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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양 Sep 02. 2020

[독후감]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건축에도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란 소설, 영화 같은 곳에만 존재하는 줄 알았다. '사람'이 등장해야만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나에게 있어 건축은 누가 지었는지도 모르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 '물체'에 불과했다. 여행 가서 유명한 성당 한 번 보고, 사진이나 찍어가면 그만인 것이었다. 하지만 산책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주택과 풍경을 보면서 조금씩 관심이 생겼다. '저 집은 왜 발코니에 대나무를 심었을까?', 또 '이 집은 2층 다락방이 넓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알쓸신잡2를 보게 되었다. 건축가의 관점에서 여행을 풀어내는 유현준 교수님의 이야기가 너무 재밌었다. 그때 건축이 그렇게 재밌는 것인 줄 새삼 깨달았다. 건축에는 수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건축가의 철학과 의뢰인의 바람, 건축물이 보여주는 시대의 정치, 경제, 기술까지 모든 것이 다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이야기 책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 걷고 싶은 거리에는 이벤트가 많다


   걷고 싶은 거리란 이벤트가 많은 거리다. 여기서 이벤트란 주변 환경이 다양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경험을 일컫는다. 그렇기에 회사 건물이 많은 테레한로 보다는 작은 상점이 많은 익선동이 걷기에 더 재밌다. 한 발자국이면 변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 이 외에도 좁은 골목을 돌았을 때 어떤 가게가 나타날지, 어떤 골목으로 이어질지 예측할 수 없는 것도 또 하나의 매력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다양한 요소로 변화가 많은 공간을 선호한다.

   내 경험에 비춰봐도, 아파트 단지에 살 때 보다 지금 주택에서 살 때가 훨씬 더 동네가 재밌다. 골목 사이로 이어진 샛길을 걸으면서 다양한 지붕과 주차장을 보고 있으면 재밌다. 그래서 이사 온 후로 산책을 더 자주 다니게 되는 것 같다.



# 공간도 건축의 주요 부분이다


   이전에 건축 설계라고 하면, 모든 공간을 채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을 생각하는 건축은 공간을 비우는 것도 중요하다. 빈 공간을 만들어 바깥 풍경과 소통하고, 가족들이 앉아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채울 곳은 채우고, 비울 곳은 비워서 소통과 교류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많이들 초호화 고층 아파트에 살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 만은 아닌것 같다. 넓은 평수의 공간은 화려하지만 죽은 공간이다. 오히려 낡은 주택의 작은 마당이 더 좋은 공간일 것이다. 해가 뜨고 지는 것에 따라, 또 비가 오고 눈이 오고 계절의 변화에 따라, 작은 마당은 시간의 변화를 남아내기 때문이다. 변하는 풍경을 볼 수 있을 때, 동일한 공간은 다양한 추억으로 쌓이게 된다. 그러니 좁은 집에 살아도 답답하거나 지겹지 않은 것이다.


여담이지만, 다양한 공간을 경험할 때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루 종일 집에 있는 것 보다는, 여행가서 여기저기 돌아다닐 때 하루가 더 길게 느껴진다. 그렇기에 공간이 자주 변할수록 추억은 더 많이 쌓이게 된다.



# 이야기도 아는 만큼 보인다


   책을 읽고 나서 바뀐 점은 걸을 때 주변을 본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유뷰트를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걸었다. 그러나 지금은 골목에 어떤 맛집이 있고, 어떤 간판과 인테리어를 했는지 주변을 관찰한다. 매번 걸었던 거리가 언제부터인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저 건축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상상을 해본다. 확실히 아는만큼, 관심 가지는 만큼 보인다. 이런 기분은 마치 유치원 때 보물찾기를 하는 것처럼 재밌다. 어디를 가든지 내가 눈을 돌려 찾으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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