡으니까…"
목이 메어서 말도 잘 안 나왔다.
"... 집 생각이 나서......"
이런... 이걸 쓰는데 왜 또 눈물이 나지. 아직도 정확한 내 눈물의 원인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아 이런이런..."
버거씨는 나를 따라 슬픈 표정을 지으며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한국 가족들이 많이 보고 싶구나..."
으음... 그렇다고 치자… 굳이 다 설명할 필요는 없으니까...
버거씨는 내 등을 쓸어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넌 지금 집에 와 있어. 여기가 이제 네 집이야."
엉엉... 이번에는 버거씨가 나를 울리네...
"네가 우리 가족들을 마음에 들어 했으면 좋겠다."
복잡한 이유들로 눈물이 계속 흘러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다시는 크리스마스 때 너 혼자 있게 하지 않을 거야… 절대로…"
아...
나는 결국 소리 내 펑펑 울었다.
지난 크리스마스는 나에게 악몽이었다. 그때 나는 다시는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다짐을 했었다. 다시는 그런 뼛속 깊이 시린 경험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는데 버거씨가 내 눈물 버튼을 제대로 눌렀다. 살벌하게 차갑던 얼음이 봄기운에 녹아내리듯 버거씨 가슴에 안긴 채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주말마다 내가 버거씨네 현관에 들어설 때면 버거씨는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집에 돌아온 걸 환영해!"
집이라는 말은 정말로 좋은 거구나...
한때 영원할 줄 알았던 내 집과 가족을 잃어버리게 되었을 때 나는 얼마나 울었던가.
혹시라도 나와 같은 고통에 괴로워하는 분이 계시다면 꼭 말씀드리고 싶다.
아직 끝난 게 아니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