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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Oct 28. 2020

화창한 봄날에 정원에서

시댁 완벽 즐기기

2020년 4월 23일


프랑스에 온 후로 최고로 화창하고 따뜻한 날씨였다. 

테라스로 통하는 문을 처음으로 활짝 열어두었고, 추워서 맨날 실내에서 자서방이랑 낮잠만 자던 모웬도 오늘은 온종일 밖에서 뛰어노느라 보이지도 않았다. 


점심식사를 마친 후 자서방이 건네 준 뜨거운 녹차를 받아 들고서 정원으로 나가서 해가 잘 드는 곳에 서 있었더니 그걸 보신 시어머니께서 썬배드를 꺼내다 펼쳐 주셨다. 

“감사합니다! 근데요, 여기 누워있으면 옆집 남자가 창문으로 볼 텐데요”

“걱정마라. 그 남자의 여자친구는 엄청 예쁘거든.”

???

“음.. 네 그렇군요”

시어머니는 들어가시면서 한마디 더 하셨다.

“옷이라도 벗고 누워있다면 또 모르지만....”

2초 후에 나 혼자 깔깔 웃었다. 



화창한 날씨를 감상하며 혼자 앉아서 녹차를 후후 불고 있으려니 금세 반대편 옆집 정원에서 놀고 있던 우리 시냥이 두 마리가 야옹 소리를 내며 나에게로 달려왔다.


이제 내가 가족이라는 걸 아는구나! 



우리 시어머니가 사주신 실내환데.... 혹시 냄새나니?



내가 너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누워서 해를 쬐고 있었더니 자서방이 나와서 한참 동안 내 사진을 찍어주고는 들어갔다.

자서방은 요즘 내 사진을 틈틈이 찍어서 우리 언니에게 보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 언니는 그 사진들을 부모님께도 보여드릴 것 아니겠냐고 말이다. 참고로 우리 엄마는 자서방의 영어 메시지가 너무 부담되신다고 하셨다. 


우리 형부는 언니가 자서방으로부터 메시지를 자꾸 받으니까 이렇게 말했단다.

처제 혹시 무슨 잘못했냐고. 


친정식구들에게 내가 잘 지내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안심시켜주고 싶은 자서방의 마음일 뿐이에요. 


내년이 되어 올 봄을 회상한다면-

남들은 코로나 봉쇄 중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릴 테지만 나에게는 시댁에서 호강하며 지낸 기억만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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