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을 사랑하는 스펀지밥이 되었다.

by 혜연

오랫동안 바라왔던 엄마가 되는 꿈이 좌절되어 우울증이 찾아왔던 그 시기에 나는 그렇게 믿었던 남편에게 결혼 전부터 여자가 있었다는 끔찍한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 남편은 적반하장으로 이혼을 요구했고 이역만리 낯선 땅에서 이방인으로 살면서 내 부모님보다 믿고 의지했던 시부모님은 결정적인 순간 내 앞에서 단호하게 선을 그으셨다.

돈도 집도 가족도 하루아침에 모두 잃었다.

다시 일어서지 못할 줄 알았는데 결국 나는 다시 일어섰다.


그런 내가 나는 너무나 대견하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나 자신에게 이렇게 소리 내 말한다.


"혜연아! 오늘도 즐거운 하루!"


창문을 활짝 열고 그 어떤 날씨건 기쁘게 맞이한다.

비가 오면 비가 와서 좋고 화창하면 또 화창해서 좋다.


오늘은 분명 즐거운 날이 될 거야.

내 평생 출근이 이렇게 즐거웠던 적이 있었던가.

내가 일하는 시장까지 겨우 5분 걸리는 출근길을 룰루랄라 경쾌하게 걸어간다. 하늘도 올려다보고 예쁜 건물과, 테라스에 나와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의 표정까지 놓치지 않고 둘러보며 내가 건강하게 살아있음을 상기한다.

아침마다 나를 반겨주는 곳으로 출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감사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로 사람들을 기쁘게 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친구이자 사장님인 SK와 듬직한 동생 M은 나에게 새로운 가족이 되어 주었다. 그녀들은 내가 당근만 썰어도 손뼉을 치며 환호해 주고 시장 손님들은 내가 튀긴 닭강정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준다. 이 가게는 내 직장일 뿐만 아니라 내 친정과도 같은 의미였다.


출근길에 한국인 지인을 우연히 만났다.


"시장 일 힘들지 않으세요?"


"아니요,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내 대답이 의외라는 듯 쳐다보던 그녀가 한번 더 물어왔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손님이 많겠어요."


"맞아요! 손님이 많겠네요!"


"손님이 많으면 더 힘드시잖아요?"


"아니에요, 손님이 많으면 더 재미있어요! 사람들이 다들 친절하고 재미있어서 시간이 금방 가거든요."


그녀는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하긴 나도 내가 월요일을 기다리는 스펀지밥을 이해할 날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해봤다.


내가 집착했던 그 꿈들 이젠 다 의미 없어졌다. 오히려 가벼워진 인생의 무게에 감사함을 느끼는 요즘이다.

인생의 의미 그리고 행복 이런 것들을 내가 거창하게만 생각하고 있었구나.


나는 오늘도 내 주변을 둘러싼 좋은 사람들과 많이 웃으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내일 또한 오늘만큼 즐거운 하루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거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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